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조명과 화려한 드레스 그리고 눈부신 플래시 불빛. 스타들이 가는 곳은 언제나 멋진 그림과 뉴스거리로 넘쳐난다. 다음날 아침이면 많은 여성들이 어제 포토월에서 그녀의 몸매를 돋보이게 했던 드레스와 손에 들렸던 클러치백 그리고 아찔한 킬힐을 검색하며 ‘나도 저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실현 불가능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패셔니스타, 에지녀, 신상녀 같은 신조어는 잘나가는 연예인을 증명하는 단어가 된 지 오래. 언제부턴가 ‘스타=패션’이라는 공식이 당연하게 여겨져왔다. 반면 연예인의 사회공헌은 아직 우리 사회에 자리잡지 못한 듯하다. 그래도 션-정혜영, 차인표-신애라 부부나 문근영, 김장훈처럼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회활동은 그 역사가 조금 더 오래되고 규모도 크다. 유엔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수입 1/3 가량을 기부한다는 안젤리나 졸리처럼 말이다. 사회공헌에는 기부 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는데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토요타 프리우스나 혼다 FCX 등 저공해차들이 사랑받기 시작했다. 자신의 연료비 아끼는 것이 어떻게 사회공헌인가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간 수십~수백억을 버는 사람이 연료비 아깝다며 소형차를 탈 리 없다. 이들의 영향으로 저공해차 판매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프리우스는 단순히 하이테크를 활용해 연비를 높인 차를 넘어 하나의 친환경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첨단 전자기기 느낌의 계기판
증기기관과 함께 시작되었던 산업혁명은 휘발유 엔진을 통해 자동차라는 엄청난 발명품을 낳았다. 사람과 많은 화물을 빠르게 운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달리는 행위 자체를 쾌락으로 바꾸어 놓은 매력적인 기계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해물질은 자연을 조금씩 좀먹어왔고 국제적으로 CO2 배출을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돌연변이 모델이 바로 토요타가 1997년 선보인 프리우스다.
미국과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프리우스는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겼고 누적판매대수도 100만 대를 넘어섰다. 디젤 엔진이 득세하는 유럽에도 진출해 지금은 전체 판매의 10% 가량을 이곳에서 팔고 있다. 국내에 수입된 것은 최신예 3세대 프리우스. 현재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첨단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사실 초대 프리우스는 역사상 최초의 하이브리드라는 장점과 연비로 주목받았지만 스타일이 멋진 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독특한 삼각형 보디라인에 해치백을 얹은 2세대를 지나 3세대는 더욱 멋진 외모로 바뀌었다. 미국과 일본이 세단 선호도가 높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해치백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2세대의 성공 때문. 그 보디라인을 프리우스의 상징으로 정한 것이다. 뾰족하게 바뀐 헤드램프는 닛산 370Z를 연상시키는 화살촉 형태. 첫인상을 보다 강하게 심어주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과감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칼로 과감하게 도려낸 듯한 앞뒤 범퍼의 수직라인이 날렵한 모노볼륨 보디라인과 어울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이미지를 풍긴다. 고객층이 노령화되는 것을 막고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시보드 중앙에 멀찍이 배치한 계기판은 완전 디지털 방식. 이 차가 첨단제품임을 암시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도로에서 최대한 눈을 떼지 않고도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엔진과 모터, 동력과 전기의 흐름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눈에 쏙쏙 들어온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 달린 동그란 스위치는 아이팟 클릭휠처럼 손가락만 대면 계기판에 그래픽이 떠(터치 트레이서) 정확한 조작을 돕는다. 실내공간은 준중형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해치백 구성인 기본 상태에서도 골프백 4개가 들어가고 뒷좌석을 접으면 훨씬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인테리어는 검은색과 밝은 베이지색 두 가지가 있는데 때를 타 관리가 조금 어렵더라도 밝은색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프리우스의 핵심 eCVT
하이브리드카는 엔진과 모터를 동력원으로 쓰고,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효율을 높인다는 점이 특징.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구동계의 배치와 동력배분 방식 등 많은 차이가 있다. 프리우스 최대의 특징이자 경쟁 하이브리드들과 차별되는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프리우스 프로토타입은 엔진과 모터 그리고 무단변속기(CVT)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병렬 구성이었다. 하지만 양산형에서는 벨트식 CVT가 사라지고 eCVT라는 기구가 달렸다.
전통적인 무단식 변속기를 대신하는 eCVT는 유성기어를 사용하는 구동력 배분장치에 엔진과 두 개의 모터가 결합된 형태. 재미있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변속기구나 토크 컨버터가 없다는 점으로 ‘하이브리드 트랜스액슬’로도 불린다. 2개의 모터 중 하나의 회전수를 바꾸어 기어비를 조절하기 때문에 엔진회전수를 고정한 상태에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엔진+모터 혹은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EV 모드 등 구동방식 선택도 자유롭다.
eCVT 덕분에 프리우스의 시동은 그 어느 차보다도 조용하다. 시동키를 돌리면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초록색 사인이 들어온다. 아무런 소리도, 진동도 느껴지지 않아 순간 당황하지만 오락기 조종간 같은 짧은 시프트 레버를 D로 움직이고 액셀을 밟으니 스르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속도가 어느 정도 오르기 전까지 프리우스는 완전한 전기차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부르릉’ 하고 엔진 시동이 걸린다.
액셀 조작에서 느껴지는 엔진의 힘은 그리 풍족하지 않다. 1.8L 엔진이라고 해도 효율에 우선한 앳킨슨 사이클(압축비보다 팽창비가 크다)이어서 출력 99마력에 토크 14.5kg·m로 아반떼 1.6 VVT보다도 빈약하다. 하지만 모터가 힘을 보태기 때문에 운전자가 느끼는 것과 달리 속도계 바늘은 꽤 활기차게 움직인다. 엔진과 모터가 함께 만들어내는 시스템 출력은 136마력.
반면에 서스펜션은 토요타 특유의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세팅이어서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있다. 프리우스를 사는 사람은 스포츠주행이 아니라 29.2km/L에 이르는 연비와 km당 CO2 배출량 80g에 불과한 친환경성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냥 타고 다니는 것만으로 환경을 개선한다는 평가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은 자동차를 과시용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 수준도 낮은 편. 더구나 세금감면 이외에 보조금 지급이 없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력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고효율 자동차로 지구를 지킨다
토요타는 에스티마와 크라운, 알파드, 하이랜더, 캠리는 물론 렉서스 LS600h와 RX450h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며 이 분야 선구자이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물론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프리우스가 있었다. 국내에 처음 공식 수입된 3세대 프리우스는 ‘세계 최고 하이브리드 성능’을 목표로 삼아 선두 질주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배기량 큰 고급차로 자신을 과시하던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프리우스는 친환경 아이콘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가벼운 의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나 할까. 바로 에지 있게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