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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 에덴의 강
리처드 도킨스가 들려주는 유전자와 진화의 진실
1. 비대칭적 세포 분열
- 난자는 극성을 띤 공 : 화학물질의 농도가 다르다 → 효소가 특정 유전자를 켬
2. 미토콘드리아
- 한 사람의 미토콘드리아를 모두 이으면 지구를 2000바퀴 돈다.
- 미토콘드리아 이브(아프리카 이브) 태어난 날은 15~25만년 전
- 초점조상은 남성일 가능성이 좀더 크다 : 물레이 이스마엘
3. 현재 생물은 3,000만 종 : 이는 역대 30억 종의 1%에 해당한다.
4. 포유류 → 파충류 →조류, 양서류, 어류, 무척추동물
5. 동물들의 행동은 맹목적이다. 대충 비슷하면 달려든다 → 초정상자극
- 큰가시고기 수컷 : 붉은 색, Sex bomb
- 어미칠면조 : 움직임
- 나비수컷 : 나풀거림
- 꿀벌 : 올레산
- 나나니벌 : 기계적인 자동화
6. 맵시벌은 나비, 나방의 애벌레에서 영양을 취한다.
- 나나니벌은 메뚜기, 벌의 애벌레에서 영향을 취한다.
7. 백년 1걸음 → 다세포생물 시초까지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 거리
8. 코끼리물범 : 4%의 수컷이 교미의 88%를 차지한다.
9. 피셔의 법칙 : 수컷과 암컷에 대한 양육비 총액은 같다. 50:50
10. 하루살이 : 애벌레 3년, 성체는 몇 시간(성체는 창자도 없고, 먹을 수도 없다.) 생존. 짝짓기 후 죽는다.
11. 연어
- 대서양 연어
- 태평양 연어 : 인간의 죽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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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0:21
# 옮긴이의 말
- 과학은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용철)
과학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종교처럼 완전함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과학은 열려 있다. 과학은 언제든지 새로운 사실과 근거에 의해 부정될 수 있는 지식 체계다. 과학은 또한 닫혀 있다. 근거 있는 확실한 것만을 추구하며 모호하거나 터무니없는 억측, 독단적인 주장은 철저히 외면한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과학을 배운다. 그러나 ... 사람은 대개 과학을 통해 과학적인 태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밝혀낸 사실만을 기억한다. 사람들은 또 과학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가, 그렇지 못함을 발견하고는 절망한다. 그리고 그 해답을 과학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는다. ... 많은 사람들이 다시 종교로 돌아선다. 그러나 종교가 주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의심 자체에 대한 부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위해 체념하는 것 같다.
1장 디지털 신호의 강
#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갖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유전자를, 성공하지 못한 조상의 동년배들로부터가 아니라 성공한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기 때문에 성공적인 유전자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장차 조상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조상이 된다는 것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긴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생명체가 훌륭하게 설계된 기계를 만드는 유전자를 물려받는 경향이 있는 이유다. ... 그것이 바로 왜 우리가 삶을 사랑하고 섹스를 좋아하며 아이를 사랑하는가 하는 이유다. 이것은 우리가 한 건의 예외도 없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성공한 조상들의 계보로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장차 조상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생명체들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한마디로 다윈주의라고 한다. 물론 다윈은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 조상들이 성공하면 그들의 자손에게 물려주는 유전자는 그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았던 유전자보다 상대적으로 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들이 거둔 성공과 관련된 어떤 것이 그들의 유전자 위에 새겨지고, 그 결과 그들의 자손들은 날거나, 헤엄치거나, 짝짓기하는 데 전문가가 된다고. 그러나 이 생각은 틀렸다. 완전히 틀렸다! 유전자는 사용한다고 개선되지 않는다. 유전자는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무작위적인 실수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변하지 않고 전달된다. 성공이 훌륭한 유전자를 만들지는 않는다. 훌륭한 유전자가 성공을 만드는 것이다. 개체는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유전자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훌륭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개체는 자라서 성공적인 조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훌륭한 유전자는 그렇지 못한 것에 비해 미래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에는 어머니의 유전자 절반과 아버지의 유전자 절반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어머니의 유전자와 아버지의 유전자가 협력해 우리를 치밀하고 분해할 수 없는 혼합물로 만든다. 그러나 유전자 자체는 섞이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효과가 섞일 뿐이다. 유전자 자체는 부싯돌같이 단단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유전자는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 아버지의 유전자와 어머니의 유전자는 섞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독립적으로 유전되어 다시 결합한다. 우리 몸에 있는 어떤 한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거나, 아니면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다.
