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생각에
백천 김판출
언제나
임의 모습은
고귀한 한 송이
백합이었습니다
임의 가슴에
내 얼굴을
묻게 하시고
작은 내 영혼을
평안께 하시던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언제나
자혜로우신
사랑이셨습니다
생전에는
효도가 뭔지도
모르던 불효자식은
지금에야
목놓아 불러봅니다
철들어 눈 뜨고
효도하려 했을 때는
임은 이미
천국에 가실
준비를 하셨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목놓아 불러도
소용이 없고
가슴을 찢어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립고도
그리운 어버이날
임인년 하늘에는
먹구름만 두둥실 떠 있습니다
임인년 어버이날 백천 삼가 씀
=========
카네이션
김판출 자작시
사랑과
감사의 마음 담아
빨간 카네이션을
꽂아 드릴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신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하다못해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아직 살아 계신 사람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요!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다 내 곁에 없어
이제는
내가 다가가
안길 품속이
내 곁에는 없습니다
금년은
어버이날임에도
거리에 카네이션
꽃 단 사람이 더 무네요
코로나 19의
영향인가 봅니다
희망의 5월
밝고 화창한 햇살 속에
빨간 카네이션
가슴에 단 어머님들이
해마다 거리마다 넘쳐나더니
오늘은
왠지 내게
슬프고도 슬픈 날입니다
경자년 어버이날 백천 삼가씀.
===========
그리운 내 어머니
백천 김판출
손끝에 물 마를
날 없이 고생하시며
날 낳으신 내 어머니
입안에 밥
들어갈 시간도 없이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주신 그 크신 은혜
이제는
갚을 길 없어 하늘만
바라보며 불러봅니다
열 달 동안
뱃속에 고이 품어
당신의 생명은
돌볼 겨를도 없이
낳으시고 먹이시고
입히시고 가르치시고
배고플까
추울까 더울까
손과 발이 다
닳아 문드러져도
괴롭고 아프신 삶
내 색도 않으시고
무거운 짐
머리에 이시고
나를 업고
논과 밭일 다 하시고
아프면 내 탓인 양
밤새 괴로워하시고
업고서 병원 찾아
십 리 고갯길 달리시고
자식 위해 흘린 눈물
어찌 다 말로 하리까
온갖 고생 다 하시며
밤낮으로 애쓰시며
잠 못 이루시고
자식 잘되기만을
하늘에 비신 내 어머니
맛있는 것은
당신은 배부르다
생각 없다시며
먹이시던 가엾은 내 어머니
검은 머리
하얗게 변하고
고운 얼굴
주름으로 덮어
버린 내 어머니!
굽어진 허리
툭툭 불거진 손가락
살며시
내 손 잡아 주시던
투박한 당신의 손길
자식 걷는 길은
꽃길만을 소망하시고
흐르는 강에
징검다리 되어 주시고
흔들리지 않는
기둥으로 내 자식
안과태평 기원
하시던 내 어머니!
살아도 쓸모없고
죽어도 아깝지
않다던 내 어머니를
그렇게
홀연히 보냈습니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그 이름은
내 어머니!
콩 심고 팥 심고
사랑도 심고
동네방네
인심도 다 심으시고
오직 하나 내 자식
밖에 나가 기죽지
말리시던 내 어머니
백리 길을 가도
천리 길을 가도
당신은 지금도
나의 크나큰 그늘이십니다
가물어도
가물어도
가물지 않는
큰 강물입니다
하늘이
그냥 높을 리 없고
바다가 그냥 깊을
리 없음을 느낍니다
어머님은 너무
높아 닿을 수 없고
그 깊이는 너무
깊어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부모 되어도
당신의 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신축년
어머님 기일날
아들 손자 손녀
며느리 다 모여
삼가 맑은 술
따러 올립니다
두루두루
흠향하시옵고
오르내리시며
보살펴 주시옵소서.
신축년 음 11월 18일 어머님 기일날 (양력 2021년 12월 21일)
백천 삼가 씀.
``
=======
어버이날의 단상(斷想)
시/ 백천 김판출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간다는데
부모님의 그늘
그 그늘이
생전에는 얼마나
짙고 넓은 지를
몰랐습니다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도 빛나는
부모님의 은혜
그 은혜를
갚고자 하나
님은 이미
내 가슴에
별 하나 남기시고
머나먼 어둠이
되셨습니다
뿌리 없는
나무 어디 있으며
샘 없는 물줄기
어디 있으리까
부모님 없이
내 어이 태어나
대명천지 밝은 세상
관조하며
즐길 수 있으리까
하늘이 있고
땅이 있듯이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듯이
대대로 만남 중에
가장 큰 인연은
부모님과의
인연이 아니리까?
내가
위험에 처할 때
어느 누가 있어
자기 목숨 던지며
뛰어들 수 있으리까
형제도 필요 없고
친구도 필요 없고
오로지 오로지
부모님밖에는 없습니다
2021년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김판출 삼가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