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언제나 답을 구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일을 할 때에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더 나아가 인생을 계획하거나 반추할 때에도 올바른 답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 방편으로 친구에게 상담을 하기도 하고 선배나 스승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책을 읽거나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영감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대부분 명확한 '해답'이라기 보다는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각적이고 간단한 해답에 비해 지혜는 우리를 한번 더 생각하고 궁리하게 만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의 해결을 넘어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줍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암의 書 중에 '지혜'를 품고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작품들은 대부분 과거의 한시와 고사, 경구나 잠언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인문고전'의 긴 역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지혜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있는 사자성어 <溫故知新>은 사실 논어의 爲政 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원문은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로 '공자왈,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옛것을 제대로 익혀야 이를 토대로 새로운 갓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도연명의 詩 중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두 번 날이 새기 어렵다' 는 구절이나 황벽선사의 '한 번 추위가 뼛골까지 사무치지 아니하고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맡을 수 있으리'라는 경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조용한 깨달음을 전합니다.
빠르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화려한 화면 속 세상에 익숙해져버린 현실에 잠시 쉼표를 찍고, 종이와 墨으로 이루어진 書의 세계에서 느리지만 깊은 지혜를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
- 소암기념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