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식장산 고산사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아니는고
우리도 긋지지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 하리라 ..... 이황
장마의 조기종료(?)로 인해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하는 중에 차박을 나가려니
작년 여름 차박을 처음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더위와 날벌레들에 대한 공포가... ㅎㅎ
날 좋은 봄, 가을은 어느 정도 평평한 잠자리만 갖추면 차박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여름밤의 차박은 여러 가지 준비와 고려할 점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모기장 하나 없이 겁도 없게도 동네 공원으로 나갔다가 자정도 못 넘기고 귀가해야 했던 아픈 추억이...
이번에는
차량 유리창 모기장에다가
테일게이트를 열고 설치하는 텐트 그리고
가슴위로 얼굴부위를 커버할 수 있는 자체 개발한 차량내부용 모기장까지 준비가 되었지만
폭염 때문에 장소를 정하는데 무척 고려를 많이 했다.
그래서 다녀온 곳이
대전 시내에서 가장 높은 산인 식장산의 중턱에 위치한 천년고찰 고산사 앞 주차장이다.
식장산은
개인적으로 초등학생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의 추억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그 시절 옥계동이라는 곳에서 살았는데...
옥계동 집에서 동네 형들과 돌다리를 건너서 탐험을 나가던 거대한 산이었고...
아이들을 잡아가는 무서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부모님들 경고(?)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정월 대보름에는 냇가를 경계로 양쪽으로 나뉘어 쥐불놀이를 하고 투석전까지 하면서 한판 전쟁을 치르던
금단(?)의 땅이기도 하였다.
고산사는
신라 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이 넘은 고찰이지만
초등학교시절에는 그저 봄 가을로 소풍 나오던 깊은 산속 작은 절로 기억되는 곳이었다.
식장산은 대전 시내에서 석양과 야경 그리고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판암동 세천공원 쪽에서는 산 정상의 행글라이딩 활공장까지 운전해서 오를 수 있기도 하고 주차공간도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 있어서 사진작가들이나 차박, 비박하는 사람들에게 나름 소문이 나있는 곳이다.
하지만 7월 말까진가가 전망대 시설물 공사 관계로 차량진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그 곳으로의 차박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이번에는 고산사 앞 주차장을 택했다.
고등학생 딸의 학원이 11시에 끝나는 관계로 픽업하고 거의 12시가 다된 시간에 산길을 오른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다행히도 주차장이 사찰의 아래에 위치해있어서 절간에는 덜 미안했지만 승용차가 한 대 주차가 되어 있었는데...
차박 여부는 확인은 못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라이트 끄고 자리잡고 시동을 끈다.
산속이라 역시...
창문열고 테일케이트 열고 얇은 이불 하나 덮고 누우니 바람이 시원하다.
한 30분 눈을 붙였는데 앵~~ 하고 귓가에 들리는 모기소리... 한방 물렸다...ㅠ
일어나서 차량안으로 침입한 모기를 대비해서 비장의 카드로 자작해서 준비한 차량실내용 반신모기장(?ㅎㅎ)을 치고 누웠다.
실전에서 사용이 처음인데 기대 이상이다. 특허 등록해야 하는 거 아닌지...ㅎ
그렇게 1시경에 잠이 들었는데 4시에 기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ㅠ
고산사의 새벽 예불이 시작되었다.
대학시절부터 명상을 하거나 잠을 청할 때에 늘 듣던 김영동선생의 선(禪)이라는 음반
(대금연주자이며 작곡가였던 선생이 송광사의 예불을 빗소리, 새소리 등 자연음들과 함께 담아서 대금과 소금으로 더빙했던)을 듣고 있는 것 처럼
꿈을 꾸듯 아련히 들려오는 예불소리에 새소리에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영과 육을 깨운다.
그리고 앞으로 절간 주차장을 차박지로 선택할 때에는
일찍 들어와서 일찍 일어날 수 있을 때에만 하자고 입력도 하고 ...ㅎ
이왕에 잠에서 깨어났으니
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자는 생각에 한 30분 예불에 맞추어 스트래칭 좀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물 뜨려고 고산사에 들렸는데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속에 보이는 간결한 가람 배치며 멀리 열린 대웅전의 문틈으로 황금빛 부처님과 탱화의 모습이 스님의 염불소리와 함께 강렬하게 다가 왔다.
산행 후에 다시 들려서 안내문을 읽어보니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은 흙으로 빚은 여래상이라고 하고 후불탱화는 순조 때에 청도 운문사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 산길이 가파르다.
거기다가 잠도 부족해서 어찔어찔 하기도 하고...
어려서의 기억은 이렇게 가파르지 않고 넉넉한 산길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식장산에 오른 것이 초등 6학년 소풍 때이기도 하고
고산사 위로 산행은 기억에 없으니 아마도 나의 기억은 어제 밤에 차로 올라온 구간에 대한 것일 듯 하고...
산행 중에 만나는 바위들이다.
어려서 고산사에 오를 때의 기억으로는 엄청 큰 바위들을 여럿 지났던 것 같은데...
나름 곡선미가 느껴지는 나무계단을 가파르게 오르면 기둥이 하나인 정자를 만난다.
이즈음부터 하늘이 좀 열리고 조망을 볼 수 있는 산행이 시작된다.
소나무 가지에 긴 나무를 걸어 놓은 재미있는 벤치도 지나고
정상 철탑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니 국기봉 하나가 세워져있고 해맞이 전망대라고 이정표에 표시가 된 작은 바위봉우리가 나온다.
오늘 풍류장소이다.
