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산업,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재편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식(食)의 전쟁 1차 산업이 미래다’ 보고서 발표
자료출처 : 식품외식경제 2011. 05. 13.
우리나라 식(食)산업의 현 주소와 미래
농축수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다. 식산업의 전초기지이고 2·3차산업을 생성하는 부가가치의 핵심을 이루는 성장형 미래산업이다. 소수의 식량대국이 세계 식량수요 증가를 책임지는 구조에서 식량산업의 중요성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증권 전종규 책임연구위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식(食)의 전쟁 1차 산업이 미래다’ 연구보고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식(食)산업의 현 주소와 미래를 조명했다.
유통산업, 메이저기업 의존도 높다
농수산물 유통산업은 크게 도매유통과 식품유통으로 구분한다. 도매유통은 글로벌 메이저 업체가 독점 구조를 갖췄다. 이른바 ‘ABCD’ 복합체로 불리는 4대 회사가 국제 곡물시장의 75% 이상을 장악했다. 곡물의 국제 거래는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생산자→중간수집상→수출업체→수입업체의 4단계로 이뤄지는데 곡물 메이저는 중간수집상에서 수출까지 지배하고 있다.
한국의 식량 수입도 편중된 구조로 특정국가와 곡물 메이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주요 수입곡물인 옥수수, 밀, 대두는 대부분 미국, 중국,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에서 수입하며 전체 곡물 수입물량의 72.9%는 외국계 회사가 맡고 있다. OECD 국가 중 농산물자립도가 낮은 수준인 한국으로서는 국제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옥수수만 해도 미국(49.1%), 중국(41.6%), 브라질(4.8%), 아르헨티나(3%) 4개국이 98.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수산물 유통환경과 소비구조는 변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소득수준향상에 의한 구조적인 변화다. 식품유통환경의 변화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주식 및 곡류 소비는 감소하고 축수산물, 채소류의 소비가 증가한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40년 동안 연간 1.5%감소한 반면에 육류(3.9%), 과일류 (4.5%), 채소류(2.2%)는 꾸준히 증가했다.
둘째, 유통구조가 단순화되고 수직화 되고 있다. 현재 농식품의 유통경로는 공산품에 비해서 길고 복잡하다. 수요측면에서 소매상이 영세하고 지역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고, 공급측면에서도 많은 수의 농·어민 등의 영세 생산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단계 유통구조는 높은 유통비용(40%)과 품질관리 문제를 안고 있어 대형화와 수직계열화는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4단계의 유통구조가 2단계로 압축되는 추세다.
세 번째, 무점포 유통채널 성장이 가파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한 전자상거래와 TV홈쇼핑, 인터넷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의 새로운 기회이자, 구조적 재편의 촉매제 역할이 예상된다.
식자재 유통시장,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
식자재 유통시장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그림 1>
첫째, 외식산업은 꾸준한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인구통계학적인 변화가 이끄는 사회적인 현상 때문이다. 식문화의 변화는 여성활동인구 증가, 고령인구 비중 확대, 그리고 소인가구수의 증가가 동반하는 구조적인 흐름이다. 여성경제활동 인구수가 10년 전에 비해 200만명이 증가했고, 2인 이하 가구수는 10년 후에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간편한 조리식품과 외식산업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간편한 조리식품과 외식산업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식자재 유통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식자재 유통시장은 업체용(B2B)과 가정용(B2C)으로 나뉜다. 업계에 따르면 B2B시장은 약 23조원, B2C는 약 50조원의 거대한 시장이다. B2B시장은 2014년까지 약 30조원의 시장이 예상되고 있다. B2B시장은 단체급식, 식당, 중소 식품제조업체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이 중 식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71%에 달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전체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6%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이유는 △체계화된 시스템 부재로 무자료 거래가 많았고 △복잡한 중간유통구조 △수요업체의 영세성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식당과 수요처가 체인화·대형화 구조로 몸집을 키우고 있고, 정부의 세무감독 강화로 무자료 절세 가능성은 축소되는 추세로 대기업 점유율은 높아질 전망이다.
셋째, 산지에서의 대량구매 유통채널을 확보함으로서 대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계속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2001년 이후 연평균 13%의 성장을 이어왔던 식자재 유통은 더욱 빠른 속도로 시장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유통업체의 밸류체인 내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다. 전국 할인점 점포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할인점 성장은 둔화된다. 할인점의 남은 성장전략은 해외진출과 상품차별화다. 식품부문의 PL·PB가 확장되는 이유다. 전술한 대로 사회구조의 변화는 여성경제활동의 인구증가, 2인 이하 가구수의 증가와 맞물려 편의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량구매, 신유통경로가 증가하면서 유통채널을 확보한 유통사 자회사의 시장 지배력은 강화될 것이다.
유통사와 제조업을 보유한 대기업은 유통구조의 수직통합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구축하려는 시스템은 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원스톱(One-Stop)서비스 시스템이다.
