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21 - 안향련
이리 한참 빌고 있을 적에
<아니리>
이렇듯 지극정성(至極精誠)을 드리는데,
<중머리=권마성제>
하루는, 문전에, 외는 소리, 우리는 남경(南京)장사 선인(船人)으로, 인당수
(印塘水) 인제수(人祭需)를 드리고져, 십오세(十五歲)나 십육세(十六歲)나, 먹
은 처녀(處女)를 사랴하니, 몸 팔이 뉘 있음나. 있으면 있다고, 대답을 하시
오. 이렇듯 외는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떵그렇게 들린다.
<아니리>
심청이 이말을 듣더니, 천재일시(千載一時)의 좋은 기회(機會)로구나. 이웃사
람 알지 않게, 몸을 은신(隱身)하고, 선인(船人) 한사람을, 청(請)하여 엿자오
되, 소녀는 당년 십오세(十五歲)온데, 부친(父親)을 위하여, 몸을 팔랴 하오
니, 저를 사가심이 어떠하오. 선인(船人)들이 좋아라고, 어허 그 출천지(出天
地) 대효(大孝)로고. 거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供養
米) 삼백석(三百石)만, 내월(來月) 십오일(十五日)로, 몽은사(夢恩寺)로 올려
주오. 허, 거, 출천지(出天地) 대효(大孝)로고. 그러나 우리도, 내월(來月) 십
오일(十五日)이 행선(行船)날이오니. 어찌하오리까. 중값 받고 팔린몸이, 내
뜻대로 하오리까. 글랑은 염려마옵소서. 선인들과 약속한 후, 심청이 아무리
생각하여도, 부친을 아니 속일 수 없는지라. 아버지, 오냐 오늘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봉사 깜짝 놀라. 야
야, 거 어쩐, 말이냐. 전일에 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하실걸,
분명대답 못 했지요. 오늘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부인께서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시고, 저를 수양딸로, 데려간다 하옵디다.
야, 야, 그일 참 잘되었다. 그래, 언제 가기로 하였느냐. 내월(來月) 십오일
(十五日)날 가기로 하였내다. 그러면 나는 어쩌고. 아버지도, 모셔가기로 하
였어요. 그렇치야 눈먼 놈을, 내혼자 둘것이냐. 잘되였다.야야. 그일 참 잘
되였다. 부친(父親)의 맺힌 근심, 위로(慰勞) 하고, 행선일(行船日)을 기다릴
제.
<진양조=진계면>
눈 어둔 백발부친(白髮父親), 생존시(生存時)에 죽을 일을, 생각하니, 정신
(精神)이 막막(莫莫)하고, 흉중(胸中)이 답답하여, 하염없는 설음이, 간장(肝
腸)에서 솟아난다. 부친(父親)의 사시의복(四時衣服), 빨래하여, 농안에 넣어
두고, 갓망건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모친분묘(母親墳墓) 찾아가서,
분향사배(焚香四拜) 통곡(痛哭)을 한다.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不孝女息)
심청(沈淸)이는, 부친(父親) 눈을 띄우려고,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제
수(祭需)로 가게되니, 년년(年年)이 오는 기일(忌日), 뉘라서 받드리까. 분묘
(墳墓)에 돋은 풀은, 뉘 손으로 벌초(伐草)하리. 사배(四拜) 하직(下直)하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父親) 진지 올린 후(後)에, 밤 적적(寂寂) 삼경(三更)이
되니, 부친(父親)은 잠이 들어, 아무런 줄 모르는구나. 잠이 깰까 염려(念慮)
되어, 크게 울진 못하고, 속으로만 느끼는데, 아이고 아버지, 날 볼날이 몇
날이며, 날 볼밤이 몇 밤이나 되오. 제가 철을 안 연후(然後)에 밥빌기를 놓
았더니만은, 내일(來日)부터는 동리(洞里) 걸인(乞人)이 또 될것이니, 아버지
를 어쩌고 갈고. 오늘밤 오경시(五更時)에, 함지(咸池)에 머무르고, 내일(來
日)아침 돋은 해는, 부상(扶桑)에다 매달으면, 불쌍하신 우리 부친(父親), 일
시라도 더 뵈련만은, 인력(人力)으로 어이 허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꾜. 닭아, 닭아 닭아 우지마라. 반야진관(半夜秦關)의 맹상군(孟嘗君)
이 아니로구나.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죽기를 설잖
으나, 의지(意志)없는 우리 부친(父親)을 어이 잊고 가잔 말이냐.
