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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실지출현품(悉地出現品)9)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모여든 모든 대중들을 관찰하시고 온갖 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다시 삼세무량문결정지원만(三世無量門決定智圓滿)의 법구(法句)10)를 설하셨다.
9) 「실지출현품」에서는 무상의 실지, 즉 대일여래의 과덕(果德)을 성취하는 상을 나타낸다. 무상이란 일법(一法) 중에 모든 상을 널리 구족한다는 뜻이며, 이와 대치되는 유상(有相)이란 일상(一相)에 한정하여 나머지 상을 제외시키는 경우를 뜻한다. 무상(無相)의 실지는 삼밀묘행(三密妙行)을 통하여 획득한다.
10) 이취(理趣)를 말한다.
허공은 티 없고 자성이 없으며 능히 갖가지 훌륭한 지(智)를 수여하느니라.
본래 자성은 언제나 공하기 때문이며 연기(緣起)는 깊고 깊어 보기 어려우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서 훌륭히 정진하면 바라는 대로 무상의 과를 시여(施與)하리라.
예를 들면 온갖 갈래[一切趣]11)의 궁실(宮室)은 허공에 의하여 집착 없이 행하는 것처럼
이 청정한 법도 마찬가지로 3유(有)12)의 남음 없는 청정을 생한다.
옛날 승생엄(勝生嚴)13)도 이것을 닦았기에 일체 여래의 행을 이룰 수 있었느니라.
비타구(非他句)14)에서는 얻기 어렵고, 세간에 두루 밝음[作世遍明]15)이 세존과 같으니라.
지극히 청정한 수행법을 설하시는데 깊고 넓고 다함 없어 분별을 떠나 있느니라.
11) 6취(趣)나 10계(界)를 가리킨다.
12) 미혹한 중생이 윤회하는 세계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눈 것으로 욕계·색계·무색계이다. 삼계(三界)라고도 한다.
13) 보살의 명칭이다. 『대일경소』 1권에 의하면, 승생(勝生)이란 선생(先生)이라는 뜻으로, 즉 먼저 청정법을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 이 보살은 과거시에 청정법을 깨닫고 묘혜(妙慧)와 신력(神力)과 다함 없는 장엄을 구유하였으므로 승생엄(勝生嚴)이라 칭한다고 한다.
14) 진언승(眞言乘) 외의 다른 가르침을 말한다.
15) 진언승을 찬미하는 말이다.
그 때 비로자나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하시고 나서 금강수 등 모든 모여든 대중들을 관찰하시고 집금강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각각 법계의 신력(神力)으로 실지(悉地)를 유출하는 구를 나타내야 한다.
만약 모든 중생들이 이와 같은 법을 보면 환희하여 뛰면서 안락하게 머물 것이니라."
이와 같이 설하시자 모든 집금강들은 비로자나세존을 위해서 예를 올리고,
이와 같은 법주(法主)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다시 부처님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실지유출의 구를 시현해 주십시오.
왜냐 하면, 존자 박가범 앞에서 스스로 통달한 법을 설하면 이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미래의 중생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 때 박가범비로자나께서는 모든 집금강들에게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장하도다.
선남자여, 여래께서 설하신 법인 비나야(毘奈耶)16)로서 칭찬 받는 한 가지 법은 이른바 유수(有羞 : 慙愧)이다. 만약 유수의 선남자·선여인으로서 이와 같은 법을 보려면 속히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과 대중들에게 칭찬 받는 것이니라.
또 두 가지 일이 있다.
이르지 못한 곳에 이르는 것과 불보살과 같은 곳에 머무는 것이니라.
또한 두 가지 일이 있다.
시라(尸羅)17)에 머무는 것과 인간이나 천으로 태어나는 것이니라.
장하도다,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여라.
나는 마땅히 진언의 성취유출상응(成就流出相應)의 구를 널리 설하리라.
모든 유출상응구는 진언문에서 보리를 수습하는 모든 보살들이 빨리 그 속에서 진언의 실지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수행자가 만다라를 보면 존에게 인가 받아 진어(眞語)를 성취하여 보리심을 발하고,
깊은 신심과 자비로써 간린(慳吝)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조복에 머물러 능히 좋은 연에 따라서 생기는 바를 분별하고
금계(禁戒)를 수지하고 중학(衆學)18)에 잘 머물러 가르침의 방편을 모두 갖추고 용건하며 때와 때 아님을 알아야 하며, 즐거이 혜사(惠捨)19)를 행하고, 마음에 두려움이 없으며, 진언의 행법을 부지런히 닦고 진언의 참다운 뜻에 통달20)하여 항상 좌선(坐禪)21)을 즐기며, 성취하기를 바라야 하느니라.
16) 비나야(毗奈耶)는 범어 비나야(vinaya)의 음역으로 율(律)이라고 하며, 불교 교단의 강제적인 규칙을 말한다. 계가 자발적으로 지킨다는 뜻으로는 도덕과 비슷한 데 대하여, 율은 타율적인 규칙으로 사회 법률과 비슷하다. 그러나 율이라는 말의 원래 의미는 경·율·논 삼장의 하나인 율장을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17) 산스크리트로 la. 계(戒)를 말하며, 청량(淸凉)의 의미가 있다. 여기서는 불성계(佛性戒)를 가리킨다.
18) 수행승의 의(衣)·식(食)·주(住)·행(行)에 관한 세부적인 계법(戒法)이다. 본래 명칭은 중다학법(衆多學法, sa bahul aik a-dharm )이다. 또는 중학계법(衆學戒法)·중학법(衆學法)이라 한다. 비구와 비구니가 마땅히 수지해야 하는 구족계의 일부분이다.
19) 무탐(無貪)에 머물러 언제나 온갖 물건을 베풀어 주는 것을 말한다.
20) 진언의 한 글자에 무량한 이취(理趣)가 있음을 안다는 것이다.
21) 삼밀유가의 묘행을 지칭한다.