# 종에 대한 정의는 그 종에 속하는 모든 개체가 그들을 통과해 흐르는 같은 유전자의 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종이 가진 모든 유전자는 서로 좋은 동료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존의 한 종이 둘로 갈라지면 새로운 종이 생겨난다. 동시에 유전자의 강도 둘로 갈라진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종의 분화, 즉 새로운 종의 출현은 '영원한 이별'인 셈이다. 짧은 기간 동안의 부분적인 분리 이후 두 개의 강은 영원히, 또는 그중 하나가 말라서 모래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각자의 길을 간다. 각자의 강둑 안에 단단하게 갇힌 채, 강물은 유성 생식을 통한 재조합으로 섞이고 또 섞인다. 그러나 강물은 결코 강둑을 넘어 다른 강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하나의 종이 둘로 나뉘면 그 두 유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동료가 아니다. 그들은 더 이상 같은 신체 안에서 만나지 않으며, 더 이상 서로 협력할 필요도 없다.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의 짝짓기도 없다. 여기서 말하는 짝짓기란 문자 그대로 유전자들이 타고 있는 일시적 수레인 신체 사이의 성적 교접을 말한다.
'종의 분화'는 왜 일어나는가? 무엇이 유전자들 사이의 영원한 이별을 초래하는가? 무엇이 강을 둘로 나누고, 둘로 나뉜 그 지류를 다시는 만나지 않게 만드는가? 세부 사항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종의 분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발적인 지리적 격리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 만날 수만 있다면, 북아메리카산 회색다람쥐와 영국산 회색다람쥐는 교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만날 가능성이 없다. ... 두 유전자 대열은 기회가 닿는다면 여전히 훌륭한 동료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다. 아직은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은 아니지만 이미 그들은 작별을 고했다. 그렇게 갈라진 채 또 수천 년이 지나면 두 개의 강은 너무 멀리 떨어져 흐르게 되어, 회색다람쥐가 다시 만난다 해도 더 이상은 유전자를 교환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떨어져 흐른다'는 말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고 유전자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래전에 있었던 회색다람쥐와 청설모의 분리도 이와 같은 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두 종 사이에서는 교잡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유럽의 일부에서 같은 지역에 살며, 때때로 도토리를 두고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짝짓기하여 생식 능력이 있는 자손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들의 유전자 강은 그동안 너무 멀리 떨어져 흘러 왔다. 이 말은 그들의 유전자가 하나의 신체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기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여러 세대 전에 청설모의 조상과 회색다람쥐의 조상은 하나였고 같은 개체였다. 그러나 그들은 지리적으로 격리되었다. 아마 산맥이 솟아올랐거나,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대서양에 의해서 격리되었다. 그들의 유전자는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다른 방향으로 각자 변해 갔다. 지리적인 격리가 유전자의 부조화를 초래한 것이다. ... 훨씬 전에 있었던, 예를 들어 사람의 조상과 코끼리 조상의 분리에도, 또는 (사람의 조상이기도 한) 타조의 조상과 전갈 조상의 분리에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오늘날에는 대략 3000만 갈래의 DNA 강이 있다. 그 숫자는 지구상에 있는 종의 수를 어림잡은 것이다. 현존하는 종 수는 지금까지 출현했던 전체 종 수의 약 1퍼센트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DNA 강은 원래 전부 약 30억 갈래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3000만 갈래의 강은 되돌릴 수 없이 분리되어 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말라서 사라질 운명이다. 대부분의 종은 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3000만 개의 강(편의상 강의 지류도 강이라 하겠다.)을 따라 과거로 거슬로 올라가면 그것들이 다른 강과 하나 둘씩 합류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약 7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유전자 강은 침팬지의 유전자 강과 합류한다. 거의 동시에 고릴라의 유전자 강과 합류한다. 수백만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가 속한 아프리카 유인원의 강은 오랑우탄의 유전자 강과 합류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긴팔원숭이의 유전자 강과 만난다. ...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의 강은 설치류, 고양이류, 박쥐류, 코끼리 등 다른 주요 집단과 합류해 포유류의 강의 된다. 그런 다음 파충류, 조류, 양서류, 어류, 무척추동물의 강을 만난다. ...