<아니리>
벌써 동방(東方)이 점점 밝아오니, 심청(沈淸)이 정신(精神)을 차려, 아이고
내가 이래서서는, 못쓰겠다. 부친(父親) 진지나 망종 지어, 드리려 하고, 부
엌으로 나가니, 벌써 문밖에 선인(船人)들이 늘어 섰거늘, 심청(沈淸)이 급히
나가, 여보시오 선인(船人)님네, 부친(父親) 진지나 망종 지어 드리고, 떠나
심이 어떠하오. 선인(船人)들이 허락(許諾)하니, 심청(沈淸)이 눈물섞어 아침
밥을 급히 지어, 소반 위에 받쳐들고, 아버지 어서 일어나, 진지 잡수시오,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 무슨 꿈을 꾸셨는데. 아 네가 큰 수레를 타고,
한없이 가보이니, 수레라 하는 것은 귀인(貴人)이 타는 것이라. 거, 내 손수
해몽(解夢)했지야. 오늘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人)이 너를 수양(修養)딸
로, 데려가려고, 가마 가지고 오려나보다. 심청(沈淸)이 저 죽을 꾸인줄 짐작
하고, 아버지 어서 진지잡수시오. 댁(宅)의 제사 모셨드냐. 심청(沈淸)이 진
짓상을 물리치고, 담배부쳐 올린 후, 심청(沈淸) 아무 말을 못하고 우두머니
앉았다가, 아무리 생각(生覺)을 하여도, 부친(父親)을 더 속일 수 없는지라.
<잦은머리=계면>
심청이 거동봐라. 부친 앞으로 우루루. 부친(父親)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
지. 한번 부르더니, 말 못하고 기절한다. 심봉사(沈奉士) 깜짝 놀라,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허허 이거 웬 일이어. 아니 오늘 아침 반찬이 좋더니 뭘 먹
고 체하였느냐. 아가 소금좀 먹어라. 아가, 어느놈이 봉사의 딸이라고, 정개
하드냐. 어이, 말하여라. 답답하다. 어서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심청가22 - 안향련
심봉사 깜짝 놀래
한번 부르더니, 말 못하고 기절한다. 심봉사(沈奉士) 깜짝 놀라,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허허 이거 웬 일이어. 아니 오늘 아침 반찬이 좋더니 뭘 먹
고 체하였느냐. 아가 소금좀 먹어라. 아가, 어느놈이 봉사의 딸이라고, 정개
하드냐. 어이, 말하여라. 답답하다. 어서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불효(不
孝) 여식(女息)은, 아버지를 속이였소. 아니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 일을
속였간데, 이렇게 아비를, 놀라게 한단말이냐. 말하여라, 답답하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석(三百石)을, 뉘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
인(船人)들께,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오늘이 행선(行船) 날이오니, 저
를 망종 보옵소서. 어느때나 뵈오리까.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줄을
모르는구나.
<중중머리=계면>
어허 이것 웬 말이냐. 에 잉, 여봐라 청아, 무엇이 어째. 어이. 애비보고 묻
도 않고, 네 이거 웬일. 못 하지야 못하여. 눈을 팔아 너를 살디, 너 팔아 눈
을 뜨면, 무엇 보자고, 눈을 뜨고. 철모르는 이 자식아, 애비 설음을 너들어
라, 너 낳은 칠일(七日)만에, 너를 안고 다니며, 동냥젖 얻어 먹여, 이 만큼
이나 장성.묵은 근심 햇근심을, 너로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 일이냐. 나,
눈 안뜰란다. 그때에 선인(船人)들이, 문전(門前)에 늘어 서서, 심낭자(沈娘
子), 물때 늦어가오. 성화 같이 재촉하니, 심봉사 이말 듣고 엎어지며 넘어지
며, 밖으로 우르르 쫓아나가. 에이, 무지한 상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
사서 제(祭)지낸데, 어디서 보았나. 옛말을 못들었나. 칠년대한(七年大旱) 가
물적에, 사람잡아서 빌랴하니, 탕임금 어진 마음, 전조단발(剪爪斷髮) 신영백
모(身瓔白茅), 상림(上林)뜰에 빌었더니, 대우방(大雨方) 수천리(數千里)나,
풍년(豊年)이 들었단다. 내몸으로 대신(代身) 가리라. 돈도 싫고 쌀도 싫고,
눈뜨기도 내사 싫다. 가슴 쾅쾅 두드려, 목제비질을 덜컥. 내리둥굴 치둥글
며. 죽기로만 작정을 하는구나.
