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제 됐어. 난 살러 간다."
삶의 고차원적 의미를 탐색하면 실존상담이라고요?
고급언어로 이루어진 가치를 지향하면 실존상담이라고요?
고귀하고 따듯한 휴머니즘을 담보하면 실존상담이라고요?
얄롬이 제안한 죽음, 자유, 무의미, 고립의 4가지 주제를 다루면 실존상담이라고요?
자살, 절망, 데카당스, 파괴, 우울 등의 어두운 인간의 심연을 드러내면 실존상담이라고요?
의지, 단호한 선택, 운명적 결단, 비극적 영웅상 등의 고된 애씀을 추구하면 실존상담이라고요?
초월이라는 개념보다 한 차원 낮은 단계의 작업이 실존상담이라고요?
인지적 접근이 실존상담이라고요?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 의식수준을 높이는 게 실존상담이라고요?
철학이론의 해석학적 적용이 실존상담이라고요?
몸과 마음의 통합을 수행하는 게 실존상담이라고요?
오, 제발요. 꿈은 일찍 깰수록 덜 헤매죠. 꿈 깨세요. 뀨잉뀨잉.
실존상담이 진짜로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같이 나누어봐요.
<실존>이라는 개념은 <초월> 내지 <깨달음>과, 그리고 <사랑>과 완벽하게 동일한 개념입니다. 우리는 이 지점부터 정확하게 징검돌을 딛고 가볼 거예요.
동시대적으로 명망높은 영국의 실존상담자 스피넬리의 『Practising Existential Psychotherapy』가 우리가 주로 함께 보게 될 교재에요.
스피넬리는 실존상담의 변화과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곤 합니다.
"나는 내 자신을 미워해."라고 말하고 있는 내담자가 있어요. 이 내담자의 변화의 수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준1의 변화: "나는 내 자신을 미워해.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나를 사랑할 수도 있어."
수준2의 변화: "나는 내 자신을 미워해.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 자신을 미워하진 않고 때론 사랑하기도 해."
수준3의 변화: "미워하는 '나'란 누구인가? 그리고 '미움'이란 무엇인가?"
네. 실존상담과 가장 유사한 인간경험의 체계는 '(부정신학적) 크리스트교 신비주의'와 '선불교'입니다.
반 두르젠의 『Existential Counselling & Psychotherapy in Practice』와, 반 캄의 『The Art of Existential Counseling』은 우리에게 이러한 이해를 도와줄 거예요.
실존상담은 내담자의 인지적 수준이나, 학문적 깊이나, 의식진화의 정도와 별 관계 없어요. 깨달음이 발달단계가 아니듯, 사랑이 발달단계가 아니듯, 실존 역시 발달단계가 아니에요. 실존상담은 저잣거리의 언어를 통해 저잣거리의 현실에 응답하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론입니다. 그래서 실존상담에는 특별한 도구나 해석틀이 필요없어요. 마음을 들을 줄 아는 귀만 있으면 되요.
가장 쉽게 실존상담을 정의해보자면 아마도 이럴 거예요.
<마음의 꿈에서 깨어나 미지의 사랑으로 살기>
세상에는 마음의 꿈과 사랑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마음의 꿈으로 살아요. 그래서 사랑은 우리에게 미지에요. 아직 알려진 적이 없어요. 우리가 사랑이라고 이미 믿고 있는 것들 사실 다 마음의 꿈이에요. 그건 매우 열정적이고 선하고 아름다운 꿈이지만, 그냥 꿈일 뿐이에요. 꿈은 언제나 닫힌 현실을 만들고, 사랑은 언제나 열린 현실을 만들어요. 그래서 꿈 속에서는 우리는 늘 애쓰게 되고, 사랑 속에서는 우리는 늘 고요히 멎습니다.
네. 맞아요. 물론 우리는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꿈도 꿀 수 있는 그런 자유가 있는 존재에요. 근데 그 자유는 정말 마음이 아닌 사랑이 실재한다는 것을 명료하게 확인한 후에야 생겨나는 자유에요. 그 전까지 우리는 늘 마음의 꿈에 허덕이며 쫓깁니다. 꿈의 동의어는 정확하게 결핍이거든요. 결핍 속에서는 어떠한 자유도 누려지지 못해요.
그래서 실존상담은 우리가 모든 꿈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아닌 사랑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 영원한 자유의 첫 걸음이에요.
그러니 대충 사랑과 자유를 우리 함께 만나봐요. 대충 또 그렇게 만나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