오늘날이 포유류의 조상이 되는 동물이 포유류가 아닌 어떤 종에서 갈라져 나왔을 때, 그 사건은 다른 어떤 종의 분화보다도 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 지구를 여행했던 박물학자가 있었다면 그 사건을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유전자의 강에서 새로 생겨난 지류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불과했다. 그것은 작은 야행성 생물로, 포유류가 아닌 사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색다람쥐와 청설모의 차이에 불과했다. 결국 그것이 포유류의 조상임을 안 것은 나중의 일이다. 당시에 그것은 단지 포유류를 닮은 파충류 중 한 종이었을 뿐이리라. 공룡의 먹이가 된, 주둥이가 뾰죡하고 곤충을 잡아먹는 10여 종의 작은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
척추동물(그리고 다른 동물)이 갈라져 나온 강에서 연체동물(그리고 다른 동물)이 갈라져 나온 강이 분기할 때(아마 벌레 같았을) 두 종류의 생물은 비슷해서 교잡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짝짓기를 하지 못한 유일한 이유는 우연히 어떤 지리적 장벽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전에는 하나로 합쳐 흐르던 물을 마른 땅이 갈라놓은 것처럼...... 두 집단에서 각각 연체동물과 척추동물이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 두 개의 DNA 강은 이제 막 갈라진 작은 시냇물에 불과했고, 두 동물 집단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했다. ...
연체동물과 갑각류처럼 완전히 다른 생물도 원래는 지리적으로 격리되었을 뿐인 같은 종의 집단들이었다. 만날 수만 있었다면 격리된 다음에도 잠시 동안 그들은 서로 짝짓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수백만 년 동안 서로 분리되어 나름대로 진화한 후에, 그것들은 오늘날 동물학자들이 분류하는 방식에 따라 각각 연체동물과 갑각류가 되었다.
# 커다란 동물 집단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는 것이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유전 암호는 한 언어에 64개의 단어가 있고 이것들은 다른 언어의 21단어에 대응하도록 표시되어 있는 사전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똑같은 64:21 대응이 우연히 두 번 일어날 확률은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분의 1보다도 작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동물, 식물, 세균과 그밖의 모든 생명체의 유전 암호는 문자 그대로 동일하다. 따라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조상에서 유래했음이 확실하다. 이 점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오늘날 암호 그 자체가 아니라 유전 정보의 배열을 조사한 결과, 곤충과 척추동물에서 놀랍도록 유사한 점이 발견되었다. 곤충의 체절화된 신체를 설계하는 데는 상당히 복잡한 유전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런데 섬뜩할 정도로 닮은 유전적 기구가 포유류에서도 발견되었다. 분자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동물들은 서로 상당히 가까운 친척이다. 심지어 식물과도 가까운 친척 관계다. 인간의 먼 친척을 찾으려면 세균한테 가야만 하는데, 그 경우에도 유전 암호 그 자체는 동일하다. ... 유전 암호에 관해 그런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이유는 유전 암호가 엄격한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식은 정확하게 셀 수 있다. 유전자 강은 디지털 신호의 강이다.
