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고발생 원천 차단 강조했지만 줄줄이 금융사고 국감에서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논란되면 강 회장 리더십도 큰 타격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은행에서 지난 23일 발생한 117억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는 농협의 내부통제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어 금융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를 계기로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에서 정하는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은행권의 내부통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칠 전망이어서 농협은행의 금융사고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는 정무위에서 금융기관 내부통제 제도가 국감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문제점과 대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기관의 내부통제와 관련된 현행법령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및 동법 시행령 등이 있다.
이 법의 제24조제1항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령 제19조는 보다 구체적으로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될 내용을 명시했다. 또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에서는 내부통제기준에 금융사의 가능한 모든 업무에 대해 업무 절차 및 해당 업무 시 준수 내용을 포함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 6월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고 7월에는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내부통제 방안이 채 결실을 맺기도 전에 대형 금융사고 발생으로 불길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의 지배구조는 최대주주가 농협금융지주로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농협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농협중앙회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와 별도로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지주 지분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금융기관으로 농협금융지주와 함께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맡고 있다. 농협은행의 국정감사는 정무위에서,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따로 열리게 되는 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손자회사인 농협은행의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자주 출석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문제점을 파헤칠 경우 농협중앙회 지배구조로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금융사지배구조법은 근본적인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변화를 유도하고자 실제로 업무를 관장하는 임원들의 관련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금융감독원이 농협은행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이같은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내부통제기준 위반 시 현행 1억원 이하 과태료 부과금액을 인상하거나 인적제재 대상의 범위조정, 인적제재에서 금전제재 변환 방안,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 등 내부통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개선방안 검토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미흡이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경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금융위에서도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가 거론될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산하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여러 현안들이 걸려 있기 때문에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미흡으로 지배구조가 국회에서 언급되는 데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하부조직으로 미래전략처와 경영혁신처 2개처를 둔 것도 주목받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계열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주요 임무다.
이에 앞서 강 회장은 금융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이사(CEO)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계열사 리스크가 농협중앙회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농협의 금융사고가 터질 때 마다 농협중앙회의 권력이 집중된 지배구조는 언제나 도마위에 올랐다. 농협중앙회 회장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도 맡고 있다.
지난 3월 제25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한 강 회장도 내부통제와 관리책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5월에는 농협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해 농협의 공신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해 내부통제와 관리책임을 강화해 임직원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고발생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고를 유발한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 및 무관용 원칙에 의한 처벌, 공신력 실추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의 지원 제한, 중대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 제한, 사고 발생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직권정지 등이 포함됐다.
실제로 강 회장은 “과거 기업들은 매출신장에만 몰두하여 윤리경영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의 윤리경영은 조직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사고예방을 위한 관리책임강화 발표는 새로운 농협 구축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 회장은 취임 후 사고발생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줄지어 터지는 금융사고에 어떻게 대처할지 강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