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상추와 벚꽃처럼 외 1편
이 문 희
운이 좋으면
상추 잎 사이사이에서 벚꽃 잎을 볼 수 있다
상추 잎 세다가
상추 잎 씻다가
새끼손톱만한 꽃잎이라니
연분홍 다정이라니
다정도 이만하면 정들겠다
상추 잎 사이사이 벚꽃 잎을 넣어준 이는
상추씨 뿌릴 때 마음을 심었구나
마음도 그냥 마음이 아닌
연초록 너른 마음
어머니 꽃 보자기 같은 상추 잎 씻을 때
벚꽃 잎도 둥둥 떠올라
봄을 씻는다
상추쌈에 상추무침 먹는 나는
오늘밤 상처 같은 건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된다
첫사랑의 감정을 가진 기분으로
검은 동굴 속 입을 열어 벚꽃같이 환한 꽃상추를
오래 씹어본다
그이가 낮밤 써내려갔을 푸른 잎맥들
꿈틀, 벚꽃 잎 마침표를 찍어
나도 한 마리 무해한 푸른 애벌레가 된다
다음 생엔 그이네 상추밭 벚꽃나무로
무성히 깨끗하게 필 꿈으로.
보성 댁 트럭 탑승기
세상 기둥 같던 너그 아버지 일찍이 떠나보내고 한번은 연애를 하고 싶더라. 나도 여자고, 정말로 연애를 하고 싶은데 못하겠더라. 하루는 점식이네 엄마가, 나라에서 과부 수절 비 세워 줄일 있냐고 당장 나오라는 겨. 봉동에서 생강밭 부자라고 소문난 아저씨를 소개해줬다. 만난 그날 트럭을 타고 왔더라고. 거무스름한팔뚝에 심줄이 툭 불거져 나온 것이 심깨나 쓰것더랑께. 순간, 따라가고 싶었다. 나는 세 살 막내를 데리고 나갔는데 애를 어디 맡길 데가 있어야지. 셋이 나란히 앞좌석에 탔는데 말이다. 그때부터 야가 떼를 쓰고 우는 겨. 계속 울어쌓는데 아저씨한테도 미안하고, 니 동생 영미 갸가 좀 순했냐? 그날따라 누가 똥구멍을 꼬집는지 어떻게나 크게 울어쌓는지 내 생각에는 야가 어려도 뭔가를 눈치 챈 거 같어. 엄마가 저를 버리고 이 아저씨한테 시집을 가는가보다, 이런 생각을 했던 모양 여. 그래서 어쨌냐고? 바로 집으로 왔지, 안 그냐? 야가 울어 숨 넘어 가는 디 연애는 무슨 놈의 연애? 냅다 집으로 왔지. 여태껏 누가 누구하고 연애한다네, 이런 소문 하나 없이 요 모양 요 꼴로 혼자 안 잘 사냐!
어머니는 쉰다섯 딸에게 우는 듯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문희 전북 전주 출생. 2015년 《시와경계》 등단. 202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맨 뒤에 오는 사람』. 전북시인상 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