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나는 왜 대간을 종주한 것일까요? 아마도 난 대간을 종주하겠다고 결심하고 종주한 것 같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간 종주를 의식하지 않고 1998년에 두 구간을 갔고 다시 2000년에 두 구간, 2003년에 비로소 대간 종주를 진행한 한배 산악회를 따라 네 구간 반을 간 것이 대간 종주를 의식한 산행이었습니다. 2008년 10월에 영산회를 따라 비로소 본격적인 대간 종주를 하여 2011년 8월 28일 마침내 진부령에 닿았습니다.
백두대간, 그렇게 수려한 경치도 아니고 출입 금지 구역도 많고 밤중에 걷기도 하는 대간의 마루금이 하상 무엇이기에 그렇게 기를 쓰고 갔을까요? 게다가 총 51회의 구간 종주 중 21회는 산악회 따라가지 않고 내 자체 팀을 꾸려서 갔으니 대간의 무엇이 나를 종주로 이끌었을까요? 게다가 이 나이에.
아름다운 봄꽃도 여유있게 관상하지 못했고 한여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느끼기 보다는 세찬 비바람을 더 많이 맞았으며 화사한 단풍에 제대로 눈길 주지 못하고 다급한 발걸음을 했으며 겨울의 세찬 눈보라와 빙판길과 씨름했습니다. 그래서 1998년부터 시작한 종주는 2007년까지 중간에 다섯 해는 쉬고 다섯 해에 걸쳐 11 구간, 2008년부터 2011년 8월28일까지 40구간, 9년간 51회로 구간 종주를 마쳤습니다. 또 할 수 있을까요?
대간의 마지막 구간 00령에서부터 진부령. 마지막 구간산행은 시작부터 어려웠습니다. 처음 나와 같이 종주를 완성하는 한분과 함께 6명이 m산악회에 산행 신청을 하였습니다. 중간에 한 분이 포기하고 다시 한분을 추가하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정작 산행 이틀 전 금요일 사무장으로 부터의 전화, 자리를 3명밖에 못주겠답니다. 이제와서 3명을 누구를 제외할 수 있겠습니까? 비상 대책을 세워 자체 팀을 구성하고 대신 그 산악회 뒤를 따라가기로 하였습니다. 9인승 승합차를 구하고 운전 봉사해 줄 분을 구하여 7명이서 가기로 하였습니다. 27일 밤 11시 출발하여 신갈에서 마지막 한분을 태우고 운전 포함 8명이 밤길을 달립니다. 춘천 고속도로, 홍천을 거쳐 인제, 그리고 용대리와 한계령 갈림길 삼거리 휴게소에 밤 1시 30분경 도착합니다. 이곳 휴게소 식당에서 산행을 위하여 아침인지 밤참인지 모를 식사를 합니다. 산행을 생각하여 한 그릇을 다 먹습니다. 그리고 m 산악회 사무장과 통화, 그 산악회는 십이선녀탕 입구에서 식사를 한답니다. 우리는 00령 정상 휴게소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정상 폐쇄된 휴게소에 2시 반 도착합니다. 라이트도 끄고 헤드랜턴도 켜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답니다. 불빛과 소음이 있으면 감시원이 나온답니다. 차 속에서 죽은 듯이 대기합니다. 무슨 비밀 작전을 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웬 차량이 와서 차를 주차시키고 랜턴을 켜고 우리에게 등산로 입구를 묻습니다. 걱정입니다. 우리도 다른 팀을 기다린다고 말해줍니다. 나중에 들으니 이들 때문인지 우리가 철조망 넘어 등산로로 접어든지 3분 만에 감시원이 나타나서 철조망 넘어 가는 거 보았느냐고 묻더랍니다. 조금만 지체 했으면 감시원에 붙잡히고 산행도 무산될 뻔하였습니다.
3시 20분 m 산악회 버스가 도착합니다. 대간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더니 참으로 기가막힌 광경을 연출합니다. 지난 번 한0령 산행 때도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갑니다. 나도 잽싸게 그들의 선두 속에 섞입니다. 앞에 선 사람이 저곳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가리키는 곳을 올라가는 입구를 찾으려고 합니다만 그 개구멍이 보이지 않고 높은 시멘트 벽과 그위에 단단히 쳐 놓은 철조망, 게다가 그 철조망은 윗부분이 길쪽으로 굽혀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올라 가자거나 넘어야 한다는 아무런 설명이나 안내도 없이 우르르 개떼처럼그 철조망으로 달라 붙습니다. 참으로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집니다. 철조망을 세우는 기둥 쪽으로만 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도 흔들흔들하며 달라 붙어 버리적 거리며 넘어 갑니다. 여자들도 달라 붙어 철망을 잘도 넘어 갑니다. 나도 철망에 붙어 보지만 영 넘어가지질 않습니다. 몇 번을 실패한 뒤에 철조망 기둥에 달라 붙어 간신히 철조망을 넘습니다. 헤드랜턴도 켜지 말라는 말에 어두운 산길을 개미떼처럼 올라가다 앞 선 사람들이 랜턴을 켜기 시작하기에 나도 서둘러 랜턴을 켜고 혀를 빼물며 앞사람을 따라갑니다. 아주 가파른 산 길, 랜턴의 행렬이 길게 장관을 이룹니다. 그리고 저 아래 속초 시내의 불빛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합니다만 그걸 바라볼 여유가 없습니다. 기를 쓰고 앞사람을 따라가지만 어찌들 잘 가는지 숨소리만 턱없이 커지고 마침내는 앞사람과의 간격을 벌리고 맙니다. 나이 탓인가? 그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못된 생활 습관, 중독증 때문일 것입니다.
