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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범한 결정적 오류 (Sloppy Logic)
이들의 결정적 오류는 “맥락을 무시한 파편적 유사성 끼워맞추기”입니다.
전 세계 신화나 문학에서 단어나 모티브(예: 죽음과 살아남, 불 세례 등)가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직접적인 모방’이거나 ‘허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호메로스(Homer)의 이름은 200년간 기록에 없다가 후대에나 등장하지만, 예수라는 이름은 사후 불과 20여 년 만에 바울의 서신에서 “여성에게서 나셨고, 다윗의 혈통”이라는 지극히 구체적인 인간적 속성과 함께 증언됩니다. 신화론자들은 ‘신화는 거짓, 역사는 진실’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자료를 편향되게 취합한 셈입니다.
2. 데이빗 리트와: 복음서는 ‘신화적 역사 서술(Mythic Historiography)’이다
그렇다면 복음서는 대체 어떤 글일까요? 데이빗 리트와(M. David Litwa) 박사는 복음서를 ‘신화적 역사 서술(Mythic Historiography)’이라는 장르로 이해할 것을 제안합니다.
“고대 세계에서 역사를 쓴다는 것은 현대의 CCTV 영상이나 신문 기사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플루타르코스나 헤로도토스 같은 고대 지식인들에게 역사 서술이란, 자신들이 경험한 역사적 진실과 영웅을 증언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신화적·문학적 코드를 활용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리트와는 예수의 실존과 역사적 기억이라는 단단한 중심핵(Historical Core)을 인정합니다. 동시에, 초대 교회가 예수를 당대 지중해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인물로 부각하기 위해 지중해 세계의 신화적·문학적 옷을 입혀 기록했음을 명쾌하게 밝혀냅니다.
3. 데니스 맥도널드: 호메로스를 뒤집은 ‘대항 서사(Anti-Epic)’
한편 데니스 맥도널드(Dennis R. MacDonald)는 ‘미메시스 비평(Mimesis Criticism)’을 통해 복음서(특히 마르코 복음서)가 헬라 세계의 대세 서사였던 호메로스의 서사시(《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패러디하고 전복시켰음을 보여줍니다.
창세기 1장이 바빌로니아 창세 신화(에누마 엘리시)의 틀을 빌려와 바빌론의 다신론을 무너뜨린 ‘Anti-Myth’였듯이, 복음서 저자들은 헬라-로마 세계를 지배하던 호메로스풍 영웅관에 맞서 ‘Anti-Epic(대항 서사)’을 써 내려갔습니다.
맥도널드의 미메시스론은 단순히 “어느 책을 베꼈는가”를 따지는 건조한 문학 비평이 아닙니다. 그것은 복음서가 당대 로마 제국의 제국주의와 군사적 영웅주의에 맞서 쏘아 올린 거대한 문학적·신학적 투쟁이었음을 증명해 주는 선명한 돋보기입니다.
4. 성경을 다시 읽는 시선: 제국과 물신주의에 맞서는 ‘어린 양의 군대’
존 월튼(John Walton)이 창세기 1장을 물리적 공학이 아니라 “우주라는 성전에 사람들을 불러들여 거룩한 제사장으로 살아가게 하는 동기부여의 서사”로 읽어냈듯, 리트와와 맥도널드는 복음서를 1세기 지중해라는 역사적 생태계 속으로 되돌려놓습니다.
복음서를 오직 “실제 일어난 팩트냐 아니냐”라는 실증주의적 잣대나 앙상한 사법적 대속 패키지로만 축소하면, 마치 두건을 쓰고 율법을 읽던 바리새인과 서기관처럼 복음서가 가진 하나님 나라의 급진성을 놓치게 됩니다.
초대 교회는 로마 제국의 제국주의, 칼의 권력, 그리고 물신주의라는 거대한 거리 앞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어린 양 예수가 참된 만유의 주(Lord)이시다”라는 전복적 고백을 던졌습니다. 복음서는 바로 그 ‘어린 양의 군대(초대 교회)’를 향해 기록된 거대한 대항 신화이자 삶의 격문이었습니다.
💡 글을 마치며
복음서를 단순한 ‘가짜 신화’로 치부하는 극단적 신화론도, 그렇다고 고대 텍스트의 숨결을 무시한 채 ‘현대적 뉴스 기사’로 가두어두는 문자주의도 모두 성경의 진가를 가립니다.
데니스 맥도널드의 선명한 돋보기와 데이빗 리트와의 넓은 망원경을 통해 복음서를 읽을 때, 우리는 2,000년 전 텍스트가 지닌 찬란한 서사적 폭발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오늘날 여전히 제국주의와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복음서는 우리에게 “어떻게 어린 양의 길을 걸으며 세상에 대항하는 참된 제자로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