<아니리>
선인(船人)들이 이 정상(情狀)을 보고, 심봉사를 가긍(可矜)이 여겨, 백미백
석(白米百石) 마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어 주었것다. 심청(沈淸)이 하릴
없어, 부친(父親)을, 동네 어른들께 의탁(依託)을 하고, 하릴없이 선인(船人)
들을 따라가는데.
심청가23 - 안향련
시비 따라 건너간다
심청가24 - 안향련
따라간다 따라간다
<아니리>
선인(船人)들이 이 정상(情狀)을 보고, 심봉사를 가긍(可矜)이 여겨, 백미백
석(白米百石) 마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어 주었것다. 심청(沈淸)이 하릴
없어, 부친(父親)을, 동네 어른들께 의탁(依託)을 하고, 하릴없이 선인(船人)
들을 따라가는데.
<중머리=계면>
선인(船人)들을 따라간다, 선인(船人)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치마자락을, 거
듬 거듬 걷어 안고, 비같이 흐르는, 눈물 옷깃이 모두가 사무친다. 엎어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天方地軸) 따라갈제, 건너 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昨年) 오월(五月) 단오일(端午日)에, 앵두 따고 놀던 일을, 네가
행여 생각(生覺)나느야. 금년(今年) 칠월(七月) 칠석야(七夕夜)에, 함께 걸교
(乞巧) 하자더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上針)질 수(繡)놓기를, 뉘와 함께 하
자느냐. 너희는, 양친(兩親)이 구존(具存)하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늘
우리부친(父親) 슬하(膝下)를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동리(洞里) 남녀
노소(男女老少) 없이, 눈이 붓게 모두 울고, 하나님이 아옵신지, 백일(百日)
은 어디 가고, 음운(陰雲)이 자욱하여, 청산(靑山)도 찡그난듯, 초목(草木)도
눈물 진듯. 휘늘어져 곱던 꽃이, 이울고져 빛을 잃고, 춘조(春鳥)는 다정(多
情)하여, 백방 제수 하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離別) 하였는지.
환우성(喚友聲) 지저울고, 뜻밖에 두견(杜鵑)이는, 귀촉도(歸蜀道) 귀촉도(歸
蜀道), 불여귀(不如歸)라, 가지위에 앉아 울겄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
가 어찌 돌아오리. 한 곳을 당도하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海堂花) 한송
이 떨어져, 심청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하는 말이, 약도춘풍(若道春風)
불해의(不解意)며, 하인취송(何因吹送) 낙화내(落花來)라. 한무제(漢武帝) 수
양공주, 매화장(梅花粧)은 있것마는,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 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誰怨誰咎)를 어이하리. 길 걷는 줄을 모르
고, 울며 불며 길을 걸어, 강변(江邊)을 당도하니, 선두(船頭)에다 도판(渡板)
을 놓고. 심청을 인도하는구나.
<아니리>
이때의 심청이는, 세상사(世上事)를 하직(下直)하고, 공선(供船)에 몸을 싣고,
동서남북(東西南北) 지향(指向)없이, 만경창파(萬頃蒼波) 높이 떠서, 영원(永
遠)히 돌아가는구나, 도판(渡板) 떼고 행선(行船)을 하는데.
