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Chopin) 24개의 전주곡(Prelude) ,Op. 28 발췌
▣쇼팽의 전주곡 총설 ▲ 개설 쇼팽의 전주곡은 모두 27곡이 있으나, <24개의 전주곡 Op.28>이 가장 유명하고, 이 밖에 <25번 C#단조, Op.45>, <26번 A#장조, 유작> 및 <악마의 트릴(Devil's trill)>이 있다. <24개의 전주곡 Op.28>은 가각 조성이 다른 24개의 곡으로 된 한 세트의 피아노 소품으로 1839년에 최초로 출판되었다. 쇼팽 이전에 ‘전주곡’이란 푸가 앞에 붙는 짤막한 형식의 도입곡이나, 모음곡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역할로 사용된 곡을 지칭한 것이었으나, 쇼팽은 이렇듯 조합된 곡들에서 ‘프레루드(Prelude)’만을 떼어내어 그 자체만으로서 독특한 악상과 정서를 갖는 독립된 ‘쇼팽의 전주곡’이란 장르를 만들었다. 각각의 곡이 한 가지 주제의 짧은 악상으로 구성되어있고, 일정한 형식 없기 때문에 ‘작품 28’이 출판되자 비평가들은 깜짝 놀라 서로 엇갈린 평가를 쏟아냈다. 로버트 슈만은 “그것들은 장대한 양식으로 에튀드풍으로 처리된 것으로 상상되어 왔으나 결과는 전혀 반대로 스케치에 불과하다. 말하자만 에튀드의 시초에 지나지 않으며, 폐허의 잔해나 독수리 날개의 하나하나의 깃털과 같이 모두가 무질서하고 황량한 혼돈뿐이다”라고 비판하였다. 반면에 프란츠 리스트는 “쇼팽의 전주곡들은 전혀 특이한 체계로 구성된 작품들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또보들레르(Baudelaire)는 리뷰를 통해,"이름 없는 사원 위를 선회하는장엄한 한마리의 새와 같다"라고 치켜세웠다. 한 개 이상의 전주곡에서 동일한 동기가 사용되는 등 주제의 체계가 결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프리 크레스키는‘작품 28’은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24개의 소곡을 합친 것 이상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곡 하나하나로 보면 독립된 곡으로 보이지만, 각 곡들은 의도된 체계로 서로 잘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쇼팽의 전주곡은 언뜻 24개의 곡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큰 작품이다. 우리가 각 소곡의 시작부분을 주시해 보면 각각의 곡이 어떻게 연결되고, 또 그 이전 곡으로부터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청취자나 연주자 또는 비평가로서 스스로 곧 새로운 즐거움에 몰입하는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작품 28’은 모든 피아니스트들의 표준 메뉴가 되었으며, 1926년 알프레드 코로트를 시작으로 많은 음반 녹음이 되었다. “작품 28‘의 24곡은 C장조에서 d단조까지 24개의 각각 다른 조성으로 되어있다.쇼팽은 그가 존경하던 바하의 [전주곡과 푸가]에서와 마찬가지로 24개 곡을 모든 조에 걸쳐 작곡하면서도, 조 배열의 방법에 있어서는 바하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지 않았다. 바하의 [전주곡과 푸가]는 C장조에서 시작해, c단조, C sharp 단조와 같이 반음계적 상승으로 구성되어 B조로 끝나는 양식으로 되어있는 반면, 쇼팽의 [전주곡]은 C장조(전주곡 1번)로 시작하여, 관계조인 a 단조(2번), G장조(3번), 3번의 관계조인 e단조와 같이 5도를 기준으로 짜여진 조성배열을 갖추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악보를 보면 1번부터 sharp(#)이 하나씩 늘어나 13번에 이르러 sharp이 숫자가 최대가 되고, 14번부터는 역으로 6개의 flat(b)이 점점 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한다. 하여간 음악이 수학적 구조로 이루어진 추상적 영역이란 점이 이런 면에서 확인될 때면 놀랍고도 즐겁다.
▲ 작곡과 출판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작곡연대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왔던 1838년~1839년이 아니라,1836~1839년에 작곡된 것으로 밝혀졌다. 제7,17번은 1836년에 작곡되었고, 마요르카 섬에서 작곡된 5곡이외의 17곡은 1836년 6월~1838년 11월에 작곡되었다. 제2,4,10,21의 4곡은 1838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마요르카 섬의 팔마에서, 제1번은 1839년 1월에 발데모사에서 작곡되었다고 발표되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달리 이들 모든 곡은 대부분이 이 섬에 가기 전에 작곡되었으며, 그 중 몇 곡(5곡)만이 이 섬에서 작곡된 것이다. 쇼팽은 마요르카 섬에서 주로 이 작품들의 퇴고에 전념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해석일 것이다. 1839년 9월에 출판되었으며, 프랑스어와 영국어판은 카뮈 플레이엘에게, 독일어판은 요제프 케슬러에게 헌정되었다.
