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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선생님
윤태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첫날부터 어찌 그런 더러운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우리 담임선생님 이야기입니다. 우리 선생님은 올 해 우리 학교로 왔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올 해 새로 온 선생님이 모두 여섯 분입니다. 네 분은 여자 선생님이고 두 분이 남자 선생님입니다.
3월 2일 입학식이 바로 끝나고 모두가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우리 달봉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여러분은 모두가 한 학년씩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축하합니다. 그리고 아주 기쁜 소식 하나 알립니다. 우리 학교에 아주 훌륭하신 선생님이 여섯 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새로 오신 여섯 선생님 인사말씀을 듣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 곧바로 새로 온 선생님들이 차례로 조례대로 올라와서 첫인사를 했습니다. 다섯 분이 차례로 인사말을 마쳤습니다. 열심히 공부 잘하자는 그런 말씀을 했습니다. 모두가 비슷비슷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키가 작은 남자 선생님이 인사말을 하러 조례대로 올라갔습니다.
‘역시 그렇고 그런 말을 하겠지.’
나는 그냥 그렇게 쉽게 생각해버렸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에 새로 온 하장식입니다. 앞으로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합시다. 오늘 첫날 여러분에게 한 가지 중요한 부탁을 하겠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아침마다 똥을 누고 학교에 오라는 부탁입니다. 알겠지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아침 마다 꼭 똥을 누고 옵시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킥킥킥, 쿡쿡쿡, 낄낄낄, 하하하, 호호호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운동장은 그만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앞에 서 있는 선생님들이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먹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여자 교감 선생님도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빨개지기까지 했습니다.
새로 온 선생님들의 첫인사가 끝난 다음 교장 선생님이 다시 조례대에 올라섰습니다.
“다음에는 담임 소개가 있겠습니다.”
1학년 1반부터 담임 소개가 차례로 이어졌습니다.
“2학년 3반 새로 오신 하장식 선생님입니다.”
“뭐? 똥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라고?”
내 옆에 있던 혜림이가 이렇게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둘레의 몇몇 아이들이 소리 죽여 웃었습니다.
“똥 선생님이지만 마음이 좋아 보이지 않니?”
내 뒤에 서 있던 훈이도 ‘똥 선생님’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남자 선생님이면 좋겠다고 했어. ‘똥 선생님’이지만 남자라서 나는 좋다.”
남자 선생님이라서 좋다고 말하는 명이도 ‘똥 선생님’ 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교실에 첫발을 들어놓기도 전에 그만 ‘똥 선생님’ 이라는 별명을 얻고 말았습니다.
정말 똥 선생님은 똥 선생님이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또 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들 장차 이 나라의 기둥이 되고 싶지요. 그러나 어떻게 하면 이 나라 기둥이 되는지 잘 모르지요. 내가 그 방법을 아주 간단하게 알려주겠어요. 그건 바로 아침마다…….”
선생님이 ‘아침마다’에 힘을 준 다음 뒷말을 하려고 할 때 우리 반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똥을 누세요.”
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 어려운 것을 알고 있지요?”
선생님이 웃으면서 두 눈을 둥그렇게 키웠습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맞습니다. 똥누기입니다. 아침마다 똥을 누세요. 똥은 몸 밖으로 내 버릴 찌꺼기입니다. 이 나라 기둥이 될 사람이 이 나라 기둥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러 학교에 오는 데 뱃속에 찌꺼기를 넣어 와서야 안 되지요. 깨끗하게 찌꺼기를 비우세요. 그리고 그 빈 뱃속에는 어머니가 해주신 아침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 채우고 씩씩하게 교문으로 들어와 보세요. 어머니가 해 주신 밥에는 영양가만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아들 딸 잘 되라는 간절한 바람과 정성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하루 이틀만이 아니라 날마다 그렇게 해보세요. 여러분은 틀림없이 이 나라의 기둥이 됩니다.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자라는 데 이 나라의 기둥이 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리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우리는 한 귀로 흘러들었습니다.
“우리 선생님 정말 똥 도사다 그치 채은아?”
집으로 가면서 명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똥은 마려울 때 누는 거지 어떻게 바쁜 아침에 억지로 누노. 안 그래?”
“우웩! 똥 똥 그러지 마. 정말 똥 냄새가 나는 것 같다니까.”
그날 집으로 가면서 우리들은 그냥 재미로 선생님이의 똥 이야기를 입에 올렸을 뿐 누구 하나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는 없는 듯 했습니다. 나도 물론 그랬습니다.
그 뒷날 아침입니다. 아무리 똥 선생님이지만 아침부터 똥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오늘 아침에 똥 누고 온 사람 손들어보세요.”
이렇게 말하고 우리 반을 휘이익 둘러보던 선생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에 앉은 아이들은 옆으로 뒤로 살짝 고개를 돌려 살펴봅니다. 뒤에 앉은 아이는 앞으로 옆으로 쭉 훑어봅니다. 우리 반 32명 가운데 겨우 두 사람이 손을 살며시 들었을 뿐입니다.
“이럴 수가! 어제 그만큼 이야기를 했는데……. 좋아요. 버릇이란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게 아니니까.”
선생님은 찡그렸던 얼굴을 다시 폈습니다. 나는 선생님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침 밥 든든하게 먹고 온 사람?”
나는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아주 자랑스럽게 들었습니다. 옆 짝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손을 번쩍 든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 듯 했습니다.
“좋아요. 아침 안 먹고 온 사람이 한 사람도 없군요. 아주 잘 했어요. 지난 학교에 있을 때는 아침 안 먹고 오는 아이가 꼭 2,3 명은 꼭 있었어요.”