비밀주여, 비유하면 욕계에 자재열만의(自在悅滿意)의 명주가 있다.
온갖 욕계(欲界)에 머무는 천자(天子)는 여기에 미혹하고 취하여 온갖 오묘하고 다양한 종류의 놀이를 즐기며,
갖가지 다양한 종류의 수용할 것을 나타내어서 널리 수용한다.
또한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22) 등에서 수여해도 역시 스스로가 수용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한 선남자여,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23)에 승의생(勝意生)의 명(明)24)이 있는데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에게 이익을 베풀 수 있다. 온갖 수용할 것으로 변화하여 널리 수용되고, 정거(淨居)25)의 모든 천에 수여함도 또 한 스스로 이것을 수용하는 것과 같으니라.
22) 삼계(三界) 중 욕계에 딸린 6천의 하나이다.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은 다른 이로 하여금 자재하게 5욕의 경계를 변화하게 한다.
23) 산스크리트로 Mahe vara. 대천세계(大千世界)의 주신(主神)으로 자재천을 가리킨다. 마혜수라(摩醯首羅) 또는 마혜습벌라(摩醯濕伐羅)라고도 음역한다. 자재천·자재천왕·천왕 외에도 상갈라(商羯羅, a kara)·로날라(嚕捺羅, Rudra)·이사나(伊舍那, na)·마하제바(摩訶提婆, Mah deva)·습파(濕婆, iva)·이습벌라(伊濕伐羅, vara)라는 이명이 있다. 삼매야형은 삼고극(三鈷戟)이며 종자는
ma, ru이다. 힌두교의 시바 신이 불교화한 신격(神格)으로, 포악과 치료의 양쪽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드디어 유일 최고의 천지창조신으로서 존숭되었다. 형상은 세 개의 눈과 여덟 팔을 가졌으며, 천관(天冠)을 쓰고 흰 소를 탔으며, 흰 불자(彿子)를 든 큰 위덕을 가진 신의 이름이다. 이 신을 초선천(初禪天)의 임금이라 하기도 한다.
24)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 Mahe vara)의 비밀 주문. 마혜수라천은 대자재천(大自在天)의 다른 이름이다. 마혜수라천의 다라니는 능히 뛰어나고 묘한 뜻을 가져서 갖가지 이익을 출생하므로 승의생명(勝意生明)이라 한다. 『대일경소』 11권에 "마혜수라천왕에게 하나의 명이 있는데 이름이 승의생명이라. 이 진언의 힘은 능히 일시에 큰 변화를 일으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하여 낱낱의 중생에게 나타나 그들이 좋아하는 온갖 이익이 되는 일을 나타내니 그들이 수용하는데 모두 허망하지 않다"고 진언의 위력을 설하고 있다.
25) 성문(聲聞)의 제3과(果), 즉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한 성자만이 있어 이생(異生)의 잡된 것이 없는 곳이다. 색계(色界)의 제4선(禪)에 있으며, 여기에 무번천(無煩天)·무열천(無熱天)·선현천(善現天)·선견천(善見天)·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섯 천이 있다. 이 5천을 5정거천(淨居天)이라 한다.
또한 환술(幻術)의 진언이 능히 갖가지 원림(園林)과 사람이나 물건을 나타내는 것과 같고, 아수라(阿修羅)의 진언이 환화(幻化)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
또한 세간의 주술이 독(毒)과 오한 및 열 등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으며, 마달리신(摩怛哩神)26)의 진언이 중생의 질병 재난을 일으키고, 세간의 주술이 모든 독과 오한, 열 등을 제거할 수 있으며, 능히 치성하는 불꽃을 변화시켜 청량하게 하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마땅히 이와 같은 유출구(流出句)의 진언이 가지는 위덕을 믿어야 한다.
이 진언의 위덕은 진언 중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며, 중생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지송자가 있는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남자여, 진언의 가지력이 있기 때문에 법이(法爾)로써 생해서 지나치는 일이 없다.
삼매를 초월하지 않고, 심히 깊어 생각하기 어려운 연(緣)에서 나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마땅히 생각하기 어려운 법의 성품을 따르고 통달해서 항상 진언도를 단절시키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삼세무애력(三世無礙力)과 여래가지부사의력(如來加持不思議力)에 의지한 장엄청정장삼매(莊嚴淸淨藏三昧)에 머무셨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삼마발저(三摩鉢底)27) 중에서 다함 없는 세계의 다함 없는 말씀을 내시어
법계력(法界力)과 무등력(無等力)과 등정각(等正覺)과 신해(信解)에 의지하여 하나의 음성으로 네 곳에 유출하시니,
두루 온갖 법계에 가득하여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었다.
진언을 송하신다.
나마살바다타 아뎨뷰 밋-바 목계뱌 살바타 아아 암아28)
26) 7모천(母天)을 말한다.
27) 산스크리트로 sam patti. 근본등지(根本等至)이다. 삼마발제(三摩鉢提) 혹은 발제(拔提)라고도 음역하며, 등지(等至)·정수(正受)·정정(正定)·현전(現前)이라 의역한다.
28) Nama sarva-tath gatebhyo vi va-mukhebhya sarvath a a a .
이 정등각(正等覺)의 심진언이 이로부터 두루 편만하자,
바로 그 때 모든 법계의 모든 소리[聲門]29)는 정등각의 표치의 소리에 따라서 서로 소리를 냈다.
이 모든 보살이 이것을 듣고 나자 일찍이 없었던 눈이 열려지게 되며 미묘한 음성을 내게 되고,
일체지(一切智) 이숙자(離熱者)30) 앞에서 게송을 읊는다.
기이하도다, 진언의 행이여. 능히 광대한 지(智)를 구유하는데 만약 이것31)을 두루 펼치는 자는 불양족존(佛兩足尊)이 되리라.
그러므로 열심히 정진하여 제불의 어심(語心)32)에서 항상 끊임없이 닦아 나가서 마음을 정화하고 아집을 여의오리라.
