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확산 아니면 수렴이다. 사건은 닫힌계에서 일어나므로 에너지는 수렴된다. 일방작용은 확산이므로 방향성이 없지만 상호작용은 수렴이므로 방향성이 있다. 수렴 그 자체가 방향성이다. 에너지라는 말 자체가 방향성을 반영한다. 운동에너지는 에너지의 이차적 작용이고, 위치에너지가 진짜 에너지이며 위치가 있다는 말은 방향성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일방작용으로 이해하려 들지만 진화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사자의 이빨, 호랑이의 발톱, 코끼리의 힘, 치타의 속도와 같이 무언가 독특한 무기를 플러스 하면 살아남는다. 그런 플러스 요인을 찾으려는 관점은 일방작용이다. 그러나 인간은 털을 잃고 대신 땀을 흘려서 지구력을 얻었다. 인간은 털을 잃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기를 얻은 종은 환경변화에 멸종하고 무언가를 잃어먹은 종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다. 마이너스 관점을 얻어야 한다.
상호작용 - 마이너스 - 방해자의 제거
일방작용 - 플러스 - 무기의 획득
짝사랑은 일방작용이라 방향이 없다. 뚱뚱해도 좋고, 돈을 잘 벌어도 좋고, 키가 커도 좋고, 얼굴이 예뻐도 좋고 하나만 맘에 들면 된다. 내가 좋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결혼은 상호작용이므로 까다롭다. 대머리라서 안돼. 키가 작으면 안돼. 돈을 못 벌어서 안돼. 얼굴이 아니라서 안돼. 짝사랑은 하나만 좋으면 성립되고 결혼은 하나만 안 맞아도 깨진다. 구조론의 입장과 학계의 입장이 갈리는 지점이다. 근본적인 시선의 차이다.
진화를 종의 일방작용으로 볼 것인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볼 것인가? 구조론의 결론은 상호작용이다. 생태계에서는 하나만 안 맞아도 아웃이다. 소년이 격투기를 배운다면 태권도, 유도, 주짓수, 권투, 합기도, 태껸 기타등등 배울 것은 다 배우는 점에서 플러스다. 챔피언이 방어전을 한다면 잘 하는 것 위주로 해야 한다. 타자는 타격폼 건드리다가 망하고 투수는 투구폼 뜯어고치다가 망한다. 실수를 줄여야 이긴다. 버릴 것을 버리고 남길 것을 남긴다.
대부분의 종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갈 데까지 가 있다. 치타는 한계까지 속도를 내고 코끼리는 최대한 몸집을 키웠다. 코끼리가 거기서 몸집을 더 키우면 무릎관절이 망가진다. 작은 구덩이에 빠져서 못 나온다. 모든 종은 환경 안에서 챔피언이므로 더 이상 플러스가 불가능하다. 호날두만 해도 맨체스터로 팀을 옮기더니 냉장고에 있는 간식과 음료수를 다 치워서 다른 선수들이 뿔났다고 한다. 챔피언은 마이너스다. 이것 저것 하지 마라는게 많다.
늑대는 더 진화하지 않는다. 늑대의 서식환경이 극한이기 때문이다. 북극의 북쪽은 없다. 늑대는 그 환경에서 챔피언이다. 물론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진화할 수도 있다. 개는 계속 진화한다. 개는 인간을 길들여 놓았으므로 인간의 변화에 따라 개도 변한다. 개는 서식환경이 극한이 아니다. 개는 그 환경의 챔피언이 아니다.
종은 조절장치가 망가지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진화하므로 영원한 진화는 없고 갈데 까지 가면 멈춘다.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겉보기로는 없던게 생기니까 진화가 플러스라고 생각되지만 유전자로 보면 마이너스다.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의 수는 수학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변이의 자원을 소진하면 고갈된다. 코끼리의 코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건 아니다. 코는 순식간에 길어졌고 중간 크기의 코도 있는데 멸종했고 다시 짧아진 것은 없다. 하마가 물 속으로 들어간게 고래다. 고래가 다시 육지 위로 기어오르는 일은 없다. 다리를 만드는 유전자가 망실되었기 때문이다. 비가역적으로 망가져서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
진화가 한 방향으로 가므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슴 종류는 뿔이 커져서 죽을 맛이다. 그게 생존에 도움이 되는건 아니고 어쩌다가 일이 꼬여서 갈 데까지 가버린 거다. 이상한 진화가 있을 경우 학계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맹장도 뭔가 도움이 되는게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사실은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방해자가 없으면 그냥 놔둔다. 진화가 합리적인게 아니고 환경이 깎아먹어서 합리화 되는 것이다. 기업이 합리적인게 아니고 경쟁업체가 깎아먹어서 출혈경쟁 끝에 합리화 되는 것이며 경쟁이 없으면 기업은 비합리적으로 된다.
조절장치가 망가지는 형태로 진화가 일어난다. 최홍만이 키가 커진 것은 성장 호르몬 조절장치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종은 원래 환경을 읽어서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변이를 막는 차단장치도 존재한다. 변이는 열성이므로 보통은 변이를 일으키다가 죽는다.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대멸종이 일어나고 대멸종 직후에 포식자가 사라진 양호한 환경에서 열성인자가 살아남아 극적으로 진화한다. 이때 양의 피드백으로 폭주하며 단시간에 미친듯이 진화한다.
원래 노랑머리 백인은 없었는데 빙하가 후퇴하면서 빈 땅이 생기자 미친듯이 진화하여 단시간에 노랑머리가 만들어졌다. 빨강머리는 노랑머리에서 좀 더 나갔기 때문에 그 마이너스를 관찰하면 머리카락 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손실을 찾을 수 있다. 빨강머리에 대한 편견이 생겨난 이유다. 한국인 중에도 머리칼이 검붉은 사람이 있는데 백인의 빨강머리 편견과 공통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유전자는 하나만 변해도 많은 부분이 모듈 단위로 변하기 때문이다.
환경과 밀착한 종이 멸종 확률이 높다. 인간의 조상은 나무를 못 타는 원숭이였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물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간 고래는 바다가 사라지는 환경변화가 일어날 때 멸종한다. 물속으로 반쯤 들어간 하마는 육지가 사라져도 고래로 변하여 살아남는다. 시계의 태엽이 풀린 정도를 보고 언제 시계가 멈출지 알 수 있듯이 환경과 밀착한 정도를 보고 종의 멸종확률을 알 수 있다.
진화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변화를 상호작용으로 보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육상경기가 아니라 구기운동이고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이다. 유전자 혼자 뛰는게 아니라 환경과 2인삼각으로 달리는 것이다. 보조를 잘 맞추는 조합이 이긴다. 생물의 진화원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모든 영역에 연역된다. 일방작용으로 보면 이재명, 윤석열 둘 다 숱한 구설수로 낙마해야 하는데 상호작용이므로 아직 생존해 있다. 후보가 변해야 할 뿐 아니라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