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마지막 날
뜬금없는 외로움과 숙소를 다시 옮겨 짐을 풀고 적응하는데 대한 부담감, 게다가 추운 날씨에 난이도 상의 만만치 않은 올레 코스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일부 일정을 남겨 놓아야 다음에 다시 오게 될거라는 기대, 약간의 지루함, 건강의 이상 징후 등으로 난 그냥 오늘 올라 가기로 하였는데 미안하게도 나머지 두 분도 그럼 같이 그만 두고 올라 간다고 합니다. 참 마음이 불편합니다.
밤에 잠을 못 이루다가 5시는 되어 깜박 잠이 든 것이 눈 떠보니 6시 15분. 이번 여정에서 처음 늦게 일어납니다. 원래 아침은 그냥 김치와 밑반찬으로 하려 했으나 작은 무 하나, 호박 반개, 당근 두 쪽, 양파 2개, 감자 그리고 된장과 고추장이 남아 있어 이들을 버리고 가기도 뭣하여 된장국을 부랴부랴 끓입니다. 무와 당근 썰어 넣고 끓이면서 감자와 호박, 남은 다시마, 풋고추 썰어 넣고 밑반찬용 멸치 볶음도 약간 넣고 고추장 약간과 된장, 남은 파 넣고 남은 마늘도 다 다져 넣고 푹 끓입니다. 그리고 쌀 대신 사온 햇반, 국이 두부와 표고가 아쉬웠지만 남은 것으로 끓였어도 맛이 살아 있습니다.
자는 주인 깨워 인사하고 짐 싸서 택시 3만원에 불러 제주 공항. 짐 두 개 맡기는데 하나당 5,000원, 10,000원내고 짐을 보관시키고 70번 버스로 한라 수목원.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입장료도 없고. 들꽃 화원은 겨울이라 볼 것이 없고 난원은 소박했고, 수생식물원은 역시 겨울이라 별로 볼 것이 없었고 덩굴 식물원 보고, 암석원은 팻말은 있지만 찾지 못했고 죽림원은 자그마 했으며 관목원은 비탈에 듬성듬성 조성, 자그만 잔디 광장과 작은 연못, 고사리원과 무궁화원등도 자그마하게 조성, 교목원과 온실, 고루고루 갖춘 수목원이 그래도 다양한 수목과 초본류 등을 정성껏 가꾸고 있어 여미지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자연 생태 체험관의 다양한 표본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니 11시 45분 경, 수목원을 나와 버스타고 신제주 로타리에 내려 택시 타고 시청 근처 보건 식당을 가자고 하니 택시 기사가 잘 모릅니다. 그런 작은 식당을 어떻게 아느냐며 마구 툴툴거립니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그런 후미진 곳을 왜 찾느냐는 겁니다. 시청 옆 예 보건수소 앞에 있습니다. 전에도 한 번 느낀거지만 특히 이번 택시 기사의 말을 듣고 먹어보니 별로 특이한 맛을 못 느끼겠고 위생도 그닥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행 한 분이 화장실을 갔다 오더니 기겁을 합니다. 너무나 더러워 볼 수가 없답니다. 이제 맛집 추천 명단에서 이 곳 보건 식당은 제외합니다.
점심을 마치고 버스로 동문 시장. 경비 100만원에서 정산을 하고 돌려 받은 돈이 32만원. 펜션 하루에 3만원 씩 33만원, 항공료 10만원 빼니 25만원으로 12일을 살다 갑니다. 세상에 이렇게 돈 적게 든 여행이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 중 큰 몫이 아침은 모두 숙소에서 해먹고 저녁도 세끼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해먹은 탓입니다. 그렇다고 식사를 부실하게 한 건 절대 아닙니다. 간장게장도 사다 먹고, 조기, 갈치, 옥돔, 삼치, 고등어 고루 튀겨 반찬으로 먹고 방어도 큰놈으로 한 마리 회 떠다가 넷이 싫컷 먹고 근사한 찻집에서 비싼 커피도 마시고 맛 있는 귤도 사 먹고 말고기도 먹고. 국만해도 콩나물국,시금치 된장국, 미역국, 북어국, 콩나물 북어국, 소고기 무국, 우럭 매운탕, 동태탕, 방어 서더리탕, 된장국 등 다양한 국을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맛있게 끓여 먹고. 그런데도 경비가 많이 안들어 돈이 남아서 동문시장에서 생선을 좀 살 작정입니다. 지인이 소개해준 가게는 전복등 생물을 파는 가게라서 두 분은 그 곳에서 전복 등을 사는 사이 난 옥돔 3만원, 조기 3만원, 고등어 2만원어치 사고 일행과 함께 갈치 뒤짐아 말린 것 2만원 어치 도합 10만원어치를 삽니다. 기분도 좋고 약간 술기운도 빌려서.
공항, 1시 반 쯤인데 4시 비행기가 6시로 연발한답니다. 맙소사, 게다가 한참 있더니 다시 6시 40분으로 연발한다고 문자가 옵니다. 이게 무슨 옛날 완행 열차나 버스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데 이럴 수가 있나. 앞당겨 보려고 창구를 이리저리 알아보아서 기다리는 곳에서 3시 반에 와보라 해서 갔더니 우리 앞에서 대기 번호가 끝납니다. 다시 5시 반에 오라해서 가니 간신히 5시 50분 비행기 모두 허겁지겁 뛰고 수속마치고 가까스로 탑승. 6시 이륙. 김포에 7시 도착하여 짐 찾고 어쩌고 8시 리무진. 많이 춥고 배고프고. 일행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각자 리무진. 집에 오니 10시도 넘고 그럭저럭 자정 쯤 제주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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