그 때 박가범께서는 다시 이 법구를 설하셨다.
29) 여래(如來) 법계(法界)의 음성을 가리킨다.
30) 부처님을 가리킨다. 3독(毒)의 열뇌(熱惱)를 떠나 있기에 이와 같이 말한다.
31) 아자를 가리킨다.
32) 심진언(心眞言)을 말한다.
정등각심(正等覺心)에서 성취를 행하고자 하면 원원(園苑)과 승방(僧坊)에서 행하라.
혹은 바위동굴 속에서나 마음으로 좋아하는 곳에서 그 보리심을 관상하라.
여기에 이르러 처음으로 안주33)할 때에는 의심이나 걱정하는 마음을 내지 말며 그 일심을 취함에 따라 심(心)을
심(心)34)에 두어라.
지극히 청정한 구를 증득하면 더러움 없이 안주하여 움직이지 않으리니 분별을 초월함이 거울과 같으며 현전함이 심히 미세하리라.
만약 그가 항상 관찰하여 닦아 익히고 상응한다면 이에 본소(本所)의 존과 자신의 상(像)이 모두 나타나리라.
제2의 정각구(正覺句)는 경만다라(鏡漫茶羅)35)의 대연화왕좌(大蓮華王座)에서 깊은 삼매에 머무는 것이니라.
33) 초지(初地)를 의미한다.
34) 앞의 마음은 심진언(心眞言)이고, 뒤의 마음은 행자의 청정심(淸淨心)이다. 행자의 청정심 가운데 본존의 심진언을 현현하고, 이것에 의해서 본존과 행자는 불이일체(不二一體)가 된다고 관하는 것이다.
35) 본존의 심월륜이다.
총지(摠持)의 발계관(髮髻冠)에 두루 감싸는 한량없는 빛이 있고
망령된 집착과 분별을 떠나서 본래 고요함이 허공과 같으니라.
그 가운데에서 사유하여 섭의(攝意)의 염송을 행하라.
첫 번째 달36)에 등인(等引)을 닦아 지녀서 1락차37)를 채워라.
이것을 맨 첫 달의 진언을 수지하는 법칙이라 한다.
다음으로 두 번째 달38)에는 바르는 향과 꽃 등을 바치고 이로써 갖가지 중생류를 요익하게 하는 것을 행하라.
또다시 다른 달39)에 온갖 이양(利養)을 버려라.
36) 성취의 처음 단계를 말한다. 이것은 본존관이며, 초지정보리심(初地淨菩提心)의 단계이다.
37) 락차는 10만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상(相)의 뜻으로 쓰였다. 자륜상(字輪相)을 행자의 정심(淨心) 중에 분명히 나타낼 수 있음을 말한다.
38) 대비위근(大悲爲根)의 위치로서 제2지에서 제7지까지를 포함한다.
39) 세 번째 달, 즉 방편위구경(方便爲究竟)의 위치로서 제8지에서 제10지까지를 가리킨다.
이 때 그 유가(瑜伽)에서 사유하는 것이 자재하리니 온갖 장애가 없어져서 모든 군생들을 안락케 할 것을 원하라.
여래께서 칭찬하시는 바의 원만한 과(果)를 성취함을 즐겨 원하며 또한 모든 유정들의 온갖 희원(希願)을 만족시켜라.
이치에 따라 장애의 덮개를 없애어 이로써 반연(攀緣)40)을 생하느니라.
방생(傍生)41)들이 서로 잡아먹는 온갖 괴로움을 영원히 제거하고 언제나 모든 귀신들의 세계에 음식을 다 충만케 한다.
지옥 중에서 받는 괴로움과 갖가지 모든 고통을 마땅히 속히 소멸시켜야 하느니라.
나의 공덕과 나머지 무량문(無量門)에서 자주자주 마음에 사유하라.
광대한 비민(悲愍)을 내어서 3종의 가지구(加持句)42)로 모든 것을 상념하며 마음으로 진언을 송하여 지녀라.
나의 공덕력(功德力)과 여래의 가지력(加持力)과 법계력(法界力)이 중생계에 두루하니
갖 상념에서 의리(義利)를 구하여 모두 다 이를 요익하게 하라.
그 모든 것이 이치와 같으면 염하는 것이 모두 성취되리라.
여기서 박가범께서는 바로 그 때에 허공등력허공장전명비(虛空等力虛空藏轉明妃)를 송하신다.
나마살바다타 아뎨뷰 밋-바 목계뱌 살바다 캄 오노야뎨살 파 라혜문 가가나덤 사바하43)
40) 산스크리트로 lambana. 심(心)이 대상에 의지해서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번뇌 망상의 시원(始元)이며, 근본이라고 한다.
41) 방(傍)은 누운 것, 생(生)은 생물이란 뜻이니, 곧 몸을 가로 눕히고 다니는 짐승을 말한다.
42) 나의 공덕력(功德力)과 여래의 가지력(加持力)과 법계력(法界力)의 세 가지를 의미한다.
43) Nama sarva-tath gatebhyo vi va-mukhebhya sarvath kham udgate sphara he ma gagana-kha sv h .
이것을 세 번 지송하면 그가 태어나는 곳마다 훌륭한 원이 모두 성취되리라.
수행하는 사람은 만월44)에 차례대로 지송(持誦)을 행하라.
산봉우리와 소외양간 가운데와 한림(寒林) 또는 강 가운데의 섬이나 네거리나
홀로 서 있는 나무 아래나 망달리천(忙怛哩天)45)의 방에서이니라.
44) 보름(15일)을 의미한다.
45) 산스크리트로 m tali.
온갖 금강색으로 장엄하며 청정하게 하여 금강과 같게 하라.
그 가운데 온갖 장애하는 자와 마음을 미혹하게 하는 자를 섭복하라.
사방을 서로 두루 돌아서 하나의 문과 통로를 만들어라.
금강으로 서로 연결되게 하고 금강결(金剛結)로 상응하라.