# 나는 DNA의 분자 구조를 해명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만큼 오랫동안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받은 노벨상은 ... 그들의 업적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다. ... 그 두 젊은이가 1953년에 촉발시킨 사고 전환의 결과, 의학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혁명적인 변화를 겪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자체에 관한 내용이나, 유전 질환에 관한 원인 규명은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왓슨과 크릭 이후의 분자생물학이 이룬 진정한 혁명적 발견은 유전 정보가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왓슨과 크릭 이후, 유전자 자체는 DNA의 작은 내부 구조 안에 들어 있는 순수한 디지털 정보의 긴 사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그것은 신경계처럼 불충분한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컴퓨터나 콤팩트디스크처럼 완전하고도 강력한 의미의 진정한 디지털 방식이다. 유전 암호는 ... 4개의 기호를 사용한 4원 부호다. 유전자의 암호 체계는 섬뜩할 정도로 컴퓨터를 닮았다.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다르다는 것만 제외하면 분자생물학 학술지의 각 장은 컴퓨터 공학 학술지의 내용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핵심을 새롭게 설명하는 이 디지털 혁명은 생기론(Vitalism, 살아 있는 물질은 살아 있지 않은 물질과 뭔가 큰 차이가 있다는 믿음)에 가해진 최후의 일격이었다. 1953년 바로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는 원형질에는 뭔가 근본적이고 해명하기 힘든 신비로운 것이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생명에 관한 기계론적 관점에 경도된 철학자들도 그들의 투박한 꿈이 그렇게 완벽하게 이루어질 줄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영혼이 인도하는 생명력이 약동하고 솟구치고 움트는 신비스러운 원형질 젤리 따위는 없다. 생명이란 단지 디지털 정보의 바이트들과 바이트들이다.
유전자는 의미의 변화나 퇴화 없이 암호화하고 기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순수한 정보다. 순수한 정보는 복제될 수 있다. 디지털 정보이기 때문에 복제의 충실도도 대단히 높다. DNA 문자는 오늘날의 공학자들이 개발한 어떤 것과도 맞먹을 수 있는 정확도로 복제된다. 세대를 거치며 복제되면서 이따금씩 실수를 하며 다양성이 생겨난다. 그 중 암호를 해석해 지시를 이행했을 때, 담겨 있는 DNA 메시지를 보존하고 증식시키기 위해 신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유전자가 다른 것보다 숫자가 많아진다. 모든 생명체는 그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번식시키도록 프로그램된 생존 기계다. 디지털 데이터베이스가 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다윈주의란 '순수한 디지털 암호의 수준에서 살아남은 자의 생존'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유전자는 수천만 세대 동안 스스로 복제할 수 있고, 전혀 퇴락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이 제거하거나 보존할 불연속적인 돌연변이는 예외로 하고, 오로지 복제 과정이 완벽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다윈주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디지털 방식의 유전체계만이 영겁의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다윈주의를 지탱할 수 있었다. 이중 나선의 해인 1953년은 생명에 관한 신비주의적이고 무지몽매한 관점이 종말을 고한 해다. 뿐만 아니라 다윈주의자들에게는 그들의 주제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해로 볼 수 있다.
# 유전자는 세대를 거치면서 자신의 복제품만 만들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사실상 신체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들어가 있는 신체의 행동과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신체도 역시 중요하다.