선생님에게 미안해서 거짓으로 손을 들지 않은 아이가 두 사람 있었는데 선생님은 그걸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날 마칠 때는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알림장을 쓸 때 또 똥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알림장 1번이 바로 ‘똥 누고 학교에 올 것’ 이었습니다. 알림장 1번에만 쓰고 말았으면 말도 안 합니다. 똥에 대한 연설을 10분은 했지 싶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 자고, 누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먹나요? 배가 고프면 언제나 어디서라도 마구 먹나요? 그렇지 않지요. 그러면 사람이 아닙니다. 아침, 점심, 저녁 먹는 시간이 따로 있잖아요. 잠은 언제 자나요? 자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자나요? 공부 시간에는 잠이 와도 참고 밤이 되면 잡니다. 똥도 마찬가지입니다. 똥마려울 때 어디서라도 언제든지 누는 게 아닙니다. 아침마다 똥 누는 버릇을 들여 보세요. 똥이 마렵지 않더라도 변기에 앉기라도 해보세요. 알겠지요?”
선생님은 약속이라는 하려는 듯이 ‘알겠지요?’에 힘을 주어 말했습니다.
아무리 똥 누기가 중요하다고 해도 똥으로 시작해서 똥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 것은 솔직히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게 한 번 뿐이면 또 말도 안합니다. 똥 선생님인 우리 선생님의 똥 누기 교육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추우나, 더우나 쉬는 날이 없었습니다. 알림장 1번뿐만 아니라 가끔은 가정통신문으로도 나오고 우리 반 홈페이지에도 쉴 새 없이 실렸습니다. 오죽 했으면 학부모 항의까지 다 받았을까요.
사실 항의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학부모들에게 한 마디 듣기는 했습니다. 우리들 공부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반 어머니들이 20명도 더 왔습니다. 공개 수업을 마치고 우리 선생님이 어머니들과 만났습니다. 당연히 선생님 똥 누기 연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학부모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 똥 누기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잘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알림장에 똥이라고 쓰지 않으면 안 될까요? 왜냐하면 알림장은 식탁에서 밥 먹다가도 보거든요. 밥 먹다가 똥 이야기를 읽으면 좀…….”
그 말에 까르르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장난기 섞인 질문이었지만 선생님 얼굴이 빨개졌답니다. 여기에서 우리 똥 선생님이 어찌했겠어요. 이 정도에서 ‘예’ 하고 물러 설 똥 선생님이 아니지요. 선생님의 연설은 더 길어졌대나 어쨌대나요.
이렇게 저렇게 1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우리 선생님이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얘들아, 밥은 여럿이 먹으면 맛있니? 혼자서 먹으면 맛있니?”
이러더라고요.
“그거야, 여럿이 먹으면 더 맛있지요?”
우리들은 아주 쉽게 정답을 말했습니다.
“그렇지. 여럿이 먹으면 좋겠지. 그런데 똥은 여럿이 누면 좋겠니? 혼자 누면 좋겠니?”
글쎄 이러는 것이었어요.
선생님은 우리들 대답도 듣기 전에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밥은 여럿이 먹으면 즐겁지만 똥은 혼자 눠야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러니까 여럿이 들락거리는 학교나 공동화장실 보다는 집에서 아침에 똥을 누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다 이 말입니다.”
“밥은 자기 집에서 먹는 게 좋을까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게 좋을까?”
또 이렇게 물었어요.
우리들 대부분은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게 더 좋다고 했습니다. 똥 선생님은 또 똥과 견주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요. 밥은 나가서 먹는 것이 좋지만, 똥은 자기 집에서 조용히 누는 게 훨씬 좋습니다. 밖에 나가서 똥을 누면 괜히 불안해지지요. 날마다 불안하게 똥을 누는 사람과 집에서 조용히 기분 좋게 누는 사람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삶이 달라집니다.”
우리 선생님은 이젠 정말 똥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뗄 수 없지 싶습니다. 밥과 똥을 요렇게까지 견주어 말했으니까 말입니다.
지금은 우리 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당연히 아침마다 똥 누는 버릇을 들인 아이들이 많아졌지요. 우리 어머니는 뭐라고 그러는지 아세요?
“너거 똥 선생님 말이다. 정말 훌륭하신 분이다. 아이들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른들까지 가르쳐 주니까 말이다. 나는 아침마다 똥 누는 버릇을 들인 뒤로는 하루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단다. 어디 그 뿐인 줄 아니. 엄마 친구들에게는 내가 똥 선생님이 되었단다. 모두들 고마워하지.”
글쎄 이러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우리 선생님을 치켜세우기까지 했습니다.
“좋긴 뭐가 좋아. 달리기도 못 하는데.”
나도 사실 우리 선생님이 좋긴 하지만 우리 어머니가 너무 그러니까 괜히 쌤통이 슬슬 날 때도 있어서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답니다. 운동회 때보니까 우리 선생님 진짜 달리기를 못하데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그건 말입니다. 똥 선생님이 되어 버린 어머니에게 쌤통을 부린 나도 어쩐 일인지 똥 선생님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우리 집에 놀러 온 사촌 동생에게 똥 누기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줬습니다. 어디 그 뿐인 줄 아세요. 외사촌 형에게도 아침 똥 누기에 대해서 전화통을 붙잡고 선생님 노릇을 했다니까요.
나는 요즘 들어서 아침마다 똥을 꼬박꼬박 잘 눕니다. 아침밥을 먹을 때는 그 밥에 어머니의 정성이 보이고 기가 섞여 있는 것 같다니까요. 그래서 천천히 꼭꼭 씹어 배불리 먹게 되더라고요.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요사이 들어서 내 발걸음도 아주 씩씩해졌대요. 내가 진짜 이 나라 기둥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정말입니다.
첫댓글 저도 똥 권장나라 본부장인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호호~~
재미있게 재미있게 참 잘 읽었어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읽어 주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