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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은 중고등학생한테나, 대학생들한테나 다 길게 느껴지고 즐겁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학생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저도 아직 이런 생각을 겨울 방학 시즌이 올 때마다 가지고 겨울 방학을 맞습니다. 짧게 잡으면 한 달 반, 길게 잡으면 두 달이 되는데 길다면 정말 길지요. 게다가 가장 좋아하는 농구를 많이 볼 수 있는 시기가 이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 년 중 가장 저에게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글을 시작하면서 거듭 생각해 봅니다.
간만에 인천 부모님 댁으로 왔습니다. 부모님 댁이라기라고 하기 보다는 '우리 집'으로 말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지도 모르나, 하도 외지 생활을 많이 해서 이런 호칭도 이제 떠오르나 봅니다. 인천 집에서 간만에 늦잠도 자고, 보고싶은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하고 식사도 하고 하니 이런 게 휴식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솔로로써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는...일말의 아쉬움도 있긴 하였지만 거의 항상 그러했으니 큰 상처 받지 않고 넘길 수 있습니다.ㅋ
경기 일정을 보니 23일, 26일 구리에서 연속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신세계랑 3라운드 마지막 경기, 4라운드 첫 경기를 모두 구리시체육관에서 치룬다는 '특보'였습니다. 인천에서 구리까지는, 약간의...아주 약간의 부지런함만 있으면 손쉽게, 저렴하게 갈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수도권 지하철이 있기 때문입니다.(청결함과 운행 면에서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 최고라는 것이 거의 정설입니다..ㅋ)
23일 경기도 구리에서 직접 보고, 26일 경기도 구리에서 직접 봤습니다.
원래 따로따로 글을 올려야 정상이겠지만 집에서 푹 쉬다 보니 몸까지 게을러져서요...아니 원래 게을러진 몸이라 그런가 봅니다. 한꺼번에 합본으로 글을 올리려 하는데 23일 경기와 26일 경기를 한꺼번에 말씀드리되 너무 길어지지 않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원체 기억력이 좋지 않아 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 분들의 많은 지적과 질책 부탁드리며 시작해 보지요.
김지윤 선수, '지존가드'가 무엇인지 보여주다
23일 경기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아실 이야기이지만, 신세계는 볼 운반에서 미숙함을 보였고, 이것이 31점 차 대패의 주원인이었습니다. KDB생명은, 이를 노리고 하프에서부터 함정을 만들어 놓고 상대 가드의 볼 운반과 패스를 차단하는 트랩 디펜스를 많이 썼고, 많은 효과를 봤습니다.
신세계에서 득점을 할 선수는 많습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 개개인의 득점 능력은 리그 최강입니다. 김계령 선수....그 어려운 우리은행에서도 20점 이상의 스탯을 꼭꼭 기록한 대한민국 대표 득점원입니다. 강지숙 선수....중거리 슛 오픈되면 100중 85는 들어가는 높은 슛률을 지난 시즌까지 금호생명에서 보여 왔습니다. 김나연 선수.... 지금은 주춤하지만 현재 3점슛 갯수 리그 2~3위를 달리는 선수입니다.
문제는 가드진의 볼 운반과 이 득점원 선수들에게의 패스 타이밍이었습니다.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로 운반에 경화가 걸렸고, 패스는 번번히 차단당했습니다. 마치 <슬램덩크> 마지막 부분 전국대회 예선에서 산왕공고의 올코트 프레스에 당황하는 북산 팀의 공격을 보는 듯했습니다. 정인교 감독님 너무 답답해서 발을 동동 구르시던데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트랩 디펜스를 돌파할 묘책이라도 나왔어야 했습니다. 가령 김지현 선수가 트랩에 걸렸다고 보면, 박하나 선수나 김나연 선수가 김지현 선수의 등 뒤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옆을 스치면서 패스를 받고 동시에 김지현 선수가 빠져나가 공간을 찾아 다시 패스를 받는 플레이가 많이 나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는 이런 모습을 23일 경기에서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누군지는 다 아시겠지요. 이 김지윤 선수가 코트에 있고 없고는 23일 경기에서 보듯이 천지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수비 전술을 빨리 코트에서 읽어내는, 그리고나서 곧바로 이것을 깨버리는 '지존가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아마 재활하고 있던 김지윤 선수 병원에서...아니면 숙소에서 브라운관 안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승부욕 하면 대한민국 최정상인 김지윤 선수니까요.