2장 아프리카 이브
# 우리 모두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가까운 사촌 간이다. 이것은 단순한 계산으로 산출되는 수보다도 훨씬 적은 조상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언젠가 한 학생에게, 이런 방법으로 조상을 추적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나와 그 학생의 가장 최근의 공통 조상이 얼마나 오래전에 살고 있었는지를. 그 학생은 ... "원숭이 시절이요."라고 대답했다. 용서할 수 있는 직관의 비약이었지만 틀린 말이다. 그 말은 그 학생과 나의 공통 조상이 수백만 년 전에 살았다고 추측한 것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그 학생과 나의 가장 최근의 공통 조상은 기껏해야 수백 년 전, 아마 정복자 윌리엄 이후 시대에 살았을 것이다. 연결 고리가 복잡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확실히 사촌간이다.
# 충분히 먼 과거(이를테면 3억 5천만 년 전)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개체는 우리 모두의 조상이거나 우리 중 어느 누구의 조상도 아닌 개체로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얼마나 먼 과거여야 충분히 먼 과거인가? ... 2005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조상인 한 사람을 만나려면 얼마나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가? 이것은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 ...
아프리카 이브는 종종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도 부른다. ... 20억 년 전, 미토콘드리아의 먼 조상은 자유롭게 살아가던 세균이었다. 그것들은 여러 종류의 다른 세균과 함께 더 큰 세포 안에서 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원핵생물인 세균의 공동체가 더 큰 진핵 세포가 된 것이다. 우리 각자는 상호의존적인 100조 개의 진핵 세포가 모인 공동체다. 그 세포 하나하나는 또 특수하게 길들여진 수천 개의 세균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 한 마리의 동물 또는 한 그루의 식물은 마치 열대 우림처럼 작은 공동체로 채워진, 여러 층이 상호 작용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다. 열대 우림 자체는 약 1000만 종의 생물이 들끓는 하나의 공동체다. 그 모든 종의 각 구성원은 그 자체가 또한 길들여진 세균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공동체다.
# 모든 인류가 하나로 합쳐지는 분기점(미토콘드리아 이브가 탄생한 날)은 25만 년 전과 15만 년 전 사이에 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아프리카 인이든 아니든, 우리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 우리는 25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흩어져 나온 자손들이다. 그런데 이것은 두 번째로 흩어진 것이다. 그보다 먼저인 것은 대략 1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나와 중동과 아시아에 자리를 잡은 사건이다. ... 2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모두는 결국 아프리카 인이다.
3장 모르는 사이에 점차 나아지기
# 이 장을 쓴 목적은 복잡한 장치가 제 기능을 다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논리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 원시적이고 조잡한 눈에서 시작하여 매끄럽고 연속적인 중간 단계를 거쳐 매나 젊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눈에 이르는 점진적인 진화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 조심스러운 가정에도 불구하고 평평한 피부에서 물고기의 눈이 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만 세대 이하로 길지 않았다. 우리가 논하는 작은 동물의 경우는 1년에 1세대가 지난다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훌륭한 성능의 카메라눈이 진화하는 데는 50만 년 이하가 걸리는 것이다.
닐손과 페글레르가 이끌어낸 결과를 볼 때, 동물계에서 최소한 40번에 걸쳐 각각 독립적으로 눈이 진화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느 계통을 통하더라도 눈의 진화를 5,000번 반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작은 동물에서의 전형적인 세대 길이를 가정하면, 눈이 진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아주 길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은 지질학자가 보기에는 너무 짧아서 측정할 수 없는 정도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그것은 순간이다.
