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손(高孫)이 아니라 현손(玄孫)
최광희 목사
성경을 읽다보면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 그 조상과 함께 소개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부친만 소개하면서 누구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어떤 중요한 경우에는 조부, 증조부, 고조부 이상의 조상까지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 현재 소개하는 그 사람이 사람이므로 이 사람은 누구의 아들, 누구의 손자(孫子)라고 소개합니다. 손자 다음에는 증손(曾孫)이라고 하고 그 다음에는 현손(玄孫)이라고 합니다. 스바냐 선지자가 바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스바냐는 다윗 왕가의 후손으로서 그 유명한 히스기야 왕의 현손(玄孫)인데 하나님의 선지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이렇게 족보를 따져가면서 조상이나 자손의 명칭을 사용할 일이 많이 없다보니 성경을 읽으면서 이런 용어를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성경 공부도 하고 상식 공부도 할 겸 조상과 자손에 관한 명칭 한 가지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히브리어 성경을 보면 조상을 부를 때 부, 조부, 증조부, 고조부 등 모든 조상에 대해 ‘아브’라는 단어 하나로 다 통합니다. 또 자손을 부를 때도 아들, 손자, 증손자 등 모든 자손을 ‘밴’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통합니다. 이런 고민은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입니다.
앞의 도표에서 보듯이 나를 중심으로 위로 가면 나 --> 부친(父親) --> 조부(祖父) --> 증조부(曾祖父) --> 고조부(高祖父) 이렇게 부릅니다. 그리고 아래로 가면 나 --> 아들(자, 子) --> 손자(孫子) --> 증손(曾孫)입니다. 그렇다면 증손 다음은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흔히 위로 올라갈 때 증조부 다음이 고조부라는 것을 반대로 생각해서 증손 다음 대를 고손(高孫)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알고 보면 말이 안 되는 명칭입니다. 증조부(曾祖父)보다 더 높은 조상에게 높을 고(高)를 사용해서 고조부(高祖父)라고 하는데 아래로 내려갈 때 증손(曾孫)보다 더 아래의 자손에게 높을 고(高)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글자의 의미상 증손 다음을 고손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고조(古祖)의 반대 개념을 적용하여 고손(高孫)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그것이 맞는 줄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해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남이 올바른 단어를 사용해서 말하는 것을 오히려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 성경을 읽는 신자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면 성경은 케케묵은 이상한(틀린) 단어를 쓴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증손(曾孫)보다 아래의 자손은 고손(高孫)이 아니고 현손(玄孫)이 맞습니다. 여기서 현(玄)은 '검다'는 뜻도 있지만 '멀다'는 뜻도 있습니다. 즉 우리 성경을 번역하는 분들이 사용한 현손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단어도 아니고 사라져버린 고어(古語)도 아니고 현재도 살아 있는 정확한 표준어입니다. 한글 개역개정 성경에는 현손(玄孫)이라는 단어를 21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경에서 이런 단어가 나올 때 성경이 현대에 쓰지도 않는 고어(古語)로 번역되었다고 오해하지 말고 우리의 지식을 넓혀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헤에 더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
와, 선배님, 언제나 댓글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계속 격려 부탁드립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