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바퀴가 하나인 외발자전거보단 바퀴 둘 달린 자전거가 운전하기도 쉽고 더 편하며 안전하다는 것, 그리고 두 바퀴보다는 세발자전거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세발자전거를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트리시티는 야마하게 생각하는 다음세대의 시티커뮤터이며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
카메라의 삼각대의 다리는 왜 3개일까? 그 이유는 3점으로 지지하는 것은 수학적으로도 가장 안정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동차를 예를 들어 4개가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자동차의 경우도 노면의 단차가 심해 휠 트래블의 한계를 넘어가는 상황이 되면 한쪽 바퀴는 공중으로 뜨고 세 바퀴만이 지지하게 된다. 지면의 높이차이가 있어도 언제나 셋 모두 지면을 지지하는 구조. 그래서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 카메라의 삼각대는 3개의 다리로 구성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3륜의 장점에 2륜의 장점인 기울일 수 있다는 점을 더하면? 이러한 혁신적인 구조를 처음 선보인 것은 피아지오의 MP3다. 뒷바퀴가 2개이거나 앞바퀴가 두 개더라도 고정된 형태의 트라이크와 달리 기울일 수 있는 구조를 처음으로 도입했던 MP3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웠고 머지않아 유럽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모델이 되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조금 달랐다. 트라이크의 안정성을 가장 원하는 사람들은 이륜차가 아직은 무서운, 혹은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는데 그들에게는 맥시스쿠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트라이크는 주어진 예산보다 가격이 높았고 두 바퀴에 익숙한 베테랑 라이더라면 좀 더 재미를 줄 수 있는 바이크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연동브레이크로 리어브레이크만 꽉 잡으면 풀브레이킹이 가능하다.
버튼이며 정보를 시원하게 보여주는 계기반
센터플로어가 있는 타입인데 그 너비가 다소 잡아 아쉽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3년에 야마하가 트리시티의 콘셉트를 처음 공개했을 때 디자인적인 완성도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유럽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시작한 트라이크 장르에 야마하가 한발 들여 놓은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산모델과 함께 가격이 공개 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보통의 스쿠터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리시티의 첫인상은 삼륜차를 경험해본 사람에게는 익숙한 느낌에 세련된 이미지를, 삼륜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미래의 탈것으로 다가온다. 아직은 이런 역삼륜의 트라이크가 국내에서는 널리 보급되지 못해서인지 어딜 가나 꽤나 시선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신선하다. 특히 곡선과 곡선이 만나는 라인들의 강약과 리듬감이 상당한데 꽤나 복잡하게 선들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라인과 라인의 유기적인 조화가 이루어져 조잡해 보이지 않는 점이 좋다. 전면의 V자 헤드라이트 형상 속에 X 형상을 띄는 LED포지션 램프가 인상적이다. 범퍼처럼 전면을 두른 무광을 파츠나 투톤으로 처리된 두 바퀴를 감싸는 프론트 펜더 등도 눈길을 끈다. 어느 곳 하나 허투루 만든 곳이 보이지 않는 꼼꼼함이 돋보인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비싸고 고급스러운 파츠를 쓴 곳은 없는데도 말이다. 반면 뒤쪽 디자인은 정말 그냥 스쿠터다. 시트며 탠덤 그랩바며 테일 램프까지 일상적으로 보아오는 보통의 스쿠터의 분위기다.
시트에 앉으면 그 크기가 실감될 정도로 콤팩트하다. 기존의 트라이크들이 맥시스쿠터 혹은 그에 준하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녀석은 일반적인 125cc스쿠터의 크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보통의 125cc스쿠터에 단지 프론트 휠이 두 개일 뿐이다. 평평한 센터플로어로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다만 콤팩트한 사이즈를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센터플로어의 길이가 짧아 발 놓기 조금 불편했는데 이건 발사이즈 295mm의 비범한 사이즈 탓이기도 하다.(포지션은 전체적으로 키 170~180cm의 라이더에게 최적화 된 느낌이다) 다만 시트는 뒷자리와 구분되는 약간의 단차가 있는데 포지션 변경이 불편해 조금은 개선이 필요한 느낌이다.
14인치의 프론트 휠로 주파성이 뛰어나고 각각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제동력이 우수하다.
엔진의 오른편에는 라디에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도로위로 나가 스로틀을 끝까지 비틀어 쥐어짜며 달려 봐도 참으로 평범하다. 운전 중에는 프론트 휠이 보이지 않으므로 더더욱 세 바퀴라는 자각이 들지 않는다. 저속에서 핸들이 돌아가는 느낌에서 약간의 무게감과 저항이 느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바퀴 하나의 존재는 잊어도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스스로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인간의 평형기관에 의지해야 똑바로 달릴 수 있는 점, 정지 상태에서는 손을 놓아버리면 넘어지는 점도 이륜차와 똑같다. 프론트 휠의 간격이 트라이크 중 가장 좁은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핸들링에 익숙해지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냥 익숙한 느낌이다.
시트는 딱딱하고 좁은 포지션을 만드는 주범이다. 쿠션이 강화된 옵션 시트가 있다면 좋겠다.
