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협동조합 ‘동네부엌’ 박미현 대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마을에는 반찬 걱정을 하던 8명의 워킹맘들이 모여서 만든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이 있다. 일을 하다 보니 따로 간식이나 저녁을 챙겨주기가 어렵다는 점과 아이들에게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좋은 먹거리를 먹이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창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조합을 결성한 사업자들이 주체가 되어 회사를 공동 소유하고 운영하며, 발생한 이익금은 출자금에 따라 배당금을 받게 되는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출자액에 상관없이 조합원이 동등한 결정권을 갖는다.
‘동네부엌’은 2003년 11월 문을 열어 올해로 10년째가 된다. 그 당시 함께 출자한 8명 중 영양사로 일하고 있던 박미현(49) 씨가 대표를 맡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날 촬영은 박미현씨가 일하는 한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이루어졌다.>
“동네부엌은 동네 엄마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됐어요. 마을에서 10년 넘게 공동육아를 하면서 친해진 엄마들이 다 맞벌이였거든요. 어느 날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친환경 유기농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만들면 어떨까?’하고 화제가 진행됐죠. 그리고 이야기는 급진전하며 ‘생협을 이용해 누군가가 반찬을 해줬으면 좋겠다’, ‘반찬공급소 같은 걸 만들면 어때?’, ‘그럼 누가 진두지휘하지 하지?’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우리가 시범삼아 한 번 해보자!’하게 된 거죠.당시 저는 회사생활로 굉장히 지쳐있을 때였거든요. 영양사였던 제가 총대를 메게 됐죠.”
박 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16년 동안 한 중소기업에서 영양사로 일했다. 한 사업장에 파견되면 2,500명의 급식을 책임지고, 전체적인 경영과 기획을 맡아서 하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일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책임 경영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다. 위탁급식의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는 탓에 재계약 시기마다 부담 또한 컸다. 결정적으로 아이가 태어난 후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면서 영양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육아를 할 수 없어서 청주에 있는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겼었어요. 그런데 이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대안을 찾다가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을 만들게 되었어요. 15년 전의 일이니 지금처럼 협동조합이 활발한 때도 아니었죠. 그렇게 아이를 데려오니 자연스럽게 유기농, 유정란 등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활동도 하게 되더라고요. 헌데 막상 회사에서 하는 일은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 단체급식이나 위탁급식에선 되도록 저렴한 재료를 사서 음식을 만들었거든요. 사회에서의 식품 오염에 대한 생각이 자연히 많아지게 되면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옳은 일인지, 스스로에 대한 물음부터 일에 대한 자부심 상실이라 할까요? 직업적인 회의가 들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7명이 500만 원씩 출자하고, 박 씨가 1,000만 원을 보태 ‘동네부엌’이 만들어졌다. 또 고정 회원을 하겠다는 50가구가 확보된 후부터는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 바로 유기농 반찬가게라는 점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원자재 가격이 높다보니 수익이 낮아지고,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일반사람들에게까지 미치지 않을 때라 매출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05년 인근 대안학교의 급식을 맡게 되면서 사업에 안정을 찾고, 2007년엔 서울시에서 ‘여성경영자금’을 지원받아 회사를 확장 이전하게 됐다.
<자신의 일로 좋은 먹거리를 알리고 있는 박미현 대표>
“초창기보단 사업이 안정됐지만, 아무래도 유기농으로는 운영이 쉽지 않아요. 영리가 목적이었다면 사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충분히 수익을 챙겨가지 못하더라도 일자리를 계속 여성들에게 만들어주고, 그 일자리를 같이 유지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만족하고 있어요. 또 ‘동네부엌’을 운영하면서 제 스스로가 굉장히 발전하고 강해졌어요. 그게 재산이 아닐까요?”
박 씨는 ‘동네부엌’을 운영하면서 주식회사 ‘코노니아’라는 식품업체를 4년째 같이 운영하고 있다. ‘코노니아’는 ‘대학교에서도 좋은 먹거리를 먹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회사로, 친환경 식재료로 김밥이나 샌드위치, 브리또(Burrito) 같은 1일 식품을 제조해 대학교 생협 매장에 납품한다.
이렇듯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 씨는 좋은 창업아이템이 있다면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협동조합으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서로에게 배울 점도 많고, 의지가 되어 사업체를 잘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고 운영의 신속함이 떨어질 수 있지만, 운영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이 있어요. 앞으로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내 아이가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거예요.”
글,사진 문은정 전문리포터
등록일 2013.06.26
※출 처 :위민넷(http://www.women.go.kr)
옮긴이 : 취업설계사 - 조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