▣ 음반 코르토(Alfred Cortot,1877~1962) 폴리니(Maurizio Pollini,1942~ ) 녹음 1933-1934 Mono,ⓟ1988 EMI 녹음 1974 Stereo,ⓟ 1975 DG
이 곡을 연주할 때는 쇼팽이 의도한 ‘원심성’과 함께 각각의 곡들이 갖고 있는 ‘독립적인 회화성’을 잘 살려내야 한다. 또한 작곡 당시의 쇼팽의 내적 심상을 고려할 때,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해석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좀 오래된 녹음이라 추천하기를 주저했던 코르토(Alfred Cortot,1877~1962)의 연주 음반(1933-1934, Mono, EMI)은 후자 즉 ‘독립적 회화성’의 측면에서 가장 훌륭한 음반이란 생각이 든다. 코르토가 이 곡의 연주 방식에 대해 강조했던 ‘각각의 곡에 표제를 붙여 곡 전체를 이해하라’는 말 그대로 문학적 해석이 담긴 연주이기에 낭만성 부분에 있어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된 듯싶다. 그러나 지나친 루바토의 잦은 등장으로 코르토만의 독자적인 맛과 쇼팽의 병적인 낭만(,퇴폐미,라고 해두자)은 잘 표현되어 있지만, 그가 연주에서 보여준 불안정한 템포감각과 ‘원심성’ 획득의 실패란 차원에서는 추천을 꺼리게 된다. 그래서 [전주곡]의 스탠다드 음반으로 꼽히는 폴리니(Maurizio Pollini,1942~)가 DG에서 1974 발간한 스테레오 음반을 추천한다. 쇼팽 콩쿨 이후 한동안 잠적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70년대 DG로 옮기면서,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을 했다. 코르토와는 달리 폴리니의 연주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담겨 있다. 또한 프레이즈의 강약 조절과 포르테와 피아노간의 밸런스 등에 있어서 지나치게 수학적이고 기계적이다. 그런 이유로 쇼팽의 음악이 요구하는 낭만적이고 섬세한 분위기와 일견 거리가 멀 것만 같지만, 그의 [전주곡] 연주는 쇼팽이 요구했던 바대로 각각의 곡의 독립성을 살리면서도 곡들간의 유기성을 시종일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음반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게 된다. 또한 감질나게 녹아있는 멜랑콜리, 황홀경, 분노 등의 감정적 요소는 폴리니의 손가락 안쪽으로 숨겨져 객석의 관객들의 눈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그만의 마술인데, 이 음반에서도 그 마술은 펼쳐진다. 다만, 이 음반이 녹음된 70년대 중반 DG의 사운드는 다소 나무 재질의 통 속에서 울리는 느낌이라, 피아노만의 관능적인 맛이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인 점도 밝혀둔다. <출처: 김영욱,“그림책, 음악을 만나다”,pp.94~97,교보문고>
▣ 기타 선정곡 (15번 ‘빗방울 전주곡 外) ♠ 피아노 : 폴리니(Maurizio Pollini) 아래 선정곡의 별명은 2가지인데, 【 앞/뒤】에서 '앞'에 것은 독일의 비루투오소 피아니스트ㆍ작곡가·지휘자인 Hans von Bulow(1830~1894)가 기억을 쉽게 하기 위해 붙인 것이며, 뒤에 것은 피아니스트 고르토가 붙인 별명이다. ■ 제4번 e단조 【Suffocation/무덤 옆에서】 라르고(느리고 폭 넓게) 2/2박자. 진주와 같은 눈물의 시이며, 눈물의 노래이다. ■ 제7번 A장조 【 The Polish Dance/달콤한 추억이 향기가 되어 기억속을 떠돈다】 안단티노(조금 느리게) 3/4박자. 불과 2행으로 된 작은 마주르카 곡으로 향토의 영상에 불과하나 각 마디 안에 모든 마조비아 민족의 피가 응결되어 있다(하네카).
■ 제8번 f#단조 【Desperatio/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며 눈보라가 휘몰아 친다. 그러나 내 마음의 폭풍은 더욱 거세다】 몰토 아지타토(매우 격하게) 4/4박자. 구조는 3부 형식으로, 제1번 C장조와 같이 하나의 짧은 동기를 중복하여 만들어 졌다. 하네카는 『바그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했을 때 분명히 이 중간부의 마디들을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라 말했다. ■ 제17번 Ab장조 【A scene on the place de Notre Dame de Paris/그 녀가 내게 말해 주었다-당신을 사랑한다고】 알레그레토(알레그로보다 조금 느리게) 6/8박자.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닮은 가미로운 악곡이다. 어떤 사람이 멘델스존에게 그론 말을 했더니 그는 「나도 대단히 좋습니다.-- 다만 얼마나 좋은지, 또 왜 좋은지는 말할수 없읍니다. 다만 나로서는 여태까지도 도저히 작곡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는 점을 확증할 수 있읍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 제19번 Eb장 【Heartfelt Happiness/연인이여, 나에게 만약 날개가 있었다면 그대 곁으로 날아 갈 것을】 비바체(빠르고 경쾌하게) 3/4박자. 부단히 이어지는 3잇단음표의 음형을 취한 화성 위에 우아한 선율이 느긋하게 흘러간다. 「속삭이는 듯한 아름다움, 6월의 아름다움, 그것은 쇼팽, 우리들이 가장 사랑하는 바로 쇼팽이 아니겠는가」(하네카) ■ 제24번 d단조 【The Storm/피, 애욕,죽음】 알레그로 아파쇼나토(빠르고 즐겁게, 열정적으로) 6/8박자. <혁명 에튀드 Op. 10-12>와 흡사한 내용의 작품이다. 러시아에게 고국의 수도 바르샤바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폴란드 국민의 비분강개를 토로한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저음부의 폭 넓은 리듬, 고음부의 천마가 하늘을 날으는 듯한 격렬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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