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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필라땅고 원문보기 글쓴이: Michum미(국)춤
“스치듯 봐서 영화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춤추는 여주인공의 댄스 웨어에 눈길이 고정됐어요. 의상이 너무 아름다웠죠. ‘맞아 내가 하고 싶은 게 저거야’ 하고 아주 강렬한 느낌이 왔어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을 ‘꽝’ 때리는 내면의 메시지를 접한 쌤니 대표 이정희씨(38)는 그 길로 국내 댄스 웨어 시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가 1998년경. 지금이야 웰빙 붐을 타고 스포츠댄스나 모던, 라틴 등 댄스에 관심이 많지만, 그 당시엔 소수의 동호인들만이 댄스를 즐기던 시기였다. 마땅한 옷이 있을 리 없었다. 댄스 웨어는 영국이 발달했다는 정보를 얻은 그는 영국의 카탈로그를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 정보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런던의 남쪽에 위치한 노브리라는 지방에 갔어요. 그곳은 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모여 춤을 출 정도로 댄스가 활성화된 곳이에요. 그곳에서 샘플을 구해서 서울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뜯어 봤죠.” 당시만 해도 국내 패션은 평면 재단에 익숙한 상황. 옷밖에는 타조 털이 붙고 옷안에는 수영복이 들어가고 가슴엔 와이어가 있는, 입체적인 댄스 웨어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는 옷이 완성되자 모던댄스 챔피언을 찾아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반응을 기다렸는데 나온 대답은 “북한 옷 같다”였다. 얼마나 실망이 컸는지 그는 며칠동안 밥도 먹질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동안 힘없이 지내던 그는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번엔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은 국내보다 동호인이 3배나 많을 정도로 댄스문화가 활성화된 곳. 디자이너를 찾아가 패턴 공부도 하고 원단에 대한 연구도 한 후 돌아와 평면 재단에서 입체 재단으로 방향을 바꾸고, 소재도 대폭 개선했다. 옷에 다는 장신구도 조명을 받았을 때 반짝임이 좋은 스와로브스키 제품을 사용했다. “세계화를 목표로 국내보다는 일본시장에 먼저 진출을 꾀했죠. 2000년 후반 직접 만든 옷을 들고 일본 업체를 찾아갔어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의상실에 제 옷을 걸어두었는데 특히 일본의 인기스타인 스키모토아야가 색상과 디자인도 좋고 옷이 편하다며 마음에 들어 했어요.” 당시 일본 NHK에서 스타들이 춤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스키모토 아야가 그의 옷을 입고 나가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스키모토 아야가 그의 팬이 되면서 쌤니의 옷이 알려지고 일본의 유명패션 잡지인 ‘댄스 뷰’와 ‘댄스 팬’에서도 그의 옷을 소개했다. “댄스 웨어는 입었을 때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댄스의 동작을 잘 살려줄 수 있어야 해요. 또한 가벼워야 하고 땀을 잘 흡수해야 하죠.” 야한 옷 만들다보니 ‘끼 많겠다’ 오해받기도 ‘아르헨티나 탱고’의 경우 다리를 많이 사용해 춤을 추기 때문에 옷을 만들 때 팬티가 보이지 않으면서도 다리가 다 나오도록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절개선이 몇 mm만 올라가도 천해 보이고 절개선이 몇 mm만 내려가도 답답해 보이기 일쑤. 이런 경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댄스 웨어 디자인의 어려운 점이라고. “저는 단 한벌의 옷을 만들 때도 반드시 피팅 모델을 써요. 두세번 고치는 과정을 거친 후 소비자의 손이 닿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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