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이영란 ㄱㄴㄷ
그림책 <우리 엄마 ㄱㄴㄷ>을 읽고
2023. 3. 향기 이영란
ㄱ – 군고구마
나는 군고구마를 좋아한다. 쪄서 말린 고구마도 좋아한다. 다른 음식을 조금 통제가 되는데 이 두 가지 음식은 무제한으로 들어간다. 뜨개질도 시작하면 통제가 안되어서 낭패다. 지금도 집에서는 삶은 고구마가 건조기에서 말라가고 있다.
ㄴ – 나물
엄마가 명절에 해 주는 종류가 12가지쯤은 될 나물을 좋아한다. 내 몸의 많은 부분은 그 나물이 만들어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ㄷ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으로 고등학교 농구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담긴 서사에 끌렸다. 누구나에게 들어있는 이야기, 특히 시시껄렁해 보이는 고등학생이지만 누구나 어떤 하나에는 모든 걸 걸 수 있는 무엇이 있다. 영화에서는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뭐 대단한 것이라고 아이들을 압박하고 혼내고 할 거냐고. 나는 그만 숙연해지고 말았다.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이만, 2월의 우리 반 아이들을 단박에 존중하게 되었다.
ㄹ – 리액션
나는 리액션이 큰 사람이고 싶다. 많이 기뻐해 주고, 칭찬해 주고, 감동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왠지 든든하고 의지가 되니까. 그런데 나는 화를 내는 리액션도 크다. 그건 좀 그렇긴 하다.
ㅁ – 모임
나는 모임을 만드는 걸 좋아하고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용남초 책 모임에서 시작한 책갈피, 광도초 학부모 책 모임에서 이어져 오는 월요회, 지금 학교에서 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경남 그림책 공부교사 모임 등 그런 모임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또 나는 걷는 모임에도 들고 싶다.
ㅂ – 비관적인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은 별로지? 나도 그렇지만 요즘은 한편으로 그 사람이 왜 그런지 이해를 해 보고 싶기도 해. 물론 그 대상이 아이라면 이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
ㅅ – 산책, 샌드위치
매일 산책 겸 운동을 하지. 의무감처럼. 하루에 만보 정도? 양배추, 양파, 당근과 계란을 넣고 부침을 해서 케찹과 머스타드 소스, 설탕, 그리고 치즈를 얹어 먹는 샌드위치를 좋아해. 그 어떤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맛. 아침으로 추천해 봐
ㅇ – 여행
내가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은 혼자 2박 3일로 강원도에 갔을 때야. 낯선 숙소에서 사방이 컬러풀한 벽에 혼자 자기에는 넓은 방이었는데, 그 때 약간은 두렵고 떨리던,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던 그 밤의 기억이 아주 생생해. 그 여행의 계기가 좀 웃긴데, 부부싸움을 하고 뛰쳐나갔던 건데, ㅎㅎ 다녀와서는 화해를 했어.
ㅈ – 자세한 표현
그림을 그리듯 자세한 표현을 좋아해. 그걸 하다보면 인생이 좀 더 잘 짜여졌다고 할까, 덜 지루하기도 하고.
ㅊ – 총
교실 환경정리를 하면서 6학년 선생님에게서 타카를 빌려썼는데, 그게 총 같다는 생각을 했어. 쏘기 위해서는 상당한 힘이 필요했는데, 총 쏘는 기분이 들었어. 또 김훈 작가의 <하얼빈>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대단한 명사수였다는 점이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그것도 최근에 새로 알게 되었어.
ㅋ – 커피와 케이크
아침 커피 참 좋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노동음료라고 할까? 이 세계의 지성은 커피에 빚지고 있는 게 많을 듯 싶어. 나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에 아주 환장을 하는데, 지난번에 빵집에서 산 케이크에 딸기를 덕지덕지 붙여서 기어이 딸기 케이크를 만들고 말았지.
ㅌ – 튼튼한
나는 몸과 마음이 튼튼한 사람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이 있어야지. 늘 운동하고, 또 모임하고.
ㅍ – 푸른 바다
그런 생각을 해 보긴 했어. 푸른 바다를 가르며 원드서핑을 하는 소망 같은 것. 그걸 하기 위해 입는 무거운 옷과 검게 탄 피부가 멋있어 보였어.
ㅎ – 향기
나의 닉네임 향기. 우연히 정한 건데,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렸네. 곁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향기를 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