사실, 며칠 전 김지윤 선수가 손목 부상으로 2주 결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신세계의 팬은 아니지만 신세계에 대해 걱정이 되었습니다. '누가 볼 운반을 할 것인가?', '누가 리그 최강의 득점원들의 능력을 100프로 살려 줄 것인가.', '누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 분위기를 되찾아 올 것인가?' 이 '누가'의 답이 되는 인물은...신세계에서 김지윤 선수말고는 찾기 힘들다는 것을 26일 경기에서 잘 알 수 있었습니다.
26일 경기 1쿼터가 끝날 무렵 온 몸에 보호대를 한 김지윤 선수가 등장합니다. 한 눈에 봐도 몸은 100프로가 아닌 50프로 상태였지만 이 선수 상대 팀 팬으로써 받는 압박감은 꽤나 무거웠습니다. '이제 진짜구나.'..시쳇말로 '후덜덜...'
2쿼터는 전반적으로 KDB 생명의 허슬 수비가 경기를 압도했던 쿼터였지만 신세계의 볼 흐름 측면에서 보면 김지현 선수가 리딩할 때보다 훨씬 매끄러워졌음을 여러분들이 잘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김지윤 선수가 막 나오고 KDB 생명에서는 김지윤 선수가 오른쪽 사이드로 공을 몰고 오자 트랩 오펜스를 김지현 선수에게와 같이 썼습니다. 하지만 김지윤 선수의 공은 트랩이 완전 걸리기 한 박자 이전에 코트 전방의 같은 팀 선수에게 가 있었습니다.
이미 이 트랩 디펜스를 코트에서 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들 아시듯이 트랩 디펜스 하나가 실패하게 되면, 특히 KDB 생명이 쓰는 하프코트 아니면 하프코트 주변 사이드 트랩 디펜스가 돌파당하면 상대 팀 오픈 선수는 두세 명이 되어 거의 100프로 이지샷 실점을 당합니다. KDB 생명 코칭 스텝들이 계속 김지윤 선수에게 이 수비를 걸었다면 2쿼터 KDB 생명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역전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3쿼터에 김지윤 선수는 어느 정도 감각을 되찾은 듯 특기인 '나홀로 분위기 탈취' 묘기를 팬들에게 선사했습니다.
몸 상태가 안좋은지라 작년 같은 2430마력급의 탱크 돌파는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격 활로를 단 한 번에 뚫어주는 어시스트와 입이 딱 벌어지는 중거리 슛으로 자칫하면 완전 넘어갈 뻔 한 분위기를 돌려 놓았습니다. 어찌 보면 '적'이지만....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인격만 '금메달감'이 아니라, 실력과 투혼도 정말 '금메달감'이구나...(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지윤 선수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받은 은메달을 마음 고생이 매우 심했을 임달식 감독님께 '증정'했습니다.)
3쿼터 4분께 연속으로 김지윤 선수가 5득점을 올릴 때, 점수 차는 여전히 16점 차 정도로 컸지만 저는 KDB 생명이 쉽게 이 경기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김지윤 선수를 길게는 7년 간 보아 온 여농 팬의 어설픈 예감이라면 예감인데 이는 딱 들어맞더군요..4쿼터 김지윤 선수는 양 팀 팬들에게 간 떨리게 하는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라도 왜 '지존'이라는 수식어가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지 충분히 증명해 냈습니다.
투혼으로 경기를 가져오려 했고, 이는 90프로 이상 성공했지만, 화룡점정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2점 차까지 승부가 원점으로 가까이 갔던 주 원인은 신세계의 주 득점원들을 끝까지 살려주려 이 악물고 뛴 김지윤 선수에게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그렇게 느꼈을 법 합니다.
김보미 선수의 리바운드로 2점 차로 자신의 팀이 졌을 때....그제서야 고개를 숙이더군요...
