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과의 설전 우암 박성준
서울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인 올림픽공원은 88올림픽 이후 40여 년 동안 수많은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책 장소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수목과 꽃들이 사계절을 장식하는 이 공원은 초기에는 토끼, 다람쥐, 꿩, 산비둘기 같은 야생동물도 함께 서식하며 자연 생태계가 잘 유지되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공원의 분위기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공원 곳곳에 길고양이들이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처음엔 한두 마리에서 시작된 길고양이들이 어느새 수백 마리로 불어났다. 공원을 점령한 듯한 고양이들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했고, 토끼와 다람쥐는 자취를 감췄다. 꿩과 작은 새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됐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나는 산책 도중 여러 번 캣맘들과 설전을 벌이게 되었다.
캣맘들은 고양이들이 생존할 권리가 있으며,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이 길고양이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매일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하며, 자신들의 활동이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캣맘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이 모든 일의 발단은 사람이 저지른 일이다. 사람이 버리고, 사람이 부주의로 잃어버린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 모른 척하고 내버려 두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으니 우리가 나서서 살리는 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 캣맘들이 사료를 공급하지 않으면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음식물을 훔치기도 하고, 발정기 때의 듣기 거북한 울음소리 등 생활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넷째, 캣맘의 활동이 없으면 배고픈 길고양이가 들짐승을 잡아먹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사료 공급이 생태 환경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럴진대 우리의 활동을 막거나 비난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당신이 버려진 길고양이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비난만 하고 나서면 문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을 할애하고, 적지 않은 사료 및 약값이 드는 일이다. 이 일은 측은지심과 의미 있는 봉사를 한다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다. 이 시간에도 집에서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길고양이 문제를 예방하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Trap-Neuter-Release, 포획-중성화-방사)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예산은 충분하지 않고, TNR에 많은 비용이 든다. 2024년도 기준 숫고양이는 5-10만 원, 암고양이는 30-50만 원의 중성화 비용이 든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개체 수 조절 효과를 보려면 전체 길고양이의 75%가 중성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길고양이의 생존 기간이 5-6년이므로, 암고양이 한 마리가 생애 동안 50-6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개체 수를 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야생의 상위 포식자가 되어 인간 외에는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개체 수 조절이 어렵다. 또한 작은 야생동물을 잡아먹어 그들의 개체 수를 크게 줄이는 것뿐 아니라, 병균을 옮기고 기생충을 퍼뜨려 너구리, 여우, 족제비 등 야생동물의 폐사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길고양이와 접촉한 사람이 병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다.
길고양이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첫째,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제외한 모든 길고양이를 살처분해 정상적인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법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윤리적 논란과 현실적인 실행의 어려움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키우는 고양이를 잃어버리거나 버리는 일을 철저히 막아 반복적인 생태계 파괴를 방지해야 한다. 셋째, 애완동물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해 윤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임시적 조치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방안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캣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의 잘못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캣맘들의 활동이 길고양이의 번식을 조장하는 점에서, 그들의 활동을 점차 자제하고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자연의 위대한 회복력을 믿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길고양이 문제는 단순히 동물 보호의 차원을 넘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문제다. 캣맘들과의 설전은 이러한 문제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선의와 측은지심이 오히려 자연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다 장기적인 생태계 회복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생태계와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숙제로 남아 있다.
* 길고양이:표준국어 대사전에 등재 된 표준어는 '도둑고양이' 였으나 2021년 부터 길고양이가 표준어가 됨 |
첫댓글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ᆢ 너무 좋은 상식들을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ᆢ저도 길고양이가 우리 사회에서 퇴치되어야한다고 믿습니다 ᆢ시골도 야산에 산짐승 보기가 힘듭니다 ᆢ길고양이가 야산 중턱에서 만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ᆢ인간의 그릇된 인식에 의해 자연은 오히려 ᆢ우리가 기대하는 조화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일 ᆢ발생되고 입니다.ᆢ고맙습니다.ᆢ
요즘 올팍 에는 길고양이 연립주택 월동준비 기간인 모양 입니다 캣맘과 캣대디 여러 사람 들이 월동자재를 유모차에 실어다 여기 저기 숲속에서 보온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한번만 그대로 내비 두면 자연의 섭리데로 평화가 찾아 올것인데... 그분들의 측은지심과 사명감을 어찌 하리오 ㅠㅠ 공원관리공단 에서 조치를 한다 하니 지켜 봐야지요
작년겨울 무허가 (? ) 연립주택 철거 작업을 했는데 며칠후 다시 제자리에 더 나은 연립주택이 생기더라구요 ㅎㅎ
댓글로 관심을 보여주신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