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과학 논술대회 [중등부 금상]
김다은/서울 서문여중 2
◆ 제목 : 불임증에 걸린 미래
◆ 주제 : 부모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었을 경우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 환경호르몬의 피해와 그 원인에 대한 설명, 해결방안 제시
◆ 참고도서 : 선생님도 놀란 과학뒤집기/화합물-뒤섞인 하모니
"여보, 수고했어."
"아들이예요, 딸이예요?"
"의사가 말하기를 우리 아기는 어지자지라는군. 하지만 우리 아기이나 잘 갈러 보
도록 하자구. 너무 실망하지 마."
"요즘은 모두들 중성아이를 임신해도 재미있게 사는걸요, 뭘. 그나저나 기형아 만이
라도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요."
"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이가 팔다리가 없어. 모두 내 잘못이지. 불쌍한
당신을 설득해 이 오염된 도시로 와서 살자고 했으니, 모두 다 내 책임이니까 나를
원망해 줘."
"아니예요, 여보. 요즘에는 장애인을 위한 생활용품들도 시장규모가 꽤 커졌으니까
극복하기 한결 쉬울꺼예요. 당신이 지금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하면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져요. 더군다나 첫아이 죽은지 10년만에 어렵게 어렵게 얻은 아이잖아요."
"나도 아버지가 폐기물 처리공장에서 일하시면서 선천성 기형을 가지게 됐으니 우
리 아이가 겪게 될 괴로움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사지가 없는 불편이란 당사자
가 아니고서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 벌써 죽은 첫째아이 병원비로 가산을
탕진한 상태가 아니야. 아무래도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좀 무리일 것 같아."
"신생아 장기분해소에 맡기고 아이의 목숨값이나 챙기자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런 매정한 짓은 못하겠어요. 요즘은 출산률이 워낙 저조해 나라에서 아이 하나 거뜬
히 키울 복지금은 줄꺼예요. 그렇게 키울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최선을 다해봐요.
여보, 제발........"
"그래. 우리 한 번 희망을 가져 보자구. 뇌라도 정상인 게 다행이지. 혹시 알아? 그
그 옛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우리 아이도 장애를 극복하고 무언가 큰 업적을
쌓을 수 있을지."
"저는 그저 아이가 암이나 걸리지 않고 비록 불편한 몸이라도 건강히만 자라주었으
면 좋겠어요. 불쌍한 우리 아이. 흑흑......."
"지, 진정해. 여보."
지금으로부터 몇백년 후, 출산의 감격적인 순간에 부부는 과연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오늘날에도 환경오염은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로 인한 기형아 출산도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몇십, 몇백년 후라면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특히 기형아 출산 등과 관련해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화학물질 중의 한종류가 바로 환경호르몬이다. 미국의 백악관 과학 위원회가 환경호르몬을 '생체 내 호르몬의 합성, 분비, 체내 수용, 결합, 작용 또는 분해에 개입함으로써 생체의 항상성의 유지, 생식, 발달 또는 행동에 영향을 주는 외래 물질'이라고 정의한 것도 1997년의 일이니 아마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내분비 교란 물질이라고도 불리는 환경호르몬은 간단히 말해 은행 직원으로 가장하고 침투해 은행 이용객들을 총으로 마구 쏜 다음 돈을 훔쳐 달아나는 강도와 같다. 우리들의 생장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호르몬이 자신과 흡사한 벤젠고리를 지니고 있는 환경호르몬에게 자리(리셉터)를 빼앗긴 것이다. 문제는 환경호르몬이 다른 화학 물질들과는 다르게 성호르몬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생식기능에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고 그것이 자손에게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앞의 상상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곧 인류의 종말을 뜻할 것이다. 환경호르몬은 생식기능뿐만 아니라 면역기능을 파괴할 뿐더러 암과 성격장애 등을 일으킨다. 이제까지의 간략한 설명으로 환경호르몬이 독극물보다도 더 유해한 것이라고 느낀 사람은 곧 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할 것이다. 지금의 목재 가구, 종이, 석탄과 석유, 금속, 건전지, 비닐, 플라스틱 등의 각종 생활용품과 그 재료들에 미미하게나마 환경호르몬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 아무도 환경호르몬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단지 플라스틱(실제로는 50%를 차지하는 원료인 가소제)만 이 없어진다고 해도 그릇, 옷, 의료기기 등의 거의 모든 가재도구들과 생활필수용품들은 자취를 감출 것이므로 더욱더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위험한 물질은 야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생물실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일부 생물에 대해 독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환경호르몬이 포함된 물질들을 우리 사회에서 추방할 수는 없다. 전선피복으로 쓰였던 염화비닐, 살충제로 사용되었던 DDT와 미군의 베트남전투를 승리로 이끈 디클로페녹시초산(고엽제)에 이르기까지 발명 당시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신종화합물들이 바로 그들인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여러 선진국들에서는 생산이 모두 중단되었지만, 아직도 일부 개발도상국가들에서는 경제발전과 농업생산 증대를 이유로 아직도 이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환경호르몬의 무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호르몬이란 어쩔 수 없이 살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필요악이라면, 적어도 과학적인 연구가 좀더 진척될 때까지는 흡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나 또한 환경호르몬에 관련된 책을 탐독하고 그곳에서 예시된 환경호르몬의 흡수경로는 밟지 않고자 결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대기 중에 용출된 다이옥신을 피해 무작정 시골로 이사할 수도 없는 법이고, 참치통조림을 넣어 매콤하게 끓여낸 김치찌개와 컵라면의 달콤한 유혹은 뿌리치기가 힘들다. 결국에는 환경호르몬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면 그것이 훨씬 치명적일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셈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유해성을 덜기 위해 좀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환경호르몬의 농도를 낮추는 데에는 개인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도 필요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소각장과 염소계 화학물질 생산공장에서는 쉴새없이 환경호르몬이 방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효과적인 환경호르몬 여과를 위해서 필터를 개선하고 기술을 개도국에 원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이옥신류의 흡착제, 여과식 집진기, 다이옥신류 완전 분해 촉매 필터, 염화 수소 제거제 등이 그 예이다. 항상 순환하고 있는 환경에서 오염만큼은 너나 따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300~1500'C의 고온으로 다이옥신을 분해하는 가스화 용융 화로 도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는 무기염류를 소각할 때에 생기는 것이 바로 환경호르몬이므로 생활쓰레기를 줄이고 절약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도 일회용 용기에 바로 끓는 물을 부어 먹거나 아이에게 플라스틱 치아발육기를 주는 것을 자제하는 등 약간의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이 높다고 해도 님비족과 같은 태도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화학 분야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벌써 과학자들은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염화비닐 대신, 구연산계 가소제를 프탈산디 대신,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수지를 에폭시 수지계 코팅제 대신으로 환경호르몬의 용출을 감소시킨 물질을 개발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지금의 환경문제는 충분히 새로운 시국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한 자물쇠는 그것을 잠근 열쇠로만 다시 열 수 있듯이, 그동안 환경을 파괴시켜만 왔던 인간문명이 과학이라는 신기술의 도입으로 재탄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언젠가는 환경호르몬방출을 포함한 많은 환경문제들이 바로 우리들의 손에 의하여 해결되는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