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이 내 빈
고스톱은 우리나라 이천만이 즐기는 화투놀이다. 요즘 우스개 말로 개인 금융 사업의 일종 이라고도 부른다.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장례식장은 물론 각종 모임 ,음식점, 카페, 가정집, 심지어는 크루즈 해외 여행 중 뱃속에서도 즐긴다. 고스톱은 화투를 무기로 상대방의 호주머니를 털어 자신의 정신건강과 경제생활의 윤택까지도 도모할 수 있는 게임이다. 전쟁에서 이기면 전리품을 얻는다. 선거에서 이기면 권력과 관직을 얻는다. 고스톱에서 이기면 재미와 금전을 얻는다. 고스톱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일단 폐허가 되어버린 밥상이 치워지면 점령군이 된 도시의 주인처럼 담요가 드러눕고 마흔 여덟장의 동양화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다음으로 선잡이를 선택하는 의식이 거행된다. 자못 비장하기 까지 하다. 오늘의 일진은 어떠할지 예상키 어렵다. 화투장을 뒷면이 보이게 펼쳐놓아 한장씩 뽑거나, 기리를 떼는 방식으로 그 화투장의 월 수로 선을 정한다. 일반적으로 밤일낮장이라고 하여 밤에는 가장 낮은 패를, 낮에는 가장 높은 패를 뽑은 사람을 선으로 정한다. 연장자가 검투사의 눈빛으로 한 장을 집어들고 시니컬한 웃음을 띄우며 바닥에 표를 보인다. 연장자 순으로 둘러앉은 일행들의 순례가 끝나고 선이 결정된다. 선은 엄숙한 표정으로 패를 정리하고 잘 섞은 후, 자신의 좌측에 앉은 사람에게 적당한 양의 패를 떼어 더미를 쌓도록 한다. 이 때 떼는 사람이 패를 손가락으로 톡 치면서 "퉁"이라고 말하면 패를 돌리는 방법이 달라진다. 패를 돌린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4장씩 돌린 후, 바닥에 3장을 패가 보이도록 내려깐다. 이후 3장씩 돌리고, 다시 3장을 깐다. 퉁인 경우, 7장씩 한꺼번에 돌리고 6장을 한꺼번에 깐다. 남는 패는 더미에 올린다. 이때 기술을 걸어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7장의 화투장을 확인하는 선수들의 표정이 엇갈린다. 회심의 미소를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낭패된 기분이 되어 시무룩한 사람도 있다. 순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시작한다. 경기에 참여하게 될 3명의 선수를 선별하는 과정이다. 집도자는 당연직이다. 나머지 2명의 선수들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명씩 고와 거를 콜하게 되는데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며 4번 이후는 광을 팔기도 한다. 게임에 참가할 3명이 결정되면 먼저 집도자가 공격을 개시하면서 게임은 시작된다. 이때 각 사람은 손에 7장씩 패를 들고 있으며, 바닥에는 6장이 깔려 있고, 더미에 21장의 패가 쌓여있게 된다.
선부터 패를 돌리는 방향으로 돌면서, 손에 들고 있는 패를 바닥에 내려놓고, 쌓여 있는 더미의 맨 위에서 한장을 뒤집어 바닥에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패와 같은 월의 패가 바닥에 깔려있다면 그 패를 먹을 수 있으며, 먹은 패는 점수 룰에 따라 점수를 계산한다. 이제 부터가 전쟁이다. 작전을 세우고 상대를 탐색하고 공격과 수비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그들의 최종목표는 3점을 선점하는데 있다. 자금확보, 끝발유지, 안면몰수는 고스톱의 3대 전략 수칙이다. 화투장을 한 장 씩 끌어 모은다. 게임을 하는 동안 희비가 엇갈린다. 음흉한 눈빛으로 상대의 화툿장을 투시한다. 포커페이스가 되어야 상대에게 정보가 누설되지 않는다. 선은 3점의 점수가 확보되면 스톱이나 고 명령을 발한다. 스톱은 3점에서 끝나는 것이고 고는 선의 끝발유지가 상당한 수준에 있어 계속 진행할 경우 더 이상의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2명의 게이머는 여차하면 자금의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어쨌던 스톱으로 판은 끝나고 다음을 위한 계산으로 분주하다. 연신 지갑을 들여다 보며 왜 고스톱을 치는지 알지 못한다. 미소를 흘리는 표정속엔 전운이 감돈다. 다음 판을 기약하지만 헤어지는 모습은 처음과는 달리 허망하고 쓸쓸하다.
나도 70년대 유행하던 짓고땡이라는 화투놀이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패가망신 까지는 아니지만 가장으로서의 명예의 실추와 체면을 구겼던 경험을 같고 있다. 그후 나의 패인은 숫자개념과 경험부족, 게임에서의 성급한 결정 등으로 분석되어 화투를 하게되면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또한 마음이 여린 나로서는 체질적으로 다른 사람의 돈을 따서 경제적인 목적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강심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도 손해 잃어도 손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결국은 손실을 뒤로한 채 화투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그후 나는 짓고땡 이라는 화투놀이에서 손을 뗀 것은 물론 이려니와, 고스톱도 모임이나 회식 등이 있을 때 가끔 끼어들기는 하였지만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오래 전 그만 두었다. 놀이문화의 다양성이 부족했던 그 시절 나는 화투 대신 테니스에 몰입하게 되었고, 시군 대항 테니스 대회에서 단식과 복식경기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등 한때 아마츄어 테니스계의 스타로 군림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뒤 2003년 교통사고로 무릎을 다쳐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지금은 그것들을 대신해 주는 문학에 심취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그러한 경험들은 나를 뒤돌아 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줬고, 그로인한 대가는 내가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느정도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화투놀이로 인하여 입었던 경제적 손실은 결국 그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회복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치기어린 젊은 날의 추억이 되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젊음은 안타깝다. 그러나 그러한 소중한 경험들이 쌓여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줬고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줬다고도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이러한 삶의 과정들로 인하여 나는 노년의 하루하루를 즐기며 건강하게 살고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지난날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첫댓글 화가 나서
투쟁하는 모습이네요
Go stop
가다가 멈취서다니요.
그래도 간만큼 이익이겠지요?
화가 나서 투쟁하면 망신 패가랍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네요.
전화위복이 되어
이 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
축복을 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