계속 사람들에게 앞길을 내주고 가쁜 숨을 달래려 몇 번을 주저 앉아 가며 산을 오르고 또 오릅니다. 상봉 못 미쳐 몇 개의 너덜 지대를 오릅니다. 상당히 위험합니다. 황철봉 너덜지대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어두운 밤, 미끄러운 바위들을 건너 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상봉 마지막 너덜지대에서는 길을 잃어 간신히 오르기도 했습니다. 내 생각에 신선봉인가 했던 곳에 앞서 간 사람들이 쉬며 사진을 찍는데 이곳이 상봉이랍니다. 1,244미터. 4시 40분. 1시간 20분 걸렸습니다. 인증샷을 했습니다만 밤에 찍어 그런지 사진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구간은 그렇게 험하게 생각을 하지 않고 지도상에도 8시간 정도로 표시되어 있어 그다지 심각하게 걱정은 안했는데 막상 이곳이 오대산이나 태백산이 아니고 설악산이란 걸 간과한 듯합니다. 험한 바위산인겁니다.
가파른 산길을 힘들게 걸어 올라가니 산악회 유도지가 두 군데를 가리킵니다. 아마 어느 곳을 갔다 오라는 표시 같습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갑니다. 또 너덜지대 바위들, 그 위에서 아마 세 팀 이상 되는 것 같은 산악회 사람들이 깃발을 걸어 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나도 두세 컷 인증샷을 부탁합니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일출을 보는 건데 해는 이미 떠있고 아주 황홀한 경치. 구름의 운해, 향로봉 쪽의 산,산,산. 울산바위가 장난감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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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내려와서 계속 지루한 내리막길, 6시 30분경 다시 휴식. 좀 더 가니 헬기장, 다들 모여서 아침을 먹습니다. 우리는 가져온 빵과 떡, 과일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마산봉에서 아침 먹자하고.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서 대간령 도착. 이 구간은 로프 전혀 없고 표지판도 없습니다. 대간령에만 낡은 나무판대기에 대간령이라고만 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금지 구간이고 이제 이곳 대간령부터 진부령까지는 금지 구역이 아닙니다. 여유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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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 또다시 너덜지대 지나 제1 암봉, 잠시 쉬고 다시 올라 제2 암봉. 이어서 아주 펑퍼짐한 오르막이 하염없이 이어집니다. 아마 마산봉 아닐까 하고 꼭대기에 오르니 아주 전망이 기가막힌 봉우리입니다. 저 멀리 대청과 중청, 점봉산, 가리봉, 안산 등이 아스라하게 보입니다. 마산 봉일 것 같은데 정상석이 없습니다. 누군가 병풍바위봉을 지나 왔다고 하는데 나중에 보니 이곳이 1,051미터 병풍바위봉입니다. 9시 10분 쯤? 다시 진행하여 대간의 마지막 봉인 마산봉 1,058미터. 9시 40분. 아주 조망이 빼어난 곳입니다. 간신히 인증샷 한 컷하고 봉우리에서 내려와 나무 그늘에서 쉽니다. 그동안 세 차례나 간식을 먹어 밥 생각이 없는데도 아침을 먹자고 하여 나도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산악회 일행들은 다 출발하고 우리만 남아 느긋하게 쉬며 밥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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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10시 20분 출발. 한 시간 쯤 걸려서 이제 폐가가 된 알프스 리조트 11시 18분 도착. 여기까지 차가 올 수 있는데 여기서 진부령 정상까지 4Km. 한 시간 이상 더 가야할 듯합니다. 약간 무릎에 이상이 있는 두 분을 위하여 차를 이곳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우리 모두 지쳐서 그냥 차타고 가자는 유혹에 빠집니다. 그러나 나는 나머지 4Km를 걷기로 합니다. 그러니 세 사람만 차를 타고 가고 넷이서 나머지 4Km를 걷습니다. 이 구간은 정말 대간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마루금을 다시 그어야할 것 같습니다. 동네 웅덩이길, 소 매는 뒷산 같은 작은 둔덕, 시멘트 농로, 마을 안, 닭과 오리, 개 키우는 농장 옆길 등을 거쳐 드디어 진부령 정상, 백두대간 완주 기념비들이 비석으로 세워져 있는 기념 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드디어 백두대간 진부령 비석 앞에서 사진 찍는 것으로 대간 종주를 마무리 합니다. 12시 20분, 지도상은 8시간이지만 9시간 걸렸습니다.그리고 백두대간 수첩에도 나와 있는 부흥식당 뒤편에서 수돗물로 등멱을 하고 옷 갈아 입고 송어 횟집, 중간에 곤지암 소머리집의 수육, 오늘은 아주 푸짐하게 아주 많이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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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 마쳤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첫댓글 백두대간 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인생숙제 하나 끝낸 느낌이실것 같아요.
행복감 가슴하나안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산행 계속 하시기를 바랍니다. ~*^^
축하! 축하! 축하 드립니다. 그 어려운 백두대간 종주의 저력으로 인생을 사시는 대단한 산사사님! 존경합니다~
저 무릎 아팠던 사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존경합니다.
이젠 산신령으로 등극하셔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업적을 쌓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