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
원철 스님 neoone@buddhism.or.kr | 제215호 | 2011042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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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구경은 겨울의 고단한 현실을 떠나 봄이라는 희망의 무릉도원을 찾아나서는 일이었다. 전란과 가난으로 어려웠던 시절
백범 김구 선생은 평생 가장 큰 신세를 진 곳으로 마곡사를 꼽았다. 난세를 피해 몸을 의탁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얼마 동안 승복을 입고 생활했다. 큰절은 물론 인근 백련암에도 선생의 체취가 남아 있다. 출가 당시 삭발하는 심경을
무릉도원도 알고 보면 천상의 신선 세계가 아니라 난리를 피해 들어온 은둔과 보신(保身)의 땅일 뿐이다. 도연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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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산티아고 가는 길과 일본 오헨로 길처럼 마곡사의 ‘백범 명상길’은 십승지 순례길이다. 그곳에는 건축가 승효상 선생의 덜어냄과 비움을 추구하는 건축 철학과 공(空)이라는 불교정신을 한 몸에 버무린 나지막한 현대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걷다가 지치면 몸을 누이고 또 마음을 비우고 덜어낼 수 있는 곳이다. 여러 채의 건물이 각각 외따로 떨어진, 그러면서 은근히 하나로 묶여진 공간이기도 하다. 은둔객이 되어 꽃 지고 잎 나는 자리에서 계곡물 소리를 오래도록 들었다. 세상의 화려함과 번거로움 그리고 내 마음속의 전란(戰亂)을 피해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처럼 나도 이 길을 천천히 걸었다. 언젠가 50대 가장이 “젊을 때는 가을이 좋더니 이제는 꽃피는 화사한 봄이 더 좋습니다”고 하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백번 공감하며 혼자서 또 고개를 끄덕였다.
백범길을 한 바퀴 돌고서 으스름할 무렵 절 입구의 영산전(靈山殿)을 참배했다. 현판을 일부러 소리 내어 읽었다. 그 음을 따라 영산홍의 화사함이 묻어났다. 처마를 맞대고 있는 태화선원의 당호는 매화당(梅花堂)이다. 집 그대로가 매화인 꽃 대궐인 셈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형형색색의 연꽃 등을 불 밝혀 놓았다. 그 덕분에 밤길까지 걸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린 봄나들이였다.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 원철스님
첫댓글 김구 선생님이 머물렀다는 유명한 암자 " 백련암 " 가 보셨죠 ?
백범의 명상의 길 산책도 좋고요.
양옆으로 적송이 버티고 있음에.
숲의 향기가 더욱 상쾌 합니다.
울님들, 기회 되시면
마곡사 대웅전 안에 원기둥 만져 보시고
두루 두루 순례 다녀 오셔도 좋겠습니다.
백범길을 조용하게 걸어보고싶은 맘 가득하네요.
마곡사 참배하고 원기둥안아보기 희망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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