앞으로 김지윤 선수 몸 상태 좋아져서 이런 플레이...아니 예전같은 정상적인 플레이 팬들에게, 후배들에게 선사하며 '지존가드'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KDB 생명, 수비의 'Climax'를 보여주다
남자농구 이야기를 잠시 드리자면, 요즘 전자랜드가 1위를 달리고 있고, 바로 뒤에 동부, KT가 2위로 전자랜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자랜드야 이번 시즌에 개인기가 KBL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용병 선수들마저 혀를 내두르는 문태종 선수와 정상급 가드 신기성 선수를 영입하여 이 덕을 크게 보고 있는, 쉽게 말하면 '스타플레이어가 정상을 만드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부와 KT는 다릅니다. 수비 농구로 상위권을 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특히 KT는 주전 선수들이 여럿 부상당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전창진 감독님이 원주에서부터 강조한, 수비 농구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기를 치루어 내며 상워권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놀랍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팀들이 팀 내에서 한 두명의 '스타 플레이어'에 무의식적으로나마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할 때 더욱 놀랍습니다.
여자농구에서는 KDB 생명에서 이런 모습들을 최근 두 경기에서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리바운드에 충실하고, 코트 위의 다섯 명의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고, 개개인 선수들이 다들 허슬 플레이, 자기 몸이 마치 철(鐵) 인양 코트에 던지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짠물 허슬 수비 농구' 말이죠.
23, 26일 대 신세계 2연전에서 보여주었던 KDB의 수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참 많지만(항상 실속은 없으면서 드릴 말씀만 많은 저입니다..) 두 가지만 추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한채진 - 김보미 선수의 허슬 플레이가 빛났던 경기들이었습니다.
특히 한채진 선수의 허슬 플레이는 보는 사람들을 놀랍게 했습니다. 아니...저만 너무 늦게 놀랐나요. 선뜻 보기에는 한채진 선수의 외모에서 나오는 이미지는 김은혜 선수가 그렇게 듣기 싫어하는, '공주농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두 경기에서의 한채진 선수의 모습은 말 그래도 '철녀'였습니다.
영양가 있는 스틸을 허슬 플레이로 많이 따냈습니다. 상대 센터진의 볼 키핑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힘으로 뺏어 속공 기회를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자신이 맡았던 양정옥 선수나, 김나연 선수에 대한 수비에서도, 그 선수들에게 거의 실점을 하지 않을 정도의 철벽 수비를 펼쳤습니다. 지난 시즌부터 수비에 일가견이 있다 평가되어 온 한채진 선수지만 이 모습들, 아니...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한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느낌은 다소 새롭더군요.
김보미 선수도 특유의 허슬 플레이로 중요한 리바운드를 많이 따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26일 경기에서의 마지막 리바운드 이야기는 제쳐놓고라도, 팀의 '영양소' 역할을 100프로 이상 해냈습니다. 단지, 단점을 하나 지적하자면 26일 경기 4쿼터 즈음에서 너무 들떠 분위기를 살짝 넘겨줄 뻔한 플레이를 했다는 거 정도?
둘째, 상대방 패스길에 대한 코칭 스텝과 선수들의 '사전 연구'가 빚났던 경기들이었습니다.
상대방의 패스길에 대한 파악이 느려지면 아무리 발빠른 더블팀 수비라도 순간적으로 와이드 오픈 찬스를 상대에게 허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DB 생명의 23, 26일 두 경기에서 이런 모습들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신세계는 KDB 생명의 발빠른 더블팀 지역수비에 대응하여 외곽슛에 능한 김나연 - 양정옥 - 박하나 선수를 투입하는 묘수를 부리려 했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23일 경기에서의 가드진의 패스 타이밍 미숙과 더불어 미 묘수는 가장 실패한 전술이 되어 버린 수(數)가 되어 버렸네요.
김계령 선수의 패스 센스는 국내 센터 선수 중 최고를 자랑합니다. 우리은행 시절부터, 아니 삼성생명 시절부터 와이드 오픈이 된 선수를 찾아 킥 오프 패스하는 능력은 김계령 선수를 국내 최고의 센스를 자랑하는 센터로 내세울 수 있는 요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두 경기에서 김계령 선수 특유의 한 박자 반 박지 빠른 킥 오프 패스는 빠른 더블 팀 수비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김계령 선수가 안타까워 하던지 관중석에까지 그 소리가 들리더군요.
