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2557#home
"미 ACCME 정식 인증 획득…자생 비수술 치료 세계화 공인"
인터뷰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이 미국 평생의학교육인증원(ACCME)의 자생한방병원 정식 보수교육기관 인증서 앞에서 이번 인증의 의미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외국, 그것도 첨단 의학의 본고장인 미국의 의사가 국내 한방병원, 한의사에게서 한의학을 배운다. 그리고 그 치료법 그대로 자국의 환자를 치료한다. 과연 가능할까. 꿈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도 절반은 가능하다. 실제로 외국 의사나 의대생들이 매년 한의학을 배워간다. 나머지 절반도 먼 얘기는 아니다. 이를 현실화하는 데 자생한방병원이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 평생의학교육인증원(ACCME)으로부터 정식 인증 보수교육 제공기관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 최초이자 미국 외 기관으로서는 세계에서 네 번째다.
ACCME는 미국의사협회·미국병원협회·의학전문학회협의회·미국의과대학협회·병원의료교육협회·미국전문학회연합회·주의학위원회연맹 등 미국 내 7개 의료·의학 관련 전문 단체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독립기관으로, 의사의 보수교육과 전문성 개발을 관리·인증하는 곳이다. 즉, 미국 의사들이 의사면허 유지를 위해 매년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을 자생한방병원이 하게 됐다는 의미다. 자생의료재단 신준식 명예이사장에게 이번 ACCME 정식 인증의 의미를 들었다. 그 의미는 생각보다 컸다.
-자생한방병원의 ACCME 정식 인증이 갖는 의미는?
“한마디로 자생의 비수술적 치료법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자생한방병원의 교육시스템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의료 전문기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제 미국 의사들이 자생의 보수교육을 받게 되는 건가.
“ACCME 보수교육은 미국 내 의사에게 제한되지 않는다. ACCME와 연계를 맺은 유럽 평생의학교육인증원, 캐나다 왕립 의사 및 의과대학 등 해외 의료단체들의 보수교육으로도 통용된다.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영국·스페인·노르웨이·호주·뉴질랜드 등 30여 개국에 달한다. 즉 미국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의료진이 자생한방병원의 보수교육을 이수하면서 의사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ACCME 정식 인증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다.
“2019년에 ACCME 임시 인증을 취득했다. 근데 얼마 안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기존 온·오프라인 보수교육 계획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했다. 근데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해 2월부터 발 빠른 전면 온라인화 전환을 통해 최신 콘텐트를 개편했고, 교육 평점을 발급하는 플랫폼 등 인프라 구축도 서둘렀다. 다만 ACCME 정식 인증은 국내에서 의료계를 포함해 자생한방병원이 최초다. 인증 기준은 핵심 13개 기준이 있는데 이를 모두 충족시켜야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전 세계에서 정식 인증을 받은 기관이 자생을 포함해 아직 4곳밖에 없을 정도로 기준이 까다롭다. 도움이나 조언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정식 인증 기관엔 어떤 권한이 있나.
“외국 의사에게 보수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 기관과의 ‘공동 보수교육’이 가능하다. ACCME 인증 보수교육 제공기관의 권한 중 하나다. 즉 ACCME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교, 협회, 의료기관 등도 자생한방병원과 협력해 보수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ACCME로부터 정식 보수교육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자생한방병원이 미국을 포함한 해외 30여 개국 의료인을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제공하는 국제적인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국내 대학병원도 우리와 협력해 보수교육을 해외 의료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 일환으로 자생한방병원은 오는 11월 ‘2021 제3회 자생 국제학술대회’를 시작으로 공동 보수교육을 적극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미국 아칸소 보건교육대학과 공동 주최로 온라인 보수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게다가 정식 인증 기관은 보수교육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어떤 특정 프로그램만 인정받은 게 아니라 그 제공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권한까지 일임된 것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그동안 자생이 추구한 한의학의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의 한 퍼즐이기도 한데.
“그렇다. 30여 년 전부터 우리는 표준화, 과학화, 세계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표준화 작업부터 했다. 21개 전국 자생한방 의료기관에서는 같은 환자에 대해 진단과 치료법이 같다. 환자 예후도 같다는 의미다. 의사에 따라 진단명도 다르고 약도 다르면 환자는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표준화는 그래서 필요했다. 또 한의학이 경험적으로나 역사적으로는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지만 현대과학에서, 또 그 방식으로 입증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것이 한의학의 과학화다. 한마디로 ‘한의학 R&D’다.
1년에 15~20편의 논문이 자생의 이름으로 국제저널에 게재되고 있다. 130여 편의 논문이 나왔다. 이를 통해 ▶자생한방병원 대표 보약 육공단의 Egr1 단백질 활성화를 통한 기억력 증진 효과 ▶신바로약침의 척추관협착증 증상 개선 및 관절고의 관절 통증 감소 기전 규명 ▶NSAIDs 진통제보다 급성 요통 감소 효과가 5배 큰 동작침법 등 수많은 결과를 입증했다. 세계화에서도 큰 도약이 필요했다.”
사실 자생한방병원은 그동안 꾸준히 ‘한의학 세계화’에 탄탄하고 묵직한 주춧돌을 쌓아 왔다. 추나요법이 미국 UC어바인 의대 정규과목으로 채택됐고 미시간주립대 보수교육 과목으로 선정된 바 있다. 추나요법과 동작침법이 미국 오스테오페틱의학협회 보수교육 과목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신준식 명예이사장에겐 충분하지 않았다.
-왜 ACCME 정식 인증이었나.
“미국 의사들과 국제 세미나도 열고 직접 그들에게 강의하면서 보수교육으로 인정되기도 했지만 일시적이었다. 평생 보수교육으로 인정받은 건 아니었다. 또 해외 학회에서 걷지 못하던 허리 디스크 환자를 현장에서 신청받아 치료해 스스로 걷게 하면 열광하고 환호하지만, 내가 돌아오고 나면 그 열기는 다시 가라앉는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래서 해외 현지에서 우리의 치료법이 제대로 인정받는 절차가 없을까 알아보던 중에 ACCME 인증을 알게 됐다. 이 문을 두드리고 뚫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서양의학 본고장에서 검증받아 미국 의사들에게 보수교육을 하면 결국 미국 국민에게도 쓰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임시 인증부터 먼저 받게 된 것이다.”
-한의학의 세계화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나.
“(ACCME 정식 인증을 통해) 60%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목표까지 아직 40%는 남았다.”
-나머지 40%는 어떤 것인가.
“미국 유수의 의과대학, 코넬대학병원이나 존스홉킨스대학병원 같은 세계 최고 병원의 센터에 자생치료법이 들어가는 것이다. 또 그곳의 의사들이 배워서 환자들에게 치료하는 것이다. 이들 센터가 자생의학을 도입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이들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남아 있다. 그것이 한의학 세계화의 마지막 그림이다.”
-이외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우선 대학과 연합해 R&D를 집중·발전시키려 한다. 통합의학대학원을 설립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앞으로도 선친의 주문이기도 한 한의학의 과학화·세계화 등의 신념을 지키고 실행에 옮기겠다. 30여 년간 준비해 온 덕분에 지금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만약 지금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힘들겠지만 이제는 노력하면 그 열매를 딸 수 있지 않을까.”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