가속 성능도 보통의 125cc 스쿠터 수준이다. 11마력의 수랭 엔진을 장착해 딱히 느리거나 빠르거나 하지도 않다. 최고속은 평지에서 90km/h 정도. 탄력 받아 한참 가속하면 100km/h이상도 나오는데 큰 의미는 없는 수치다. 이때까진 별다른 인상에 남는 것이 없을 만큼 평범하기만 했다. 하지만 급제동 한 번에 보통의 2륜 스쿠터와 극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프론트 휠에 모든 하중이 옮겨가고 세바퀴 모두에서 스키드음이 들릴 정도로 가학적인 브레이크 상황에서도 신기하리만큼 압도적인 안정감이 느껴진다. 리어브레이크는 나름 전후 연동브레이크인데 그 구조가 재밌다. 리어브레이크에 연결 된 케이블이 프론트 브레이크 레버를 함께 당겨주는 아주 간단한 구조인 것이다. 만약 보통의 이륜차라면 이러한 방식은 겨울철 같이 미끄러운 노면에서 의도치 않은 전륜의 잠김으로 인해 전도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트리시티는 세바퀴의 안정감 덕분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노면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계절이기에 그 안정감이 더욱 빛난다. 좌우에 요철이 산재한 비포장도로도 달려보았는데 위아래로의 덜컹거림만 느껴질 뿐 좌우로의 움직임이나 핸들링의 어색함이 없었다.
코너를 돌아갈 때도 핸들링 감각도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다. 제법 깊이 기울여도 세바퀴 골고루 접지력을 발휘하며 관성과 원심력을 이겨내고 날렵하게 방향을 바꾼다. 동시에 두 바퀴 라이딩 테크닉은 모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보통의 감각으로 한계주행에 가깝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한계주행 속에서도 만에 하나의 순간에 감당해야 할 한계가 한발 더 멀리 있으니 외줄타기 같은 심리적 압박이 없다.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하면 14인치로 제법 큼직한 프론트 휠에서 만들어지는 자이로 효과덕분에 안정감은 더욱 커진다. 포지션이 좁아서 그렇지 움직임만은 한 급 큰 바이크를 타는 느낌이다.
탠덤스텝은 접어서 수납하는 타입이다.
볼트 4개만 풀면 간단히 교체할 수 있는 윈드쉴드. 다양한 옵션 윈드쉴드를 손쉽게 바꿔 달 수 있는 구조다.
구조적으로 프론트가 무거워지는 트라이크의 단점과 엔진이 스윙암에 달려있는 유닛스윙암 방식으로는 뒤쪽이 무거워지는 스쿠터의 특성,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 전후 무게배분 50:50을 실현했다. 이는 레이스 바이크의 설정에 가까운 밸런스다. 스쿠터에 레이스머신을 빗댄다는 것이 비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트리시티의 제작 배경을 들여다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다. 트리시티 프로젝트를 담당한 카즈히사 타카노씨는 다름 아닌 발렌티노 롯시, 호르헤 로렌조와 함께 모토GP를 제패한 머신인 야마하 M1을 개발했으며 특히 서스펜션의 스페셜리스트다. 타기 쉬운 바이크가 빠르다는 그의 철학이 이 세발의 시티커뮤터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M자 형태의 테일 램프는 리어로 모이는 선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모던한 느낌으로 마무리 되어있다.
입체적인 면처리 능력이 돋보인다.
독특한 겉모습과 압도적인 안정감을 뺀다면 두 바퀴에 비해 얻는 이점은 사실상 미미하다. 기존의 트라이크들이 장점으로 내세우던 롤락과 같은 자립기능도 없어 주차 할 때도 보통의 이륜차처럼 사이드스탠드 혹은 메인스탠드로 세워야 한다. 하지만 프론트 휠이 두 개라고 해도 보통의 바이크와 비슷한 거동을 한다는 것은 이 트라이크에서 다음 단계인 바이크로 넘어가더라도 자연스럽게 적응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트리시티로 다양한 야마하 바이크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모델이며 언제가 다음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기 위한 설정이기도 하다. 시장의 개척과 동시에 이륜차 시장 전체의 확대를 위한 기대역시 담겨있다.
이러한 야마하의 전략은 제법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125cc 스쿠터 클래스의 다양한 경쟁자들 보다 뛰어난 장기를 지녔음에도 가격은 비슷하기 때문에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입문자는 물론 베테랑 라이더의 도심용 세컨 스쿠터로도 좋아 보인다. 야마하 역시 트리시티에서 끝낼 생각이 아닌 듯 2014년 인터모트 쇼에서 대배기량으로 추측되는 새로운 트라이크 콘셉트를 공개했다. 이 트리시티를 시작으로 앞으로 도로 위에서 더 재미있는 트라이크를 만나게 될 거란 이야기다.
- 2015 YAMAHA TR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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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DOHC 4기통
- 보어×스트로크 52.4 × 57.9(mm)
- 배기량 124.8cc
- 압축비 10.9 : 1
- 최고출력 11hp / 9000rpm
- 최대토크 10.4Nm / 5500rpm
-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 연료탱크용량 6.6ℓ
- 변속기 무단변속 V벨트
-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R)유닛 스윙암
- 타이어사이즈 (F)90/80-14 (R)110/90-12
- 브레이크 (F)220mm더블디스크 (R)230mm싱글디스크
- 전장×전폭×전고 190530×735×1215mm
- 휠베이스 1310mm
- 시트높이 780mm
- 차량중량 152kg
- 판매가격 39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