모르는 사이에 점차 나아지기. 진화의 핵심은 바로 점진성이다. 이것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원리다. 어떤 경우에는 진화의 어떤 작은 사건이 갑작스러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급속한 진화의 중간중간에 쉼표가 있을 수도 있고(자손이 부모의 어느 쪽도 닮지 않은 경우) 뜻밖의 거대 돌연변이가 있을 수도 있다. 확실히 갑작스러운 단절이 있다. 이것은 아마 지구에 혜성이 충돌하는 것과 같은 거대한 천재지변에 의해 야기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공백은 포유류가 공룡의 자리를 대신했듯이, 빠르게 발전하는 후보 선수에 의해 채워진다. 진화가 실제 상황에서는 언제나 점진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눈처럼 복잡하고 명백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대상이 존재하게 된 과정을 설명할 때에는 진화가 반드시 점진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우에 그것이 점진적이지 않으면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점진성이 없다면 우리는 기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것은 설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각 단계가 행운이지만 너무나 우연한 것은 아닌, 작은 단계들을 통한 점진적인 진화가 그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다. 따라서 점진적이지 않으면 그것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 어떤 생물도 '불완전한' '중간 단계'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죽은 고대의 벌들도 훌륭한 삶을 영위했다. 그들은 벌의 삶을 완전하게 살았고 자신들이 '더 나은' 어떤 것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오늘날'의 벌춤은 최후의 언어일 수 없다. 세월이 흐른 뒤 좀 더 정교한 것으로 진화할 수 있다.
4장 신의 효용목적
# 자연은 잔인하기보다는 단지 무관심하고 냉담할 뿐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내용의 하나다. 우리는 선의도 악의도 없고, 잔인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으며, 단지 냉담할 뿐(모든 고통에 냉담하며, 아무런 고의도 없는 상태)인 어떤 사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 이 책의 1장은 독자들에게 자연이 극대화하려는 생명체의 진정한 효용 목적은 DNA의 생존이라는 관점을 준비시키기 위해 쓴 것이다. 그러나 DNA는 자유로이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체 안에 갇혀 있으므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최상의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 이 장에서 나는 실제적인 예를 공학적으로 역추적하려고 한다. 그래서 생명체가 극대화하려는 것이 DNA의 생존이라 가정하면 모든 것이 얼마나 명확해지는가를 보여 줄 것이다.
# 나이팅게일의 노래, 꿩의 노래, 반딧불이의 깜박임, 그리고 열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의 무지갯빛 비늘 등은 모두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환희를 위해 만든 아름다움이 아니다. 단지 우연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즐긴다면 그것은 일종의 보너스요 부산물이다. ... 생물계의 모든 곳에서 부지런히 극대화하려는 것은 어느 경우에서든 DNA의 생존이다.
# 명금류(鳴禽類)의 수컷은 위험할 정도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노래하는 데 소비한다. 이것은 그들을 위태롭게 한다. 포식자를 유인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재충전할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굴뚝새의 생태를 관찰한 한 학생은 그가 관찰한 야생의 수컷 중 한 마리는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울었다고 한다. 진심으로 그 종의 장기적인 복지를 위하는, 심지어 그 특정한 개체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하는 효용 목적이라면 어느 것이든 노래하는 데 드는 노력을, 과시하는 데 드는 자원을, 수컷들끼는 싸우는 데 드는 에너지를 줄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극대화해야 하는 것은 DNA의 생존이기 때문에 어느 것도 DNA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수컷을 암컷에게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 외의 어떤 효과를 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가 절대적인 미덕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유전자가, 무엇이든 암컷이 매력을 느끼는 자질을 수컷에서 제공하면 그 유전자는 싫든 좋든 살아남을 것이다.
# 왜 숲 속의 나무들은 그렇게 키가 클까? 단지 경쟁하는 나무들보다 높이 솟기 위해서다. 분별 있는 효용 목적이라면 나무들이 모두 키가 작은 상태로 머물러 있게 배려했을 것이다. 키가 작아도 똑같은 양의 햇빛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굵은 줄기와 부피 큰 버팀대를 만들 필요가 없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그러나 모든 나무들이 키가 작다면, 자연선택은 다른 것보다 조금 더 크게 자란 변이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판돈은 커지고 게임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면 다른 것들도 거기에 따라야 한다. 모든 나무들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그리고 허황될 정도로 커질 때까지 그 게임은 치열해진다. 누구도 말릴 수 없다.
