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수의 명당은 결국 살기 좋은 곳이다.
호림: 공부하지 않고, 매일 놀 수 있는 곳이요.
아름: 장난치지마, 오빠! 음... 우선, 아늑하면서도 따뜻한 볕이 들어서 겨울에는 지내기 좋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가까이 있는 곳이요.
아빠: 따뜻한 볕이 들면서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은 어디일까?
아름: 글쎄요, 햇볕을 받으면서 이불속처럼 뭔가에 푹 파묻혀 있는 곳이겠지요.
아빠: 사람이 사는 집터를 생각해보면, 집이 아늑하게 파묻힐 곳이 어디일까?
아름: 태양을 향해 남쪽을 바라보는 집의 뒤쪽에, 작은 동산이 집을 좌우로 둘러싸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아빠: 바로 그거야.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살기 좋은 집터의 조건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 라는 말을 썼어.
호림: 배산임수?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무슨 뜻이죠?
엄마: 배산임수를 풀이하자면, 등 배背, 뫼 산山, 가까울 임臨, 물 수水 야.
아름: 아! 집의 바로 뒤에 산이 있고, 바로 앞쪽의 가까운 곳에 물이 있는 곳! 신기하게도 내가 말했던 바로 그곳이네요?
아빠: 그것이 바로 풍수야. 누구나 살기좋은 곳이라고 생각되는 장소는 그런 공통점이 있지.
호림: 풍수 별거 아니구나! 오늘 풍수공부 끝!
▶▶ 나쁜 땅을 명당으로 만드는 비법! 비보풍수
아빠: 그런데 그런 살기좋은 장소가 실제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설사 그런 장소가 있다손 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모두 같은 집에 살 수는 없지 않겠니? 그리고 조건이 너무너무 좋은 장소도 있을 것이고, 약간 덜 좋은 장소도 있을 것이고.
아름: 그럼 어쩌죠?
아빠: 그런 좋은 장소를 최대한 많이 찾아야지. 아니면 약간 나쁜 장소라 하더라도 좋은 장소로 만들면 되지 않겠니?
엄마: 그것을 풍수용어로 "비보" 한다고 하지.
아빠: 그렇지. 그런 살기좋은 장소를 풍수용어로 "명당明堂" 또는 "혈穴자리" 라고 해.
아름: 쉽게 말해 풍수의 목적은 살기 좋은 장소인 명당明堂을 찾는 거군요? 아니면 만들거나!
아빠: 100점 짜리 답이야! 그런데 살기 좋은 장소에는 뭔가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해. 그것을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이라고 해서 생기生氣 라고 하지. 생기발랄 이란 말 알지? 반면에, 살기 나쁜 장소에는 뭔가 나쁜 기운이 있겠지? 그것을 죽은 기운, 즉 사기死氣라고 해.
▶▶ 명당찾기는 곧 땅속에서 생기를 찾는 것
아름: 그럼 생기生氣를 찾아야 하겠군요? 그것을 찾는 것이 풍수의 핵심이군요.
아빠: 기운은 그 자체로는 눈에 보이지 않아. 그래서 기운이 나타난 흔적을 찾아야 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팔에 핏줄과 힘줄이 불끈 솟아나 있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살이 포동포동쪄서 팔이 미끈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누구에게서 힘이 느껴지지?
호림: 당연히 팔에 핏줄과 힘줄이 불끈 솟아있는 사람이죠.
아빠: 땅도 마찬가지야. 땅에도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있어. 팔에 불끈불끈 솟아난 핏줄과 힘줄과 같은 것이, 땅에서는 무엇에 해당될까?
아름: 땅에서 솟아난 곳이라면 산이겠죠?
아빠: 그렇지. 그래서 풍수에서는 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왜냐하면 우리의 피가 심장으로부터 핏줄을 통해 흘러오는 것처럼, 좋은 기운은 어디에선가부터 생겨나서 기가 흐르는 통로를 타고 흘러 오거든.
아름: 그냥 땅밑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구요?