문문이수호(門門二守護)는 불가월(不可越)과 상향(相向)46)이니라.
손으로 위를 가리키는 모습을 하고 붉은 눈에 분노하는 모습이니라.
은근하게 우각(隅角)에 수라47)염광인(輸羅焰光印)을 도화하라.
안에 묘금강좌(妙金剛座)48)를 두는데 방위는 바르고 서로 곧게 하라.
그 위에 대연화가 있고 8엽에 꽃술과 수염이 달려 있다.
마땅히 금강수의 금강혜인(金剛慧印)49)을 결해야 한다.
46) 2수호(守護)를 말한다. 2수호는 태장만다라의 문수원(文殊院)과 외금강부원(外金剛部院) 서남문의 두 수호신이다. 온전한 칭호는 문문이수호(門門二守護)이다. 하나는 불가월수호문자(不可越守護門者)이며, 둘은 상향수호문자(相向守護門者)이다. 전자는 내문(內門)의 오른쪽에 있으며, 후자는 왼쪽에 있어서 함께 여래의 가르침을 받고 법문을 수호한다.
47) 산스크리트로 la. 수라(輸羅)는 병기(兵器) 가운데 창을 말한다. 수라인(輸羅印)은 창 모양의 인상(印相)이다.
48) 십자갈마(十字羯磨)의 위에 연화를 그린 것이다.
49) 오고금강(五鈷金剛)을 말한다.
모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서원을 더욱더 견고히 하라.
마땅히 이곳을 호지(護持)하고 모든 약물(藥物)을 정화해야 하느니라.
이 밤에 지송하면 청정하여 장애가 없으리라.
또한 한밤중이거나 해가 떠오르려고 할 때에 그 약물을 가지고 송하여서 원광(圓光)50)이 널리 빛나게 하라.
진언자는 스스로 취하여 대공(大空)에 유보(遊步)하고 오래도록 머물러 살면서 큰 위덕이 있고 생사에서 자재하게 되리라.
세계의 정상에 가서 갖가지 색신(色身)51)을 나타내어 덕을 갖춘 길상자(吉祥者)를 전전(展轉)하며 공양하라.
진언으로 이루어진 것을 이름하여 실지라 하니 분별의 약물을 가지고 무분별52)을 성취함이니라.
50) 상성취(上成就)의 상(相)을 말한다.
51) 보현색신(普現色身)을 말한다.
52) 무상(無相)의 실지를 나타낸다.
"비밀주여, 온갖 세계의 모든 현재 등의 여래·응·정등각께서는 방편바라밀을 통달하셨느니라.
그 여래께서는 하나를 분별하여 본래 성품이 공함을 아시지만 방편바라밀력으로써 무위에서 유위를 나타내신다.
전전(展轉)하고 상응하여 중생을 위해서 법계에 두루 시현하시어 법을 보고 안락하게 머물러 환희심을 내게 하신다.
혹은 장수를 얻고자 하거나 5욕(欲)을 즐기면서 스스로 즐거워하며 불세존을 위해서 공양을 하게 하신다.
이와 같은 구를 증득하는 것은 모든 세간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바이니라.
여래께서는 이 의리(義利)를 보시기에 환희심으로써 이 보살의 진언행도(眞言行道)의 차제법칙을 설하시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한량없는 겁 동안 부지런히 구하여 온갖 고행(苦行)을 수습하더라도 얻을 수 없지만,
진언문에서 도를 행하는 모든 보살은 이 생애에서 이것을 획득하기 때문이니라.
또한 다시 비밀주여, 진언문에서 보살행을 닦는 보살은
이와 같은 계도(計都)53)와 갈가(▩伽)·산개(傘蓋)·이사(履屣)54)·진타마니(眞陀摩尼)·안선나약(安膳那藥)55)·로차나(盧遮那)56) 등을 가지고 3락차(洛叉) 동안 지녀서 성취하고 또한 실지를 얻는다.
비밀주여, 만약 방편을 구유한 선남자와 선여인이 즐겨 원하는 바에 따라서 행하는 것이 있으면
그는 오직 마음이 자재하여 성취하게 되리라.
비밀주여, 모든 인과를 즐겨 바라는 자는,
비밀주여, 그렇게 어리석은 범부는 진언과 모든 진언의 상57)을 알지 못하느니라.
어찌한 까닭인가?
인(因)은 지은 자가 없으며 그 과(果)도 생겨남이 없느니라. 이 인(因)은 인마저 오히려 공(空)58)인데
어떻게 과가 있을 수 있겠는가?
53) 산스크리트로 ketu이며, 당(幢)을 의미한다.
54) 신발을 의미한다.
55) 산스크리트로 a jana. 안선나(安繕那)·안선나(安禪那)·안사나(安闍那)라고도 한다. 일설로는 안약의 이름이며, 그 색은 청흑색의 광석과 닮았다. 일설로는 식물의 일종이라 하며, 그 잎을 안약과 섞어서 사용한다고 한다.
56) 우황(牛黃)을 의미한다.
57) 진언의 자의(字義)의 실상을 말한다.
58) 인은 즉 과이고, 과는 즉 인으로서 인과가 하나이다. 따라서 일정(一定)한 인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이 말한다
마땅히 알라. 진언의 과는 모두 인업(因業)을 떠나 있느니라.59)
또한 몸으로 무상(無相)의 삼마지를 증득할 때에 진언자는 마땅히 실지를 마음에서 생할 수 있느니라."
그 때 금강수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건대 이 정등각구(正等覺句)이며 실지성취의 구를 설해 주십시오.
이 법을 보는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마음으로 환희하여 안락하게 머물며 법계를 방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법계란, 일체 여래·응·정등각으로서 불가사의한 세계라고 이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진언문에서 보살행을 닦는 모든 보살들은 이 법계는 나눌 수 없고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통달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세존께서는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비밀주여, 그대는 훌륭하구나. 능히 여래께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거라. 내가 지금 설하리라."
