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에 관하여
여름에 에어컨과 전기요금 문제만큼 뜨겁진 않지만
이 계절엔 보일러와 가스요금 문제가 주요 관심사 중에 하나로 떠오릅니다.
이 문제와 함께 보일러와 관련한 몇 가지를 얘기해보려 합니다.
의문1_보일러 사용법을 달리하여(온돌vs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가스비를 절약할 방법이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행히도 ‘없다’입니다.
‘있다’고 하는 행간에 떠도는 몇가지 팁이 있는데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일러 조정기(흔히 ‘룸콘’이라 하는)에서 설정 온도를 ‘실온’에서 ‘온돌’로 바꾸면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거죠.
실온이든 온돌이든 적정 온도(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를 유지하는데 소모되는 가스의 양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보일러는 설정한 온도에 이를 때까지 가동되다 그 온도에 이르게 되면 멈추는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다만 그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조정기 안에 있는냐(실온), 회수된 난방수(바닥 배관을 따라 흐르는 물) 배관에 있느냐만 다른 건데 도대체 이 기능을 왜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마치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실내 온도로 설정하면 그만인데 실외기의 냉매 온도로 설정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과 같이 불필요한(?) 기능이죠. 그래서 실제로 에어컨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가스비를 절약하는 방법은 설정 온도를 낮추는 거 말고는 없습니다.
집의 단열기능을 보강하거나 옷을 껴입는 거는 주제가 다른 얘기겠죠.
의문2_ 사용하지 않는 방의 분배기 밸브를 잠그는 건 비용 절감에 효과가 없다?
창고처럼 사용하는 작은 방,
가스비 절약 차원에서 이 방에 연결된 난방수 밸브를 잠그면 어떻게 될까요?
가스비 절감 효과 없으니 그러지 말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당연히 가스비 적게 나옵니다.
이는 방문의 개폐 여부에 따라 효과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적어도 가스비가 더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지는 사용자가 선택할 문제겠죠.
의문3_ 집을 비울 때 예약 기능을 이용하게 효과적이다?
썰렁한 냉기가 흐르는 집에 들어오는 게 곤욕스러워 이 기능을 사용할 순 있는데,
가스비를 절약하는데는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단열 상태가 변수라 하지만 실상 그와 무관하게 가스비는 더 나옵니다.
분배기 밸브 조정하는 것만큼이나 따뜻함과 가스비가 같이 가는 문제입니다.
의문4_ 설정 온도를 높일수록 실내 온도가 빨리 올라간다?
이 역시도 ‘그렇지 않다’입니다.
오돌돌 떨며 빨리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되나 차이가 없습니다.
적정 실내 온도를 20도라 가정하고 설정 온도를 20도에 맞췄을 때와 vs 40도에 맞췄을 때,
후자의 경우가 20도에 이르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모델의 경우 난방의 강도를 강,중,약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이 경우엔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델엔 이 기능이 없죠.
보일러는 작동하거나 멈추거나지 설정 온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가스레인지처럼 세기 조정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뭘 말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죄다 아니라고만 하고 있으니..
보일러 조정에 공들이지 말라는 겁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거죠.
차라리 창틀을 단속하고 내복과 스웨터 착용에 관심을 갖는 게 합리적인 겨울 나기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미 삼아 다른 나라에선 겨울철 실내 온도 얼마로 유지하는지 참고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