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자연을 선물하는 도심형 수목원, 영흥수목원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존재는 ‘나무’다. 수십, 수백 년씩 자라 속이 비어가고 굳어가는 나무들도, 봄이면 어김없이 말랑말랑한 새싹을 내놓는다. 그런 나무들이 가득한 곳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사람들은 흔히 ‘숲세권’이라 부르고, 도심에서 접근성이 높은 수목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원은 유독 식물과 인연이 많았다. 조선 시대 ‘식목왕’이었던 정조는 다량의 나무와 화초를 체계적으로 심어 가꾸기 시작했고, 수원 농림전문학교의 현신규 박사는 6·25전쟁 이후 사막화된 전국을 울창한 녹지로 바꾸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림과 농업 분야의 근대적 연구가 시작된 곳 또한 수원이다.
수원의 식물사랑은 작게는 ‘손바닥정원’에서, 크게는 장안구와 영통구의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에서 드러난다. 영흥수목원은 영흥숲공원이 둘러싸고 있는 산지 지형을 살려 조성된 식물원이다. 총 146,000㎡ 면적에 나무 1,084종, 꽃 42,000여 주, 식물 118,000여 본이 있다. 숲공원은 시민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산책로이지만 수목원은 입장료를 내고 방문자센터를 거쳐 들어가야 한다. 수목원 전체를 조망하는 카페가 있고, 정원에 관한 책들이 있는 계단식서가 책마루 등이 눈길을 끈다.
영흥수목원은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논, 웅덩이, 산림 등을 최대한 보존하고 활용한 ‘정원문화 보급형 수목원’이다. 집에서 식물을 기르는 취미를 넘어 전문화된 정원문화를 시민들에게 보급하여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수목원 산책 코스는 꽃과 들풀 전시원, 전시숲, 생태숲으로 나뉜다. 꽃과 들풀 전시원은 블루밍가든부터 확 트인 잔디마당, 수연지와 온실, 겨울정원에서 작물원까지 이어지고 전시숲과 생태숲은 두충나무, 목련, 자작나무 등 다양한 관상용 수목을 수집하여 계절마다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담았다.
방문자센터에 들러 정원상담실의 정원상담사를 찾는 재미도 있다. 주목할 만한 식물이나 지금 가장 만개한 꽃, 시간별 추천 코스 등 수목원 관계자만 아는 팁을 알려준다. 왜 집에 있는 식물들이 금세 죽는지, 반려식물에 병해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식물 관련 상담도 이뤄진다. 그리고 센터 내 카페에 느티나무 의자는 영통구에 살던 300년 된 보호수가 고사한 뒤 재탄생 한 것으로, 수목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안락한 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영흥수목원은 지난 4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수원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올해 11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며 수원시 홈페이지 통합예약시스템에서 예약신청을 할 수 있다. 수목원 입장료는 유료지만,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이다. 오감깨우기, 숲길 걷기(맨발 걷기), 호흡 명상, 아로마 마사지, 꽃차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시민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
그동안의 정원이 ‘식물 소비’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생명이 순환하도록 돕는 ‘식물 보전’의 공간이 되어야 할 때다. 수목원은 식물과 세상이 만나는 플랫폼이자 식물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어 서로를 치유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 영흥수목원에 들러 초록의 기운을 마음껏 누려 보자.
권미숙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