아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좋은 기운인 생기生氣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에서부터 시작해서 산을 타고 흘러 온다고 해. 우리 조상들이 백두산을 신성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아름: 만약 산이 도중에 중간에서 잘리면 어떻게 되나요?
아빠: 그렇게 되면 산을 타고오던 좋은 기운인 생기가 끊어지지. 그래서 일제시대에 우리민족의 정기를 끊으려고 일본사람들은 산을 끊고 도로를 만들거나, 아니면 중요한 혈자리에 쇠말뚝을 박아 넣었다고 하잖아?
호림: 나쁜 일본놈들…
아름: 그럼 산을 타고온 좋은 기운인 생기를 어떻게 활용하죠?
아빠: 일단, 생기가 뭉쳐져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해. 그 지점을 혈穴자리 라고 해. 그리고 그 위에 생기의 기운을 받기위해 집을 지어야지.
아름: 그럼 그 집이 소위 명당이 되는 군요.
▶▶ 생기의 두가지 특징, 풍즉산, 계수즉지
아빠: 그렇지. 그런데 뭉쳐져 있는 생기는 두가지 큰 특징이 있어. 하나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진다는 특징이야. 이것을 좀 어렵게 한자로 표현하면 풍즉산風則散 이라고 해. 바람을 만나면, 즉, 해산한다는 뜻이야.
또 하나는 물을 만나면 멈춘다는 것이야. 이것도 좀 어렵게 한자로 표현하자면 계수즉지界水則止 라고 하는데 줄여서 수즉지水則止 라고도 해. 물을 만나면, 즉, 정지한다는 뜻이야.
아름: 풍즉산, 계수즉지 지난번에 아빠에게 설명 들었던 내용이에요.
아빠: 이런 두가지 큰 이유 때문에, 바람을 가두어서 생기가 흩어지지 못하게 하고 또한 물길을 얻어서 생기를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원하는 곳에 뭉쳐지도록 멈추게 하는 것이야. 이것도 한자로 표현하자면 저장할 장, 바람 풍이라고 해서 장풍藏風이라는 말과 얻을 득, 물 수라고 해서 득수得水라는 말이 되는 것이지.
아름: 장풍과 득수, 장풍득수, 결국 이 말이 풍수의 원래말이죠?
아빠: 응, 그런데 바람을 가두는 장풍역할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호림: 바람을 어떻게 가둬요? 불가능할 것 같아요.
아빠: 그것은 산줄기로 하는 것이야. 산으로 둘러싸면 바람이 약해지잖아.
호림: 맞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아빠: 그리고 산을 풍수에서는 용이라고 불러. 왜냐하면 산줄기가 이어진 것이 마치 용이 춤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이야. 그래서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좋은 생기를 용맥이라고도 해. 용의 맥박이라는 뜻이야. 산을 타고 온 용맥이 점점 높이가 낮아져서 마지막으로는 땅속으로 흐르는 것을 지맥이라고 하지.
엄마: 그래서 풍수에서는 좌청룡, 우백호라고 해서 좌우의 산줄기가 명당이나 혈자리를 둘러싸야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 곳의 생기가 흩어지지 않고 잘 보존이 된다고 생각했군요?
아빠: 맞아!
호림: 그런데 만약 사방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이면, 완전히 생기가 흘러나갈 틈이 없어서 가장 좋은 조건이 되는 것 아닌가요?
아빠: 생기가 흘러나가지 않는 것은 최상의 조건이겠지만, 그런 곳에서는 사람이 답답해서 어떻게 살겠니?
호림: 쩝~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아빠: 그래서 남쪽은 탁 트여야 좋은 거야.
아름: 그러면 그쪽으로 생기가 다 흘러 나가잖아요?
아빠: 그래서 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좋은 물길을 얻는 역할이 중요한 것이야. 생기를 원하는 곳에 멈추게 하는 그런 물길을 명당수 라고 해. 명당을 만드는 물줄기라는 뜻이야.
아름: 산줄기로 바람을 막아서 생기가 흩어지지 않게 하고, 물줄기로 생기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풍수지리의 요점이군요!
엄마: 완벽한 요점정리야!
====================================
위의 내용은 "나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 - 궁궐편" 의 한 대목을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