본래 식장산의 정상은
어려서는 미군부대가 있는 곳으로 알고 있었던 철탑이 있는 곳으로
보안상 철조망을 둘러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관계로 이곳이 정상 역할을 대신 하는 것 같고...
새해첫날에는 대전에선 가장 크게 해맞이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이어서 인지 철탑 너머에서 해가 뜨는 것 같다.
(고산사가 식장산의 서쪽면에 위치해서 차박 장소로 하산 할 때까지 햇살을 직접 접하지 못 했다는...)
이곳에서 풍류를 한다.
풍류하는 중에 햇살이 멀리 대지에 드리운다.
본래 계획은 대전시내의 석양과 야경이 아름답다는 행글라이딩 활공장 쪽도 살펴볼 계획이었는데...
산행이 생각보다 힘이 들어서 자동으로 다음기회에...ㅎ
다시 차박지로 돌아오니 이제야 해가 뜬다.ㅎ
텐트가 쳐진 그대로 차량을 고산사 경내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햇살이 드리우는 고산사의 아침이 상쾌하다.
새벽에는 어두워서 못 봤는데 입구에 거북모양 바위가 독특하고...
바위보다도 그 위에 뿌리를 감싸고 서있는 나무가 더욱 대견하다.
텐트가 마르는 동안 대웅전 뒤의 산신각에 들려 단소로 몇곡 음성공양하고 나오는데
공양주보살께서 대웅전 부처님 전에 뭔가 정성스레 올리시고 나오시며 합장하신다.
쾌적한 경내주차장에서 정리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데 졸음이 밀려온다.
첫 차박때처럼 오늘도 좀 무리한 것 같은데... 집에가서 푹 쉬고 병나지 않도록 조심하자!!!
식장산으로의 차박은 한번 더 와야 할 듯하다. 이번에는 그 유명한 세천공원 쪽에서 활공장으로...
<차박풍류 Tip>
*나의 차박 풍류지 선정기준
아직 공식 차박이 4번째인 차박 초보입문자이지만
이미 대전에서 한 30분 거리내의 충청도 일대의 차박 예상 지도는 몇 십장 만드는 과정에서
차박풍류지를 선별하는 나름 규칙이 생겼다는...ㅎ
1. 풍류할 장소 선정
주말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명관광지인 관계로 풍류 장소로 제외해 두었던 곳이나
(차박을 하니 새벽에 방문을 할 수 있어서 풍류지 선정이 더욱 자유로워 졌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본 곳들 중에서 풍류하기 좋을 곳을 한 곳 정한다.
2. 풍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찾아본다.
요즈음은 워낙 포스팅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어떤 장소에 대해 검색 몇 번만 해봐도 대충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사진 작가들의 사진이나 과장 광고 등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들 판단수준도 많이 높아졌고,,,ㅎ
예를 들면
이번 차박풍류지인 <식장산>을 택했다면
고산사, 해돋이, 차박 등 몇몇 관련 검색을 넣어서 자료들을 몇 개 읽다보면 적당한 탐방 코스를 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의 활동량과 시각적 만족도 이다.
3. 목적지에서 가까운 곳부터 차박 후보지를 찾아본다.
메인 풍류장소를 선정했으면
포탈의 지도검색을 통해서 차박 가능한 곳들을 찾아본다.
다음지도는 위성사진과 로드뷰가 눈에 좀 더 잘 들어오는 것 같고
네이버는 항공사진을 지원해서 색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차박 후보지 선정의 첫째 조건은 공공화장실이다.
다른 것들은 이런 저런 보안책을 찾아보겠지만 생리현상은 자율조정이 쉽지 않은 부분인지라...ㅎ
하기야 캠핑카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에서 자유롭겠지만...
그리고 요즈음은 이동식 변기까지 갖추고 다니시는 분들도 계시다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좀 ...
다음으로는 고속도로나 큰 도로에서 좀 멀리 떨어져서 위치하는 곳인지...
설령 도로에 인접해 있어도 진행 중간이 아닌 좀 막다른 곳에 자리하는지 등등이다.
개인적으로 소리에 좀 민감한지라 귀마개를 하더라도 밤 늦게 드라이브하는 차량 소음으로 숙면이 어려웠던 적이 있다.
첫 차박지였던 대청공원 같은 곳이 늦은 밤 드라이브 차량이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유명 오토캠핑장과 차박캠핑지로 소문난 자연발생 노지캠핑장들은 최후의 보루로 위치정도만 파악해 두고
우선은 후보지에서는 제외한다. 이유는
한 10여년 전만 해도 캠핑장에 가면 거실형 대형 텐트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즈음은 그런 텐트들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완전 집을 한 채 이사한 수준의 행사용 천막이나 트레일러 등으로 캠핑하며
고기 굽는다고 캠핑장 주변이 번개탄연기로 자욱하니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걱정이 될 정도이고...
캠핑 인구도 늘어서 완전 피난민촌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편견에서 오는 나만의 느낌일까?
물론 가족들과 그런 특별한 추억들을 갖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닥 끌리지는 않는다.
4. 대략 이런 곳들이 차박 가능지가 아닐까 한다.
대도시 주변이라도 둘레산이나 외곽에 위치한 공원이나 체육시설 주차장
자연휴양림이나 삼림욕장 주차장
유명사찰이나 산 등 관광지 주차장
좀 큰 호수 부근 주차장
그리고 요즈음 무더위에 시원하게 차박할 곳을 궁리하다 보니 스키장 리조트 주차장도 좋겠다는 생각이...
오늘 글은 우선 이정도 마무리하고
앞으로 실전 경험을 좀더 쌓은 후에 다시 한번 정리해서 공유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