비밀주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아자문(阿字門)으로써 성취를 행하라.
승가가 머물러 있는 곳이나 산의 동굴 속이나 혹은 깨끗한 방에서 아자를 가지고
두루 온갖 지분에 포치하여 3락차(洛叉)60)를 수지하라.
59) 진언의 과는 원래 인연소생(因緣所生)을 떠나 있다는 뜻이다.
60) 여기서는 3상(相)이란 의미이다. 3상이란 본존과 종자와 원명(圓明)의 세 가지를 가리킨다.
다음에 보름달이 되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바쳐서 공양하면, 이에 보현(普賢)보살과 문수사리(文殊舍利)와
집금강 등과 다른 성천(聖天)들이 현전하여 정수리를 쓰다듬으면서 '장하구나, 수행자여'라고 말할 것이니라.
이 때 마땅히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알가수(閼伽水)를 바쳐야 한다.
곧 그 때에 보리심을 잊지 않는 삼매[不忘菩提心三昧]61)를 얻으리라.
또한 이와 같이 신심이 편안한 상태에서 이것을 지송하여 수습하면 태어나는 데에 따라 마음의 청정과 몸의 청정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귀 위에 두고62) 이것을 지송하면 이근(耳根)이 청정해질 것이니라.
아자문으로써 출입식(出入息)을 하며 3시(時)63)에 사유하라.
수행자가 이 때에 능히 지송하면 수명이 길어져 세간에서 오래 살리라.
라자(囉闍)64) 등에게 경애 받기를 원하면 곧 하자문(訶字門)으로써 마땅히 해당되는 사람에게 행하는데,
발두마화(鉢頭摩華)를 수여하고 스스로 상카(商佉)65)
이 때에 비로자나세존께서는 다시 모든 대중들을 관찰하시고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금강수여, 모든 여래의 의(意)에서 출생하여 업희행무(業戱行舞)66)를 행하는 것이니
널리 품류(品類)67)를 펼치고, 4계(界)68)를 섭지(攝持)하여 심왕(心王)에 안주하니 허공과 동등하다.
광대한 견(見)과 비견(非見)의 과(果)69)를 성취하여 모든 성문 및 벽지불, 모든 보살의 위(位)를 출생하며
진언문을 수행하는 모든 보살로 하여금 온갖 바라는 원을 모두 다 만족시키고,
갖가지 업을 갖추어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되게 한다.
61) 심월륜관(心月輪觀)을 가리킨다.
62) 아자를 이근(耳根)에 두고 관상하며 지송하는 것을 말한다.
63) 여기서 3시는 보통 아침·낮·밤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자(字)와 구(句), 그리고 본존을 말한다.
64) 산스크리트로 r ja. 왕(王)을 의미한다.
65) 산스크리트로 a kha. 인도에서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경우에 부는 소라이다. 법라(法螺)를 말한다.
66) 불심업(佛心業)으로부터 생하여 갖가지 희행(戱行)을 하고 갖가지 희무(戱舞)의 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곧 색신을 두루 나타내는 것으로 종류에 따라서 6도의 형상 등이 되는 것이다. 무(舞)라는 것은 갖가지 신변(神變)과 환술로 만드는 일이다.(『대일경소』)
67) 등류법신(等流法身)의 품류(品類)가 많다는 뜻이다.
68) 사계란 지(地)·수(水)·화(火)·풍(風) 계를 말한다.
69) 견과란 세상의 유상행(有相行)에서 오는 행과(行果)를 의미하며, 비견과는 출세간의 무상행(無相行)에서 출생하는 행과를 가리킨다. 불보살의 삼밀묘행은 미묘해서 보고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 행과(行果)를 비견과(非見果)라고 한다.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여라. 내가 지금 설하리라.
비밀주여, 무엇이 행무(行舞)해서 온갖 광대한 성괴(成壞)의 과를 지어내며,
진언을 수지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직접 증득하는가?"
이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수행자는 차례와 같이 먼저 자신의 진실을 행70)하고 앞과 같은 법에 따라 머무르며 바르게 여래를 사념하라.
아자를 자체(自體)로 삼고 아울러 대공점(大空點)을 두어라.
모두 금색으로 단엄하게 하며 네 모퉁이에 금강(金剛)의 표(標)71)를 나타내라.
그 가운데에 일체처존(一切處尊)72)의 부처님을 사념하라.
70) 자심(自心)의 실상(實相)을 관하는 것을 말한다.
71) 삼고금강저(三鈷金剛杵)를 말한다.
72) 대일여래를 가리킨다.
이 모든 정등각께서는 스스로의 진실상을 설하시느니라.
수행해서 의심하거나 걱정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진실한 상이 생하니
마땅히 세간의 모든 중생을 위해서 이익과 즐거움을 얻어야 하느니라.
광대하고 일찍이 없었던 것을 갖추어 마치 환화(幻化)와 같은 구(句)에 머물라.
시작도 없는 때로부터 뿌리내린 무지(無智)가 모든 유정을 핍박하는 것은
수행자가 등인(等引)함으로 해서 모두가 다 사라져 없어지리라.
만약 그 마음의 무상보리심을 관하면 진언의 업을 수지하기 때문에 정(淨)과 비정(非淨)의 과에서 이치와 상응하여
언제나 물들지 않는 것은 연꽃이 진흙에서 나오는 것과 같으니 어떻게 하물며 자체에서 사람 가운데의 존귀한 이가 되지 못하겠는가?
그 때 비로자나세존께서는 또다시 항복사마금강희삼매(降伏四魔金剛戱三昧)에 머무시며
4마(魔)를 항복 받고 6취(趣)를 해탈하여 일체지지(一切智智)를 만족하는 금강의 자구(字句)를 설하셨다.
나마사만다몯다남 아 미라훔캄73)
73) Nama samanta-buddh na a vi ra h kha .
그 때 금강수비밀주 등 모든 집금강과 보현 등의 여러 보살 및 모든 대중들은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어 눈이 활짝 열리자 일체의 살바야(薩婆若)에 머리 조아리며 게송을 읊는다.