심청가24 - 안향련
범피중류
<진양조=두조>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
蕩)한 물결이로구나. 백빈주(白頻洲) 갈매기는, 홍요안(紅寥岸)으로 날아들
고, 삼강(三江)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만.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 소리, 어
적(魚笛)이 여기렸만.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峯)만 푸르렀다. 의
내성중(疑乃聲中) 만고수(萬古愁)는, 날로 두고 이름이라. 장사(長沙)를 지내
가니, 가태부(賈台傅)는 간 곳 없고, 멱라수(泊羅水)를 바라보니, 굴삼여(屈
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무량도 하시든가. 황학루(黃鶴樓)를 당도하니, 일
모향관(日暮鄕關) 하처재(何處在)요, 연파강상(煙波江上) 사인수(使人愁)는,
최호(崔灝)의 유적(遺跡)이라. 봉황대(鳳凰臺)를 돌아드니, 삼산(三山)은 반락
청천외(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 백로주(白鷺洲)는 이태백(李太白)
이, 노던데요. 침양강(浸陽江)을 다달으니, 백낙천(白樂天) 일거후(一去後)에,
비파성(琵琶聲)이 끊어졌다. 적벽강(赤壁江)을 그져 가랴. 소동파(蘇東坡) 노
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하여 있다만은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一世之雄),
이금(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帝) 깊은 밤에, 고소성(姑蘇
城)의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소리는 객선(客船)이 댕댕, 들리는구
나. 진회수(秦淮水)를 바라보며, 격강(隔江)의 상녀(商女)들은, 망국한(亡國
恨)을 모르고서, 연농한수(煙籠寒水) 월농사(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
르는구나. 악양루(岳陽樓) 높은 집은, 호상 상하천광(上下天光)이 각색(各色)
으로만 푸르렀다. 산협(山峽)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객소인(遷
客騷人)이, 몇 명이나 뿌렸던가. 팔경(八景)을 다 본후에
<중머리=계면>
한곳을 당도하니, 향풍(香風)이 일어나며, 죽림(竹林) 사이로 옥패(玉佩)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 부인(婦人)이 선관(仙冠)을 높히 쓰고, 신음(呻吟)거려
나오더니,저기 가는 심소저(沈少姐)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창오산붕(蒼梧
山崩) 상수절의(湘水節義) 하여, 죽상지루(竹上之淚) 내가멸(乃可滅)이라. 천
추(千秋)의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出天大孝), 너
를 보니, 오직이나 음전하냐. 요순후(堯舜後) 기천년(幾千年)에, 지금의 천자
(天子), 어느 뉘며, 오현금(五絃琴) 남풍시(南風詩)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수
로(水路) 먼 먼길을, 조심하여 잘 가거라. 이는 뉜고하니, 요녀순처(堯女舜
妻) 만고열녀(萬古烈女) 이비(二妃)로다. 소상강(瀟湘江) 바삐건너, 계산(稽
山)을 당도하니, 풍랑(風浪)은 대작(大作)하고, 찬기운이 솟았더니 어떠한신
이 나오는데, 키는 구척(九尺)이나 되고, 면여거륜(面如巨輪)하여 미간광활
(眉間廣闊)하고, 두 눈을 감고, 가죽을 무릅쓰고, 우르르 나오더니 저기가는
심소저(沈少姐)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원통(怨痛)타. 우리 오왕(吳王) 백비
의 참소(讒訴)듣고, 속루검(屬鏤劍) 나를 주어 목찔러 죽인후에, 가죽으로 몸
을 싸, 이물에 던졌더니, 장부, 원통(怨痛)함이, 월병(越兵)의 멸오(滅吳)함을,
내 일찍 눈을 빼어, 동문상(東門上)에다 달고 왔네. 세상(世上)을 나가거던,
내 눈 찾아 전해주소. 천추(千秋)에 깊은 한(恨)은 눈 없는 것이 한(恨)이로
세. 홀연(忽然)히 간곳 없고, 물결만 위르르르, 출렁.
<진양조=진계면>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 날이나 되든고. 무정(無情)한 사오삭(四
五朔)을, 물과 같이 흘러 가니, 금풍삽이(金風颯而) 석기(夕起)하고, 옥우곽이
(玉宇廓而) 왕쟁영(王爭嶸)이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하고
추수(秋水)는 공장(共長) 천일색(天一色)이라. 강안(江岸)에 귤농(橘濃)하니,
황금(黃金)이 천편(千片). 노화가 풍기(風起)하니, 백설(白雪)이 만점(萬霑)이
라. 신포세류(新浦細柳) 지는 잎은, 만강추풍(滿江秋風) 흩날리고. 옥로청풍
(玉露淸風)이 붉었는데, 외로울사 어선(漁船)들은, 등불을 도도키고, 어가(漁
歌)로 화답(和答)하니, 도도나니 수심(愁心)이요 해반청산(海畔靑山)은 봉봉
(峰峰)이, 칼날되어, 보이는 것 간장(肝腸)이라. 일락장사(日落長沙) 추색원
(秋色遠)하니, 부지하처(不知何處) 조상군(弔相君)고. 송옥(宋玉)의 비추부(悲
秋賦)가, 이에서 슬프리요. 동녀(童女)를 실었으니 진시왕(秦始王)의 채약(採
藥)밴가. 방사(方士)는 없었으나, 한무제(漢武帝)의 구선(求仙)밴가. 지려 내
가 죽자하니, 선인(船人)들이 수직(守直)하고, 살아 실려 가자하니, 고국(故
國)이 창망(蒼茫)이라. 죽도 사도 못 하는 신세를, 아이고 이를, 어이를 할거
나.