# 신의 효용 목적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신의 효용 목적은 그 뿌리를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비협조적으로 남을 밟고 오르려는 성질에 두고 있다. ... 확실히 해 두자. 유전자들은 때때로 개체 수준에서 이타적인 협력 자세를 갖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심지어 개체 자신을 희생하도록 하여 그들의 이기적인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 집단의 복지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지 유전자가 바라는 1차적인 목적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인 유전자'의 의미다.
# 헨리 포드의 이야기(고장나지 않은 자동차 부품을 품질이 안 좋은 걸로 대체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주요 교훈은 의심할 여지없이 옳다. 어떤 동물의 부품 하나가 너무 품질이 뛰어나다면 자연선택은 그것의 질을 신체의 다른 부품들의 질과 균형을 이루는 점까지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하로는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자연선택은 신체의 모든 부위에서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질 때까지 품질을 상향 조정하거나 하향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자연의 효용 목적은 긴 수명 그 자체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 단지 미래의 번식을 위하는 측면에서 수명 연장을 평가할 뿐이다.
# 자연은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다. 고통받는 것을 지양하지도 않고 그것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자연은 고통이 DNA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그것이 어떠하든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자연계에서 1년 동안 나타난 고통의 총략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이 문장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산 채로 먹히고 있다. 다른 놈들은 공포에 흐느끼며 살기 위해 달리고 있고, 다른 놈들은 기생충에 의해 몸속에서부터 천천히 갉아먹히고 있다. 모든 종에서 수천의 개체들이 굶주림과 갈증, 질병으로 죽어간다. 틀림없이 그렇다. 만약 풍요한 시절이 온다면, 바로 그 사실이 개체군을 자동적으로 증가시킨다. 그래서 이번에는 늘어난 개체군에 의해 굶주림과 불행의 자연적인 상태가 다시 나타난다.
# 우주가 단순히 전자와 이기적인 유전자의 집합이라면 그 버스 사고(어린이 버스 사고)와 같은 의미 없는 비극은 똑같은 의미 없는 운에 의해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우주는 의도적으로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어떤 종류의 의도도 공표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물리적 힘과 유전적 복제로 이루어진 우주에서 어떤 이는 고통을 받고, 어떤 이는 행운을 얻는다. 거기에서는 어떤 이유나 암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어떠한 정의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그 근저에 어떤 계획도 의도도 선악도 없고, 단지 맹목적이고 무자비한 무관심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을 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그러한 성질들을 정확하게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불운한 시인 하우스먼은 다음과 같이 읊었다.
무정한 자연은, 제정신을 잃은 자연은
알지도 못하며 신경 쓰지도 않을 것이다.
DNA는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DNA는 단지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DNA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뿐이다.
5장 복제자 폭탄
# 복제자 폭탄(생명)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은 스스로를 복제하는,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어떤 존재의 자연 발생이다. ... 생명을 폭발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스스로를 복제하는 존재의 발생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유전 현상의 발생과도 같은 의미다. 이것은 보통의 분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성질이다.
# 생명 폭발의 시발점에는 어떠한 마음도 없었다. 창조성도 의도도 없었다. 단지 화학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스스로를 복제하는 화합물이 생겨나자, 더 성공적인 변종이 덜 성공적인 변종을 물리치고 빈도수를 늘리는 자동적인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성공적인' 화학적 복제자들이란 행운의 편지와 마찬가지로 단지 순환하는 빈도가 높은 것들을 말한다.
# 이 지구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독자적인 DNA 복제 시스템은 박테리아다. 그것들은 필요한 성분들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 200여 개의 유전자들을 필요로 한다. 박테리아가 아닌 세포들을 진핵 세포라고 부른다. 사람의 세포, 그리고 모든 동물, 식물, 균류, 원생생물들의 세포는 진핵 세포다. 그들은 대개 수만에서 수십 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 한 팀으로 활동한다. 2장에서 보았듯이, 지금은 진핵 세포 자체를 대여섯 개의 박테리아 세포들이 함께 모여 한 팀으로 살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