이것은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의 세상을 구하시는 온갖 창고라네.
이것에 의해서 모든 부처님들과 세상을 구하는 보살들과 인연각(因緣覺)과 성문(聲聞)께서
번뇌를 물리치시고 능히 가시는 땅마다 두루하게 갖가지의 신통을 일으키시네.
그는 무상지(無上智)와 바른 깨달음의 위없는 지혜를 얻으셨으니
원컨대 널리 이 가르침의 여러 가지 방편과 포상(布想)74) 등 갖가지의 사업을 설해 주소서.
74) 포자(布字)와 관자(觀字)이다. 포자는 몸의 각 지분에 종자를 배포해서 관하는 것을 말하고, 관자는 마음에 종자를 관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대승의 위가 없는 진언행(眞言行)에 뜻을 두고 구하며 법을 보고 안주하는 자는 마땅히 환희주(歡喜住)를 얻으리라.
이와 같이 게송을 읊고 나자 대일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마땅히 잘 듣거라.
한마음으로 등인(等引)에 머물러야 한다.
대금강지(大金剛地)75)의 경계에서 때때로 몸을 내려 가지함은
이 법을 설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로써 보리좌를 나타내느니라.
가장 뛰어난 아자(阿字)의 구절은 대인다라륜(大因陀羅輪)76)이니라.
안팎이 동등한 금강만다라임을 알아야 하며 그 가운데에 모든 것을 사유하라.
이를 설하여 유가좌(瑜伽座)라고 한다.
아자는 제일명(第一命)이며 이것을 인섭(引攝)의 구(句)라고 한다.
언제나 대공점(大空點)77)을 안치하라.
능히 모든 과를 섭수(攝授)하니 수행자는 한 달 동안 금강혜인(金剛慧印)78)을 결하고 3시(時)에 지송하라.
75) 점이 없는 아자(阿字)를 가리킨다.
76) 지륜(地輪)이라는 뜻이다. 아자(阿字)는 지륜을 나타낸다.
77) 아자에 공점을 두면 암(暗)자가 된다.
78) 외오고인(外五鈷印)을 말한다.
무지(無智)의 성을 눌러 허물어뜨리고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되니
천신이나 수라들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자신의 뜻대로 증익(增益)의 사업을 성취하리라.
수행자는 모두 언제나 만다라79) 가운데에서 금색광명(金色光明)의 몸을 만들라.
위에는 발계관(髮髻冠)을 지녔느니라.
정각(正覺)을 이루어 삼매에 머무는데 대금강구(大金剛句)80)라고 한다.
금강과 연화와 칼과 흰 거위와 금과 땅과 진타마니보(眞陀摩尼寶)의
이와 같은 등의 많은 기물을 대인다라(大因陀羅)로 관상하여 모든 실지를 이루어야 한다.
지금 섭지(攝持)81)의 법을 설하겠노라.
79) 여기의 만다라는 지륜만다라(地輪曼茶羅)이다.
80) 방단(方壇)으로 된 주처라는 뜻이다. 금강이란 지륜으로 아자정보리심지(阿字淨菩提心地)를 의미하고, 구는 주처라는 뜻이다.
81) 온갖 장애를 물리치고 공덕을 섭지(攝持)한다는 뜻이다.
모두는 한마음으로 들어라.
수행자는 하나의 연(緣)으로 여덟 봉우리의 미로산(彌盧山 : 수미산)을 관상하라.
위에 묘연화를 관하고 금강의 지인(智印)을 세우라.
유가자(瑜伽者)의 위에 자문(字門)과 위엄의 불빛이 있다.
그것을 머리에 두어 잘 머물게 해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백전소지(百轉所持)82)의 약을 수행자가 이를 복용하면
선세의 업에서 생기는 병들을 이들83)이 모두 치유하여 없애리라.
불자여, 마땅히 다시 들어라.
제일(第一)의 바자문(嚩字門)은 눈이나 젖과 같은 상카색(商佉色)이니라.
자신의 배꼽에서 선명하고 흰 연화대를 일으켜 그 안에 머물라.
심히 깊고 고요한 선정으로 가을 저녁의 흰 달빛과 같다.
이와 같은 만다라84)는 모든 부처님들께서 희유하다 하시느니라.
순수한 흰색의 윤원(輪圓)이 아홉 겹85)을 이룬다고 사유하며 자욱한 안개 가운데 머무르며 온갖 열뇌를 제거하라.
82) 아(惡 : a )자로써 백 번 가지한다는 뜻이다.
83) 이들이란 아(阿, a)·아(阿, )·암(暗, a ),·아(惡, a )의 네 종자자를 가리킨다.
84) 수륜만다라(水輪曼茶羅)이다.
85) 윤원(輪圓)이란 달을 가리키며, 아홉 겹이란 월륜(月輪)이다. 이것은 9식(識)을 가리킨다.
깨끗한 젖[乳]이 주만(珠鬘)이나 수정(水精) 및 달빛과 같이 두루 널리 흘러 들어가 모든 곳을 가득 채운다고
수행자가 마음에 사유하면 온갖 장애와 독에서 벗어나리라.
이와 같이 원단(圓壇)에서 등인(等引)하여 성취하라.
유(乳)와 낙(酪)과 생소(生酥)와 숙소(熟酥)86)와 파지가(頗胝迦)87)와 주만(珠鬘)과
우수(藕水) 등의 모든 것들은 차례에 따라서 실지를 성취하리라.
86) 다섯 종류의 우유 맛 가운데 네 가지를 들었다. 즉 유미(乳味, k ra)·낙미(酪味, dadhi)·생소미(生酥味, navan ta)·숙소미(熟酥味, gh ta)를 열거하였으며, 제호미(醍醐味, sarpirma a)가 빠졌다. 다섯 종류의 맛은 소의 젖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차례대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맛이다. 여러 경론에서는 이것을 사용하여 사람의 근기나 교법의 차별과 차례를 설하는 데 사용한다. 예를 들면 『북본대반열반경(北本大般涅槃經)』 10권에서는 성문(聲聞)은 유(乳), 연각(緣覺)은 낙(酪), 보살은 생소(生酥)·숙소(熟酥), 불세존은 제호와 같다고 비유하였다.