26일 경기에서 김정은 선수에 대한 더블팀 수비도 효과를 봤습니다. 김정은 선수를 상대했던 선수는 동급의 체격인 조은주 선수였는데 대인 마크로 100프로 김정은 선수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헬프 디펜스 타이밍이 중요한데 KDB 생명에서는 이런 수비 대책을 잘 세워 대비하여 김정은 선수의 득점을 '14점'으로 묶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정은 선수가 로우 포스트(골대에서 가까운 쪽의 포스트)에서 조은주 선수하고 몸싸움을 하며 공간을 차지하여 공을 받았을 때의 헬프 디펜스는 위력적인 김정은 선수마저 패스로 직접 돌파를 피할 정도로 탄탄하더군요. 김정은 선수 승부욕 발동하면 4쿼터에 10점이고 15점이고 넣을 수 있는 선수인데 말입니다. 물론 몸 상태가 100프로가 안 되어 그랬을 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수비로 볼 때 김정은 선수에 대한 수비는 성공한 것입니다.
KDB는 KT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별히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코트에 서는 5명의 선수들의, 상대의 파상 공격을 무위로 만들어 버리는 수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팀입니다. 23, 26일 경기에서 KDB 선수들은 이러한 요구에 100프로 가깝게 부응해 주었고, 이는 2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이경은 선수, 포인트 가드의 '킬러 본능'을 보여주다
요즘 여자농구를 중계하시는 해설 위원님들의 칭찬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 중 한 명은 이경은 선수입니다. 박건연 위원님도 칭찬, 차양숙 위원님도 칭찬.... 여기서 저는 차양숙 위원님의 칭찬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내용인 즉 이렇습니다. '이제는 혼자, 안정감 있게 한 경기 한 경기를 이끄는 '가드'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경은 선수입니다.'
물론 차 위원님 말씀대로 이번 시즌에 데뷔 이후 최고의 안정감을 자랑하는 이경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이경은 선수가 보여준 결점을 살짝, 아주 어설프게 찍어 보자면 26일 4쿼터 초반을 들 수 있는데 여기서 무언가 템포를 조절하여 신세계의 파상 공세의 기를 죽여야 했습니다. 불타오른 김지윤 선수에게 곧이곧대로 불타오름으로 대적한다면 이는 김지윤 선수의 페이스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그 불을 끄기 위하여 차분한 공격 - 다운 페이스 - 하나 둘씩은 포인트 가드로써 지시할 시점이었던 거 같은데요.
이런 것은 '존경하는 언니'라고 말했던 이미선 선수나, 전주원 선수에게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조언으로 배우는 것, 보면서 배우는 것 다 좋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숱하게 배웠겠지만 더욱 이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선배언니 선수들의 특징은 불을 지필 때와, 불을 진정시킬 때를 잘 알고 동료 선수들을 이끌어 많은 승리를 이끌어 낸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경은 선수 자신이 저보다 잘 아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장점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경은 선수의 최근 모습에서 앞의 두 선수보다 앞서는 측면이 있습니다. '킬러 본능'입니다. 김지윤 선수나 최윤아 선수도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 주지만 최근 전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 여자농구계에서 포인트가드로써 최고의 '킬러'는 이경은 선수가 유력합니다.
특히 26일 경기 3쿼터 시작하자마자 넣었던 연속 8득점은 경기장에 온 관중들 모두를, 해설위원님들 모두를 놀라게 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그 시점은 김지윤 선수가 한창 몸이 풀려져 가던, 감각을 되찾아 가던 시점이었을 텐데 이런 김지윤 선수 기를 조금이나마 꺾게 하기엔 충분한 플레이였습니다. 이 중 진짜 명장면을 뽑자면 공중에서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손을 바꾸어 가며 넣었던 레이업입니다.
