머 리 글
2000-03
안 경
박 병 민 목사(새터공동체)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눈이 좋지 않아 선생님과 제일 가까운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공부를 하였다. 밖의 운동장에서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줄을 설 때에는, 키다리라서 맨 뒤에 서게 되었다.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 2학년을 다닐 무렵, 아버지를 따라가 대전 역 앞에 있는 작은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어 썼다. 넓은 역전의 광경(光景)이 작은 눈 안에 훤하게 들어왔다. 그 곳에서 시골뜨기 아이가 안경을 쓰고, 땅과 산 그리고 하늘이 아닌 부산한 도심(都心)의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맨 앞의 자리에 앉는 것은 여전하였다. 반 학생들 가운데에서 처음 안경을 쓴 아이, 검은 뿔테의 안경은 친구들의 시선(視線)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당연(當然)한 내 차지의 자리인데도 몇 일 동안 얼마나 어색한 자리였던지... 지금 곱씹어 보아도 얼굴이 뜨겁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크게 보이는 돋보기 안경을 쓰신다. 반면(反面)에 젊은 사람은 뚜렷뚜렷하면서, 조금 작게 보이는 졸보기 안경을 쓰게 된다. 사람들은 돋보이기를 좋아한다. 요사이 같은 한 집 식구인 박성규 선생님을 마주 보고 장기판(將棋板) 속에서 전쟁을 치를 때가 있다. 박 선생님께서 차포를 떼셨는데도 나는 근시안(近視眼) 이어서 그런지 앞으로 잘 나아가지를 못한다. 그 곳에서도 큰 장기알 들이 넓은 보폭(步幅)으로 온 난장(亂場)판을 휘젓고 다닌다. 넓은 들 밖았테(한데,廣野)를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준 세례요한을 보면서, 그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예수님 은 보는 것에 대하여 물으셨다.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그러면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나갔더냐? 부드러운 옷 입은 사람이냐? 부드러운 옷을 입은 자들은 왕궁에 있느니라. 그러면 너희가 어찌하여 나갔더냐? 선지자(先知者)를 보려더냐? 옳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선지자보다도 나은 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이가 일어남이 없도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저보다 크니라(마태복음 11:7-11). 극히 작은 사람일지라도 거인(巨人)인 세상(世相), 비록 병(兵)과 졸(卒) 일지라도, 졸보기가 아닌 돋보기를 통해서 보는 왕(漢楚)과 같이 돋보여지는 그 곳이 하나님 나라의 천국인가 보다.
공동체 이야기 - 땅의 사람들
강(剛)함 보다는 유(柔)함이
“온유(溫柔)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이 말씀이 들려온다. 몹시 어리석은 팔불취(八不取)의 얘기를 하자면, 우리 집에는 마음이 비단결 같은 사람이 여럿 있다. 먼저 아내가 그렇고, 이 보다 더한 김교은, 박성규 선생님이 그렇다. “사람들이 과부 집에는 냄새 난다고 안 하면서 왜 홀아비 방에는 냄새 난다고 그러는지?” “아니 홀아비 방에 냄새나는 것은 당연하지” 박 선생님의 푸념섞인 말씀이시다. 김 선생님과 박 선생님 두 분이서 사내 냄새를 풍기며 한 방에 계신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말을 되뇔 때가 있다. 이 두 분을 뵈면서 역시 그렇다. 봄 살림 준비에 다들 바쁘다. 고추 말 둑 만들기, 지난가을에 거두어들이고 난 밭의 흔적을 말끔히 하기 위하여 불사르는 일에서부터 햇빛을 가리는 나무 쳐내기, 마늘밭의 비닐을 떠들고 풀 메기, 거름 내기에 이르기까지, 요사이 이 것들은 거의가 박 선생님의 일이시다. 이런 일들은 유순(柔順)한 봄을 맞이하기 위함이다.
어제 대전에 가려고 걸어 나서다가 마음 써 주시는 조정교회 이 전도사님을 만나, 전도사님의 차에 편승하였다. 얘기 중에 그런 말을 꺼냈다. “내 눈이 좀 열려져서 저 분이 우리 공동체의 무리와 함께 하게 될 때에 우리들에게나 그 분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으면 무리무례(無理無禮)한 사람이라서 속 닳게 할 사람인가? 경계의 눈초리로 사람을 봤으면 한다고” 요새 한 두 달 전부터 긴장과 예리한 시선으로, 나의 몸무게가 줄어가면서 까지 사람들을 대해 오면서 얻은 마음의 표현이라고 할까? 나이 드신 전도사님 말씀을 그대로는 잘 못 옮기겠으나 “그래도 닳고닳은 마음 보다는, 부드러운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 일게예요”. 일 들을 겪으면서, 이끄는 사람들에게 주신 예수님의 일언(一言)이 들려온다.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은 마치 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슬기롭고 비둘기 같이 양순해야 한다”(마태복음 10:16 -공동번역성서)는 말이 생각난다. 나는 성격적으로 강직한 뱀이기 보다는, 유순한 비둘기인가 보다. 칼의 힘 보다는, 펜의 힘이 더 강하다고 했던가? 이사야도 그렇게 말한다 “그가 민족간의 분쟁을 심판하시고 나라 사이의 분규를 조정하시리니,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들은 칼을 들고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아니하리라”(이사야 2:4 -공동번역성서)
유순(柔順)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잠언 15:1)
공 동 체 소 식
☻ 새터 공동체 가족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99. 7.16)
정진희,이정남,재문 (99.12.10)
김교은 (99.12.14)
박성규 (00. 1.12)
어귀녀 (00. 1.15)
* 99년 10월 2일에 오셔서 함께 생활하시던 김기홍 목사님 가정(김인자 사모님, 찬미, 은혜, 기진)은 00년 2월 15일에 대전시 용운동으로 이사하여 가셨습니다.
* 00년 2월 28일에는 임마누엘기도원의 성기환 목사님께서 자재를 주셔서 진입 도로를 포장하였습니다.
* 3월 6일부터 두란노교회 박종덕 목사님께서 매주 월요일에 오셔서 공동체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십니다.
☻ 새터 공동체에서는 거처를 정하지 못하는 노인, 장애인 분들을 모시고자 합니다.
☻ 기도하며 함께하신 분들
낭월교회4여전도회,정진희,왕지교회,정진희,새빛교회,임마누엘기도원(성기환),어득자,진수정,매곡교회(양철호)성가대,예수마을,대덕교회,박운규,박종덕홍자연,한삼천교회(박상용),강준규,유인숙,이종국,최대현,김교은,채윤기,진희선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