87) 산스크리트로 spha ika, 팔리어로 phalika. 7보 가운데 하나로서 의역하면 수옥(水玉)·백주(白珠)·수정(水精)이라 한다. 또는 파리(玻璃)·파려(玻瓈)·파지(頗胝)·파치가(頗置迦)·파치가(破置迦)·살파지가(薩頗胝迦)·사파치가(娑婆致迦)·새파치가(塞頗致迦)·솔파치가(窣坡致迦)라 음역한다. 그 성질은 밝고 깨끗하며 두루 통하는데, 자(紫)·백(白)·홍(紅)·벽(碧) 등 여러 가지의 색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홍색(紅色)과 벽색(碧色)을 가장 진귀한 것으로 치며, 자색(紫色)과 백색(白色)은 그 다음이다.
마땅히 한량없는 수명도 얻을 수 있고 뛰어나고 특수한 몸을 응현하며
온갖 근심을 제거하여 없애니 천신과 사람들이 모두 공경하리라.
다문(多聞)으로 총지(總持)를 이루고 선혜(善慧)로 깨끗하여 더러움 없도다.
이로 말미암아 성취를 이루고 빠르게 실지의 과를 증득하리라.
이것을 적재자(寂災者)의 길상만다라(吉祥漫茶羅)라고 한다.
제일(第一)의 섭지상(攝持相)은 대공점(大空點)을 써서 안치하라.88)
라자(囉字)는 뛰어나며 진실하기에 부처님께서는 화(火) 가운데 상(上)이라고 설하신다.
지은 바의 온갖 죄업은 무택(無擇)89)의 과보를 받아야 하지만
유가를 잘 수행하는 자는 등인(等引)하여 모두 없애느니라.
88) 라(囉, ra)자 위에 대공점이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화륜만다라(火輪曼茶羅)의 종자이다.
89) 빈부 귀천을 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머무는 바의 삼각형은 열의(悅意)로써 두루 붉은색이며 고요하여
두루 불꽃처럼 너울대는데 삼각을 그 중심에 안치하느니라.
상응(相應)하여 그 가운데에 라자(囉字)의 대공점을 관하라.
지혜로운 자는 유가와 같이 이것으로 온갖 사업을 성취하리라.
일요(日曜)의 모든 권속과 온갖 화(火)를 소작함과 섭취(攝取)와 원대(怨對)를 발함과 온갖 지분(支分)을 사라지게 함의
이와 같은 것들로서 해야 할 것들을 모두 지화륜(智火輪)에서 하느니라.
하자(訶字)90)는 제일실(第一實)이다.
90) 하(訶 : ha)자는 풍륜만다라(風輪曼茶羅)의 종자이다.
풍륜(風輪)이 생하는 바이며 또한 인업(因業)의 과(果)와 더불어 모든 종자(種子)가 증장하느니라.
그 모든 것을 부수는 데에는 모두 대공점을 써야 한다.
지금 그 색상을 설하노라.
짙은 검은색으로 크게 위덕이 있으며 매우 분노한 형태를 나타내 보이고
불꽃 같은 머리털이 널리 두루하며 만다라 위에 머무느니라.
지혜로운 자는 두 눈썹 사이에 진한 청색의 반월륜을 관상하라.
바람에 움직이는 깃발의 모습이 있으며 그리고 그 가운데에 가장 뛰어난 하자문(訶字門)을 관상하라.
그 만다라에 머물러서 거기에 따른 사업을 성취하며 온갖 의리(義利)를 지어서 모든 중생들에게 응하여 나타나라.
이 몸을 버리지 않고서 신경통(神境通)을 체득하고 대공위(大空位)에 노닐어 다니며
이로써 신비밀(身秘密)을 성취하느니라.
천이(天耳)와 천안(天眼)이 청정하여 능히 깊은 비밀의 처(處)를 열며 이 일심의 단에 머물면서 이로써 많은 사업을
성취하리니 위대한 명칭의 보살이 비로소 보리도량에 안주하여 마군의 군중들을 항복시키느니라.
이러한 모든 인(因)은 얻을 수 없으며 인(因)은 성품도 없고 결과라 할 것도 없기에 이와 같은 업도 생겨나지 않느니라.
그 세 가지는 성품이 없기에 공의 지혜를 획득한다고 대덕정변지(大德正遍知)께서 그 색을 널리 설하셨느니라.
카자(佉字)91)와 공점(空點)은 존귀하고 뛰어난 허공의 공이니라.
아울러 혜도인(慧刀印)을 수지하면 소작(所作)이 빨리 성취되는데 법륜(法輪)92)과 견삭(罥索)93)과
칼가(▩伽)94)와 나자차(那刺遮)95) 그리고 모가라(目竭嵐)96) 등으로서 오래지 않아 그 구(句)를 성취하리라.
91) 허공만다라의 종자이다.
92) 부처의 가르침을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윤보(輪寶)에 비유한 것이다.
93) 산스크리트로 p a. 5색으로 엮은 밧줄로서 한쪽 끝에 환(鐶), 다른 끝에는 반독고저(半獨鈷杵)를 붙인 것이다. 원래 무기나 수렵용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밀교에서는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을 항복시킨다는 뜻에서 사용한다. 또는 견색은 주옥(珠玉)을 잇는다는 밧줄의 뜻으로 양끝에 구슬을 매단다.
94) 산스크리트로 kha ga이며, 갈아(竭■)라고도 한다. 의역하면 도(刀), 검(劍)이다. 성취를 기원하는 데 사용되는 일곱 가지 법구 가운데 하나이다.
95) 산스크리트로 drugha a. 추(椎)를 말한다.
