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빠진 보살 우리는 흔히 절에 다니시는 여성신도들을 ‘보살’이라고 부릅니다. 사 실 ‘보살’은 고대 인도언어(산스크리트어) ‘보디사트바’의 음사(音寫) 인 ‘보리살타’의 준말으로서, ‘깨달음을 얻을 것이 확정된 중생’을 가 리키는 말입니다. 곧, 부처가 될 선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살이라는 것입니다. 부처님 전에 공양을 지어올리는 공덕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우 리는 절에 다니시는 여성신도들을 보살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 다. 하지만 보살은 아직 ‘중생’이기에 종종 실수를 저지르신 답니다. 다 음은 보살의 실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먼 옛날에 보살(여기서 보살은 부처님의 전생입니다)은 북인도 카시 (Kasi) 지방에 있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건장한 젊은이로 자 랐고 교육을 잘 받았다. 그는 성직자가 되어 히말라야 산에 가서 혼자 수 행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명상을 해서 신통력을 기르고 내면의 행복으로 가득 찼다. 어느 날 소금이 부족해서 그는 베나레스 도시로 내려갔다. 그 는 왕궁 정원에서 그 날 밤을 보냈다. 그가 궁전의 문에 도착했을 때 브라 흐마닷타(Brahmdatta) 왕이 성자를 보고 신하들에게 성자를 궁전 안으로 데리고 오도록 시켰다. 왕이 제안했다. " 당신이 나의 왕궁 정원에서 영원 히 살기를 환영합니다. 나는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할 것입니다." 성자는 왕의 친절한 제안을 받아 들여 궁전에서 16년을 보내며, 왕과 왕 의 가족 모두를 가르치고 공양을 받았다. 어느 날 왕은 변방에 가서 반란 을 진압해야했다. 왕은 떠나기 전에 왕비에게 성자가 필요한 것들을 돌보 라고 명령을 했다. 왕비는 성자를 위하여 매일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러 던 어느 날 성자는 식사시간에 맞추어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여 왕은 향수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고 보석 단장을 하고 작은 소파에 누웠 다. 한편 성자는 선정에 들었다가 공양 시간에 늦게된 것을 알자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 궁전으로 갔다. 왕비가 성자의 가사 스치는 소리를 듣고 서둘 러 소파에서 일어나는 순간 왕비의 블라우스가 갑자기 잠깐 미끄러져 내렸 다. 성자는 들어올 때 그 광경을 흘끗 보게 되었다. 성자는 그 여왕의 미 모에 매료되었다. 억제해왔으나 없어지지 않았던 욕망이 그의 내면에서 다 시 일어났다. 그의 완전한 평온은 사라졌고 그의 마음은 청정을 잃었다. 욕망으로 타올라 7일 동안을 마시지도 먹지도 못하고 그냥 침상에 누워 있 었다. 마침내 왕이 다시 궁궐로 돌아왔다. 왕은 침상에 누워있는 성자를 보고 성자가 아프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 수행자여, 어디가 아프십니까? " 그 성자는 대답했다. " 오! 위대한 왕이시여, 나는 욕망의 사슬에 잡혀 고통 받고 있습니다." 왕은 물었다 " 당신의 욕망이 무엇입니까?" "왕이시여, 나는 왕비를 원합니다. ." "존자시여". 왕은 대답했다. "나는 왕비를 당신 에게 줄 것입니다. 나와 같이 갑시다." 그들이 궁전에 도착했을 때, 왕은 왕비에게 좋은 옷과 보석으로 치장하라 고 시켰다. 그 다음 왕비에게 성자가 그의 청정을 다시 되찾도록 도와주라 고 하였다. 성자는 왕비와 함께 궁전을 떠났다. 왕비는 말했다, "우리는 살 집이 있어야 합니다. 돌아가서 왕에게 집 하나를 요구하십시오." 성자 는 돌아가서 집 하나를 요구했다. 왕은 헛간으로 사용했었던 작고 허물어 져 가는 오두막 한 개를 주었다. 성자는 왕비를 그들의 새로운 집으로 데 리고 갔다. 그러나 왕비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절하며 명령했다. “불 결하여 들어갈 수 없으니, 왕에게 가서 삽과 바구니를 가지고 오세요." 성 자는 왕비가 시키는 대로 청소도구를 가져오자 이번에 왕비는 그에게 모 든 것을 청소하라고 명령했다. 그 다음 왕비는 그에게 궁전으로 돌아가서 침구를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그 다음 의자. 그 다음 램프, 잠옷, 요리하는 냄비, 물 항아리 등 왕비는 성자에게 한번에 하나씩 그것들을 모두 가져오도록 명령하여 성자를 괴롭 혔지만 성자는 충실히 따랐다. 왕비는 그에게 목욕할 물을 가져오라고 보 냈다. 성자는 왕비가 목욕할 물을 준비했고 그 다음 잠자리를 만들었다. 마침내 그들은 침대 위에 가까이 앉았다. 갑자기 왕비는 성자의 수염을 잡고 앞뒤로 흔들고 잡아당기며 말하였다. "정신차리세요. 당신이 성자임 을 알지 못하시겠습니까? " 바로 그때서야 그는 욕망에 미쳐버린 상태에 서 깨어 나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다. " 오! 나의 비참한 모습이 여! 나는 욕망에 눈이 멀어 노예가 되었다. 오직 왕비의 미모에 미쳐버려 욕정이 지옥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그는 당장 왕비를 왕에게 돌려 보내고 히말라야 숲 속으로 갔다. 그는 결코 다시는 속세에 돌아오지 않았 다. 몇 년을 평화롭고 즐겁게 명상을 한 후 그는 죽어서 천상에 다시 태어 났다. 보살은 ‘깨달음이 예정되어 있는 성자’입니다. 이런 성자조차도 욕정 에 빠져 온갖 고통을 겪었다고 하는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 일까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실수를 저지른 일에 죄책감으 로 자포자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보살과 범부의 차이점은 여기에 있 습니다. 보살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반성한 다음 다시 그런 잘못을 반 복하지 않는 반면 범부는 같은 잘못을 반복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마음 은 무엇보다 위대한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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