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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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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룩 동 사 리 이 글은 시사 주간지인 "뉴스메이커" 294호(1998. 10. 22., 경향신문사)에 실린 글입니다. |
동사리 | 사냥술에 뛰어난 민물의 그린베레 먹이감 사냥 모습 특수부대원 연상케 해 ... 뱀도 물리면 사망 |
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 동식물의 보호색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동적인 기능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보호색을 적극 이용, 먹잇감을 포획하는 동물도 더러 있다. 얼룩동사리도 사냥할 때 자신의 몸 색깔을 최대한 이용하는 민물고기다. 농어목 구굴무치속 동사리과에 속하는 얼룩동사리는 우리 나라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이다. 국내에서도 분포지가 그리 넓지 않아 주로 금강 이북, 특히 서울 양평 인제 청평 등 한강 수계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흔히 민물의 그린베레라 불리는데 특수부대원의 군복처럼 얼룩무늬가 몸 전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서식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머리와 등 부분에 흑갈색 얼룩무늬가 몸 전체에 퍼져 있다. 그린베레라는 별명에 걸맞게 얼룩동사리는 사냥술이 뛰어나다. 낮에는 돌 틈에서 휴식을 취하고 밤이 되면 어슬렁거리다 수서곤충, 새우, 물고 기 등 먹잇감을 순식간에 낚아챈다. 이 때의 행동은 마치 적진에 침투해 작전을 펴는 특수부대원을 연상케 한다. 큰 가슴지느러미를 부채질하듯 살랑살랑 저으며 서서히 먹잇감에게 다가간다. 공격을 할 만큼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기회를 엿보다 먹잇감이 잠시 허점을 보이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큰 입으로 삼켜버린다. 얼마나 용의주도 한지 하찮은 피라미 치어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좀체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얼룩동사리의 사냥 순간은 고도로 잘 훈련된 저격수가 적의 요인을 암살하듯 신중하고 치밀하다. 언젠가 얼룩동사리 한 마리를 해부해 보았더니 위장에서 왕잠자리 두 마리가 나온 적이 있었다. 물 속에서 느릿느릿 헤엄치는 물고기가 사람도 잡기 힘든 잠자리를 어떻게 잡았을까. 잠자리가 교미를 하기 위해 수면과 가까운 수초 줄기에 앉았다가 얼룩동사리의 기습을 받고 영락없이 먹잇감이 된 것이다. 언젠가 모방송사에서 얼룩동사리가 뱀과 싸우는 장면을 방영한 적이 있다. 뱀이 얼룩동사리를 삼켜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할 줄 알았으나 결과는 무승부로 끝났다. 뱀의 아가리에 들어간 얼룩동사리가 뱀의 혀를 물어 뱀이 사망한 것이다. 얼룩동사리는 마치 상어처럼 여러 겹의 이빨이 아가리 안쪽으로 15 ~ 45도 가량 경사져 돋아 있어 뱀이 혀를 빼려 발버둥치다 죽은 것. 번식기 때 ‘꾸구꾸구’ 하는 소리를 내는 탓에 꾸구리라는 사투리로도 불리는 얼룩동사리는 하천 오염과 환경 변화에도 대단한 적응력을 보인다. 그러나 맛있는 매운탕감을 찾는 인간 앞에서는 민물의 특수부대원도 속수무책이다. 생김새는 우락 부락하지만 외모와 달리 담백한 맛이 일품이어서 좀체 놓아주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얼룩동사리와 비슷한 어종으로 동사리가 있다. 외관상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자세히 보면 '군복' 무늬가 다르다. 동사리는 첫번째 얼룩 무늬가 제1 등지느러미와 제2 등지느러미 사이에 있다. 이와 달리 얼룩동사리는 무늬가 제1 등지느러미 바로 아래서 시작되고 무늬가 끊어져 있어 구별이 가능하다. |
출처 :희망찬하루 원문보기▶ 글쓴이 : 산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