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년 5월 블랙워터님의 게시글 ##
불과 하루전 몇시간 전의 일이었다.
망설임 없이 차를 밟아 대구역 건너편으로 향했다.
여지껏... 대구역 지하차도 건너편이 문예회관이 그곳이 아니라는걸 알았을 땐 이미 연주 40분 전... ㅡㅡ:
아는 길도 두드려보기가 아닌 아는 길은 빨리 가야 하는길~ ㅋ
얼마만이었던가, 늦을까 맘졸이며 애태웠던 저녁 러시아워...
이유 알 수 없는 그 수많은 사람들의 뒷모습, 노려보는 헤드라이트, 빵빵거리는 크락숀 소리조차도 울렁이는 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고...
비장한 각오로 예매했던 R석 2장이 화장실 휴지 풀리듯 날아간다면 마음 아플 것 같았다..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아..깝....
갈 길을 모를땐 어떤 길도 다 통한다
큐알을 찍고 팜플렛을 건네받으며 내 쉰 안도의 숨소리. 잠시나마 두근거리며
작게 흔들렸던 이 기분. 이게 머라고~ ㅡㅡ;
초여름 공원 가로등이 켜지고 뎅그렁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신기하게도 이제는 내게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뭉클거린 가슴의 낯선 흔들림을, 모차르트시모에 이어 한달 만에 또 다시 경험하면서...비슬홀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여전히 낯선 연주를 듣으며 드문드문 설익은 감동으로 채워보려는 비굴한 나 자신을 느껴버렸다. 젠장....
그랬다. 전반적으로 내겐 바이올니니스트 김수암 악장의 '더 같음'에서 기획한 송영훈의 보이는 클래식은 클래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기획 담아내려 하는 정형화 되지 않은 어떤 물체와 같은 형상이었다.
결론적으론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 2시간 가량의 연주에 마법 같은 흔들림을 준 건,
이름도 어려운 슈베르트 피아노삼중주? 트리오? 내림..머시기 2악장과 이를 담아낸 송영훈의 절묘한 표정이었다.
10여년 전 암 투병으로 지쳐버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런 아들을 먼저 보낸 할머니가 어두컴컴한 중환자실에서 허리 굽은 임종을 맞이했을 때 일었던.. 꽤나 가슴 시리던 뭉클... 종류는 다르지만 이런 감흥은 오늘 내게 충분히 어색했고 앞으로도 기대해 볼 낯선일 일 것임이 분명하리라.
팔공홀 보다 훨 초라한 비슬홀 공명은 슈만이 먼저였다.
송영훈의 보이는 클래식의 작품설명은 나 같은 문외한에게는 더 없는 양념,
슈만과 클라라. 장인의 반대에 오랜 세월 쫒기듯...잡히는듯...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슈만과 클라라 서로가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씌여졌다던 소나타.
아름다운 선율 너머 사랑에 쫒기듯 살아온 안타까움도 묻어 있다는 사설을 접하며...
그래. 이런 것은 어떤 것일까?
슈만의 지독한 사랑은 어떤것일까?
느껴보려 해도 끝내 내귀에 아름다움은 들리지 않았다.
아는 것이 없으니까...ㅡㅡ;
헨델-할보르센 편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파사칼리아 사단조
할보르센도 발음이 어려운데.... 파사칼리아 라니 ㅡㅡ;
헨델은 머고 할보르센은 머였던가?
우습지만 돌아오는길 검색을 통해 곡명이 아닌 할보르센이 이름이었다는 것을...
그가 편곡한 빠사칼...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스페인의 느린춤곡... 이라....
부끄러워도 당당하다. 전공이 아니니까.
춤곡답지 않은 카랑카랑하고 세련된 바이올린으로 춤이 어떻게 추어질까?
어딘지 모르게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슷하게 느껴진 것은 시대적유행이 바로크라
당연한 것이겠지...
프란츠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 내림마장조 중 2악장.... 클래식은 왜 이렇게 이름이 어려울까?
사랑그놈...킬리만자로의표범.... 이롷게 직설적이지 않으면 안되는 법칙이 있는가?
곡은 알아도 외울수도 없고, 곡을 알아도 찾아 들을수 없다.
내림마장조 2악장이라....ㅋ
스웨덴의 민요에서 악상을 따왔다는 2악장의 유명세 보다는, 내게는 지난날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삽입곡으로서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든 그런 곡이었으며, 25년이 지나도 스타카토(전문용어 ~큭) 처럼 띵땅거리며 딱 딱 끊어지는 음률의 기억을 놓지 않은 것은 아슬아슬한 불륜의 파격적인 영화 소재와 너무나 어울렸다는 것이다.
멋있었다
송영훈은 표정으로 슈베르트의 날 선 악보의 긴장감을 풍부하게 연출했고 임현진씨의 피아노가 잔잔하게 뒷바침 했다.
그는 240석의 꽉 찬 청중보다 더 즐기는 듯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무쌍한 표정의 연기로 뜯어내듯 연주를 이어나갔고... 그 표정... 사랑스러웠다.
4만원대의 R석 그것도 세 번째 중간이 아니었더라면 그 미묘하고 풍부한 표정의 변화는 볼 수 없었겠지...
티켓은 좌석의 힘이 막강하다.
14살 어린 와이프 손을 꽉 쥐고 연주를 들으며 애써 감동도 찾아보려 했고 휴식시간엔 감동어린 눈빛은 어떤 것일까? 감동이 있다면 어떻게 표현이 되는걸까?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기도 했다.
아뭏튼 좋았다. 이것이 좋았다.
어쨌든 클래식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대를 가리지 않고, 그거 그렇게 오랜 시간 연주가들의 손끝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베토벤. 모짜르트.. 바흐...헨델.... 알고 보면 이 모두가 지치지 않은 여행자가 아니었던가?
그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어떤 섬나라 임금이라도 되었을까?
영혼은 바닷속에, 이름은 기억에만 남았는가?
-빅토르위고<밤의태양>
낭창한 오늘 오후,
초여름 햇빛에 달구어진 샾 계단에 걸터앉아 플라타너스를 올려다본다.
두달전 싹뚝 가지치기로 앙상했던 통통한 이 나무들은 어느새 울창하게
잎이 되어있었고...
아롱거리는 잎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은 수중에서 수면을 올려다보는 샤넬의창을
보는 듯 했다.
가끔씩지만 늘 그랫듯 연주나 공연을 보고 오면 하루 정도는 짧고도 긴 후유증에 자화자찬하면서 평상시 잘 듣지도 않는 유물CD를 괜스레 뒤적인다
아무렴 어때. 그냥 그렇지. 보들레르가 그랬듯....
그렇게 나도 스스로는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오늘도 낯설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