96) 산스크리트로 mudgara. 밀교 법구의 하나이다. 낫[鎌]을 가리키며, 칼이나 창처럼 무기류에 속한다. 음역하여 모날아라(母訥■囉)·몰아라(沒蘗藍)라고도 한다.
이 때에 비로자나세존께서는 대중의 모임을 관찰하시고 집금강비밀주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진언문에서 수행하는 모든 보살들이여,
아자(阿字)를 자신으로 삼아서 안팎을 모두 동등하게 하라.
온갖 뜻과 이익97)을 모두 버리고 금과 보배를 조약돌과 같게 여겨라.
여러 가지 죄업 및 탐냄과 성냄 등을 멀리 떠나라.
모든 불모니(佛牟尼)처럼 마땅히 청정함을 모두 갖추어 능히 온갖 이익이 되는 일을 행하고 모든 허물을 여의어라.
또다시 바자(嚩字)98)에서 행자는 유가에 의하여 작업의 의식을 잘 알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자 하기에 내신(內身)99)의 구세자(救世者)이니라.
97) 제법(諸法)을 평등하게 본다는 뜻이다.
98) 산스크리트로 va.
99)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의 6근(根)이 내신(內身)에 속한다.
모든 것이 다 이와 같이 심수(心水)가 모두 충만하여 결백함이 눈이나 젖과 같으니라.
마땅히 분명한 뜻을 일으켜 모든 몸에서 흘러나와 모든 모공에 두루 편재하면 흘러 들어가서 극히 청정하며
이 안에서부터 가득 차 두루 대지를 채운다.
이 비민수(悲愍水)로써 세간의 고통받는 중생들이, 이를 마시는 모든 자와 또한 몸으로 접촉하는 자는
모두 다 결정코 보리를 성취하게 되리라고 관100)하며 사유해서 등인(等引)에 머물면
모든 라자문(囉字門)으로 바퀴처럼 둥근 광채를 내어서 적연히 두루 비추리라.
유기(瑜祇)101)의 빛이 밖으로 퍼져나가 어느 곳에서나 편만하여
세간을 이롭게 하고자 함에 따라서 수행자는 신통을 일으키느니라.
100) 또한 그 몸으로부터 흘러나와 모든 중생들의 몸에 두루 하여 극히 깨끗하게 가득 채우느니라. 또한 다시 흘러가 대지를 채우느니라. 마땅히 알라. 이것은 바로 비밀의 해석 중에서 대자비수라고 헤아리느니라. 세간의 심한 열뇌를 관하고 이를 이익되게 하고자 하기에 능히 마시거나 닿게 해서 온갖 질병을 없애고 반드시 무상보리를 얻게 하니, 이 물은 감로와 같으니라.(『대일경소』 12권)
101) 요기로서 수행자라는 뜻이다.
몸 위에 라자문(囉字門)이 있고 바자(嚩字)는 배꼽 가운데에 있느니라.
불을 내고 비를 내려 동시에 응현(應現)하여 지옥의 극한 고통이라도 라자는 능히 사라지게 하며
바자는 치성한 불길을 잠재우니 진언법에 머물기 때문이니라.
라자를 하신(下身)으로 하고 하자(訶字)102)를 표치로 삼으며 작업을 빨리 성취하여 무거운 죄의 중생을 구제하라.
대인다라(大因陀羅)에 머물러 수룡(水龍)의 사업을 행하라.
온갖 것을 거두고 빼는 것 등을 진언자는 의심해서는 안 되느니라.
풍(風)은 어느 곳이나 편재하여 모든 것을 다 열고 무너뜨린다.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인 각각의 온갖 사업을 색만다라(色漫茶羅)103) 중에서 법대로 행하라.
102) 산스크리트로 ha.
103) 반원형의 단으로 반월형은 풍대(風大)를 나타낸다. 풍대는 흑색을 띠기 때문에 색(色)이라고 한다.
심장에 대고서 염송하여 지니면 의근(意根)의 청정을 체득할 것이며
경거(輕擧)104)를 익히는 경행(經行) 중에 지송하면 신족(神足)을 얻으리라.
자리에 앉아서 아자를 관하는데 귀에 있다고 관상하라.
염송하고 지녀서 한 달을 채우면 마땅히 이근(耳根)의 청정을 획득하리라.
"비밀주여, 이와 같은 것들이 의생실지(意生悉地)105)의 구이다.
비밀주여, 이것을 관하는데 모습과 색이 없으며,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온갖 행이 사념할 때에 생겨나며,
곧바로 이를 전송(轉誦)하면 능히 이와 같은 온갖 선업의 종자를 지을 수 있느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여래는 짓지 못하는 것이 없으므로 진언문에서 수행하는 모든 보살들에게 동시에 영상으로
온갖 장소와 온갖 진언심(眞言心)에 수순하여 모두 그 앞에 나타나시어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모두 환희하게 하신다.
이것은 모두 여래의 분별을 초월한 뜻이 온갖 경계를 여의었기 때문이니라.
게송을 읊는다.
시(時)106)와 방(方)과 조작이 없고 법과 비법을 떠나지만
능히 실지의 구를 수여하는 것은 진언행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일체지(一切智)의 여래 실지(悉地)의 과는
가장 존귀하고 뛰어난 구(句)라고 하며 마땅히 성취를 이루어야 하느니라."
104) 경거(輕擧)는 신통으로 가볍게 오르는 것을 말한다. "이 자(字)를 관하면서 경거를 행한다. 경거상은 곧 능히 몸을 들어 공중에 올라 갖가지 신족을 내는 것이다. 혹은 앉아서 아자가 귀 속에 있다고 관상하며 이 자로써 출입하여 소리를 듣는 즉 천안통을 얻는 것이다."(『대일경소』 12권)
105) 의원성취(意願成就)와 같은 뜻이다.
106) 시(時)란 길흉(吉凶)의 시를 말하며, 방(方)이란 사방과 4유(維)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