이경은 선수의 득점 이야기를 조금 더 드리자면 요즘 '플로터' 가까운 슛을 많이 시도하는 이경은 선수입니다. 상대 수비수의 타이밍을 완전 빼앗아 가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슛을 올려넣는 플로터는 당한 선수에게는 화를, 보는 관중에게는 엄청난 즐거움을 선사하는 고급 기술인데 동네 농구에서는 흔히 '뽀록샷'이라 불리지만 프로 선수의 플로터는 많은 노력 끝에 연마한 '테크닉 샷'입니다.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플로터(floater)는 손등이 자신의 몸 쪽으로 향하게 하여 볼을 '밀어넣는' 슛이고, 이와 흔히 비교되는 스쿱 슛(scoop shot)은 단신 선수들이 장신 선수들의 블록슛을 피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로 정상적인 레이업슛 궤도보다 훨씬 높게 볼을 '띄우는' 골밑슛입니다.)
그리고 26일 경기 4쿼터 신세계의 기세 상승으로 점수가 손쉽게 따라잡힐 상황에서 김지윤 선수에게 포스트 업을 시도하여 중요한 2득점을 하는 장면도 명장면이었습니다.
6점 차에서 8점 차로 점수차를 벌이는 득점이었는데 6점 차는 3점 슛 2개...즉 두 번의 시도로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차로 '따라잡을 수 있어'라는 심리를 어느 정도 주는 반면 8점 차는 최소 세 번의 공격 성공이 필요한 점수차로 '어렵겠네'라는 심리를 주는 점수 차입니다. 경기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이 득점을 결정샷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이경은 선수의 평균득점은 15점 정도입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아주 높아진 득점력인데 특히 영양가 있는 득점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는 자신이 해결해야 할 때를 분명히 알고 해결을 시도한다는 것인데 '킬러 본능'이라 합니다. 이것이 남용되어서는 안되겠지만 팬으로서 이런 장면들을 보며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ㅋ
마지막으로 몇 말씀 더 드리자면, 첫째, 김진영 선수나, 원진아 선수의 알토란같은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3일 경기에서 이런 모습을 두 동기 선수들은(두 선수 다 84년생입니다..) 많이 보여주었는데 제 눈에 확 들어온 장면은 23일 경기 2쿼터에서 김진영 선수가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에게 미스 매치를 당해 골밑에서 밀리는 상황에서도 그 선수에게 들어오는 엔트리 패스를 쳐내 스틸, 속공을 시도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이벤트 참여 때문에 골대 바로 뒤에 서 있으면서 본 장면인지라 평생 기억에 남겠군요.
이제 라운드가 지나가면서 이 선수들의 활용폭이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KDB 생명에서는 더 이상 '독수리 5자매'..이런 이야기가 나와서는 곤란합니다. 전체적인 리그 순위 다툼에서 이미 1,2위는 거진 정해진 것 같고, 문제는 3,4위...포스트시즌 진출에 걸린 두 장의 표를 어느 팀이 가져가느냐의 문제인데 이는 정규리그 말반에 가용 인원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팀에게 절대 유리한 것입니다.
둘째, 신세계는 이번 KDB 생명과의 2연전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26일 경기에서 김지윤 선수의 활약으로 인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희망을 보았기도 했습니다.
엄격히 말해 26일 경기 김지윤 선수의 몸 상태는 50프로가 안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김지윤 선수는 앞에서도 누누히 말씀드렸듯 2점 차의 박빙의 승부를 가져 왔습니다. 이에 김계령 - 김정은 - 강지숙 - 김나연 - 박하나 선수 득점라인이 김지윤 선수의 '특급 지휘'속에 26일 경기 4쿼터에서처럼 원할히 가동된다면 승률 5~6할 이상과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 순위를 충분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어하는 3-4위 빅매치를 구리에서 3일 간격으로 2연속으로 직관할 수 있게 되어 기분좋은 연말이었습니다. 내년에도 구리로, 춘천으로 직관 많이 갈 것을 약속드리면서 길기만 하고 읽을 거 별로 없을 제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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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공감했습니다. 장문의 글을 쓰시느라 힘드셨을텐테 넘 잘읽었습니다^^
정말 김지윤 선수가 잘했는데, 그 경기는 이경은 선수가 잘해서 위너스가 이겼죠. 그냥 김지윤 선수가 악착같이 돌려놓은 경기를 이경은 선수가 너무 잘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어요. 사실 위너스나 쿨캣이나 타 선수들은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었어요. 특해 쿨캣 선수들이 이름값에 못 미쳐서 김지윤 선수가 많이 안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