<표 1>
식품가공산업, 본격적인 시장재편의 서막
식품소비 패턴이 진화함에 따라서 식품가공산업의 규모화, 대형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료제조업의 경우,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사업체는 3070개에서 3916개로 27.6% 증가한데 반해, 매출액은 27조원에서 53조원으로 96.3% 증가했다.
식품가공업체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기업 지배력이 가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식품가공산업에서 규모화가 진행되는 이유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위한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생산공정에서 효율성이 향상되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 300명 이상의 식품가공업체는 0.9%에 불과하나 매출액 비중은 16%에 달한다. 산업의 구조재편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뜻이다.
식품가공산업의 가치사슬에서 곡물가공은 시장지배력이 이미 확고해진 부문인데 반해 축수산물가공 부문은 본격적인 시장재편이 시작되는 초입단계에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산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돈육가공은 양돈농가가 생산한 돼지를 소비자가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체(지육)부위별로 정형하는 1차 가공과 1차 가공돈육을 이용해서 햄, 소시지, 분쇄가공육제품, 양념육류 등을 제조하는 2차 가공으로 구분된다.
1차 돈육가공산업은 원료돈의 구매 및 부분육 판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2차 가공은 돈육을 가공해서 제품으로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국내 1차 돈육 가공업체는 약 700개이며(HACCP 인증기업 385개), 2차 가공업체는 200여개(HACCP 인증기업 116개)다. 돈육산업은 1980년대 햄·소시지 소비의 폭발적인 소비증가로 연평균 26%의 성장을 보였으나, 2000년 이후 연간 3.6%의 포화시장 성장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육가공산업의 수직계열화와 대형화에 주목해야 한다. 축산시장은 꾸준한 성장시장이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경쟁과 비효율적인 유통시스템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육가공 수직계열화 사례는 도드람협동조합이 있다. 1992년 도드람사료와 도드람푸드 설립을 통해 양돈산업의 수직적 결합체제를 구축한 후 2004년 지분출자를 통해 사료공장, 도드람푸드, LPC등의 통합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육계산업은 성장성과 가치가 공존하는 산업이다. 글로벌 닭고기 소비는 최근 30년간 연평균 5.4%씩 성장해왔다. 선진국과 신흥국가 공히 소득증가와 동반해서 소비가 증가하는 웰빙형 식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육계산업은 세 가지 기회를 맞고 있다.
첫째, 육계시장의 성장잠재력이 여전히 높다. 경제규모에 비해서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의 1/3, 대만의 57%에 불과하다.
둘째, 대형업체 중심으로 산업 수직계열화가 본격화된다. 3년 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기업당 평균 매출규모가 2.4배로 급증했다. 기업 통폐합은 시장지배력 강화의 기본조건이다. 최근 3년간 닭고기 가공업체는 62개에서 37개로 40% 감소한데 반해, 생산액은 1조9천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세 번째, 정부정책과 소비 트렌드가 산업구조재편에 우호적이다. 구제역과 AI 발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진하다. 수입축산물 시장개방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정부의 정책적인 방향은 대형화와 경쟁력 확보로 집중된다. 공급능력이 탁월한 대형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 더불어 최근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육계산업의 브랜드화가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표 2>
수산물가공산업은 격렬한 산업재편의 바람을 타고 기업수가 압축되는 가운데 외형성장은 꾸준히 이어졌다. 2007년 이후 3년간 기업수가 729개에서 695개로 감소한 반면 매출액은 2조2600억원에서 2조6400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이른바, 수산물과 닭고기와 같은 백색고기는 소득수준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선진국형 육류다. 글로벌 소비트렌드는 곡물과 축산물에 비해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수산가공업계에 피시플레이션(fish+inflation) 바람이 불고 있다.
수산물 가격의 중장기 강세를 예상하는 이유는 첫째, 수산물의 수요처 다변화다. 농산물 스토리와 유사하다. 현재, 수산물 생산량의 1/3이 어분 혹은 어유로 만들어져 가축사료로 쓰이거나, 양식어류 사료로 사용된다. 또한 수산물이 유력한 대체에너지의 자원과 바이오자원으로 부상중이다.
향후 20년간 수산물은 다양한 가공루트를 통해서 자원의 보고로 사용될 수 있다.
둘째, 산업개편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강력한 시장지배력이 확보되고 있다. 시장 정체국면에서 산업 구조재편이 이루어지면서 부문별로 상위업계가 시장전반을 지배하는 구도로 정착됐다. 참치선망의 경우 상위 4개사의 시장점유율이 97%에 달한다.
셋째, 신흥대국의 소비수요가 확대된다. 중국이 강력한 수산물 소비자로 떠오른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980년 불과 1.4%에 머물렀으나 2010년에는 29.3%까지 성장했다. 수산가공시장의 위기이자 기회다. 수산양식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식산업으로 글로벌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글로벌 교역량도 증가하고 있다.
넷째,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오염에 따른 수산물 식품 안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산물 소비둔화 우려가 나타날 수 있으나 수산물 소비대국인 일본의 수입물량 확대로 가격상승과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한국 대형업체에게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정리=장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