<엇머리=평계면>
한곳을 당도하니, 이는 곧 인당수(印塘水)라. 대천(大川)바다 한가운데 바람
불어 물결 쳐, 안개 뒤섞여 젖어진 날, 갈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나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 정그러져, 천지적막(天地寂莫)한데, 까치뉘 떠 들어
와, 뱃전 머리 탕탕. 물결은 위르르, 출렁 출렁. 도사공(都沙工) 영좌이하(領
坐以下), 황황급급(遑遑急急)하여, 고사지제(告祀之祭)를 차릴제, 섬쌀로 밥짓
고. 온소잡고, 동우술, 오색탕수(五色湯需), 삼색실과(三色實果)를, 방위(方位)
차려 갈라 궤고, 산돗 잡아 큰칼 꽂아, 기는듯이 바쳐 놓고, 도사공(都沙工)
거동봐라. 의관(衣冠)을 정제(正祭)하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느린 잦은머리=평계면>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 둥.헌현씨 배를 무어, 이제(以濟) 불통(不通)한 연후
에 후생(後生)이 본을 받아, 다각기 위업(爲業)하니, 막대한 공이 아니냐. 하
우씨(夏禹氏) 구년지수(九年之水), 배를 타고 다스릴제, 오복(五服)에 정(定)
한 음식(飮食). 구주(九州)로 돌아들고. 오자서(吳子胥) 분노할제, 노가로 건
너 주고, 해성(垓城)에 패(敗)한 장수(將帥), 오강(烏江)으로 돌아들어, 의선
대지(依船待之) 건너주고. 공명(孔明)의 탈조화(奪造化)는, 동남풍(東南風) 빌
어내어, 조조(曹操)의 백만대병(百萬大兵), 주유(周瑜)로 화공(火攻)하니, 배
아니면 어이하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둥 둥. 주요요이(舟遙遙而) 경양하니 도
연명(陶淵明)의 귀거래(歸去來). 해활(海闊)하니, 고범지는 장한의, 강동거(江
東去)요. 임술지(壬戌之) 추칠월(秋七月)에, 소동파(蘇東坡) 놀아있고. 지국
총 총, 어사와하니, 고예승류 무정거(無定去)는, 어부(漁夫) 즐거움이요. 개도
나니 화장포는, 오희월녀(吳姬越女) 채련주(採蓮舟)요. 타고 발선 하고 보니,
상고선(商賈船)이 이아니냐. 그저 북을 두리둥 둥 둥. 우리 선인(船人) 스물
네명, 상고(商賈)로 위업(爲業)하야, 경세우경년(經歲又經年) 표박서남(漂泊
西南)을 다니다가, 오늘날 인당수(印塘水)에, 인제수(人祭需)를 드리오니, 동
해신(東海神) 아명(阿明)이며, 서해신(西海神) 거승(巨勝)이며, 남해신(南海
神) 축융(祝融)이며, 북해신(北海神) 우강(禹彊)이며,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군(川澤之君)이, 하감(下鑑)하야 주옵소서. 그저 북을 두리둥둥 둥 둥
둥. 비렴(飛廉)으로 바람주고, 해역(海域)으로 인도하여, 환난(患難)없이 도우
시고, 백천만금(百千萬金) 퇴를 내어, 돛대 위의 봉기(鳳旗) 꽂고, 봉기 위의
연화(蓮花) 받게, 점지하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지낸후, 심낭자 물에 들라.
성화같이 재촉하니, 심청이 죽으란, 말을 듣더니마는 여보시오 선인(船人)님
네. 도화동(桃花洞)쪽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서
가르치는데, 도화동(桃花洞)이 저기 운애(雲靄)만 자욱한 데가 도화동(桃花
洞)이요. 심청이 이 말을 듣고, 정화수(井華水) 떠 받쳐 놓고, 분향사배(焚香
四拜) 우는 말이, 아이고 아버지, 이제는 하릴없이 죽사오니, 아버지는 어서
눈을 떠, 대명천지(大明天地) 다시 보고, 칠십생남(七十生男) 하옵소서. 여보
시오 선인(船人)님네, 억십만금(億十萬金)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가시거
든, 우리 부친(父親)을 위로(慰勞)하여 주옵소서. 글랑은 염려(念慮)말고, 어
서 급(急)히 물에 들라.
<휘모리=계면>
심청이 거동 봐라. 샛별같은 눈을 감고, 치마자락 무릅쓰고, 이리비틀 저리
비틀, 뱃전으로 우루루, 만경창파(萬頃蒼波) 갈매기 격(格)으로 떴다 물에가
풍, 빠져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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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판소리동호회 소리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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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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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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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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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 다섯번째ㅡㅡ 범피중류. 안향련,..... 과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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