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 '61%의 확률' NBA는 저만의 꿈이 아니었습니다

[이코맨]

2022. 04. 29

안녕하세요. 농구선수 이현중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는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왔습니다. 산타바바라의 한 에어비앤비에서 농구와 웨이트 훈련을 하며 다음 스텝을 밟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제 개인 계정을 통해 NBA 도전을 밝혔어요. 오랫동안 품어왔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설레기도 하고, 홀가분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글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굿바이! 와일드 캣츠! 

학교를 떠나 NBA에 도전하는 과정까지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는 밥 맥킬롭 감독님을 설득하는 일이었어요. 처음에 도전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많이 놀라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만 해도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해서인지 제 의사를 받아주지 않으셨죠.

하지만 저는 확고했어요. 도전해보고 싶었죠. 아무래도 병역 의무도 있다 보니 저는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를 믿어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말씀드리기도 했고요. 결국 4번째 미팅에서 감독님도 제 의지를 인정해 주셨어요. 그제야 “이왕 하는 거 다치지 말고 재밌게 해”라고 격려해 주셨죠.

그렇게 학교 숙소를 떠날 준비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실감이 잘 안났어요. 잠시 떠나 있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친구들과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식사를 하고, 교수님과 코치님들께도 설명을 드리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차 실감이 나더군요. 3년간 있었던 곳이다 보니 마지막에 나설 때는 슬픈 느낌도 들었어요.

▲ 데이비슨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된 NCAA 토너먼트(vs 미시건 대학교) / 출처=게티이미지

선수들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아요. 다들 ‘함께 뛰어서 즐거웠어’, ‘함께 해서 영광이었어’라고 말해줬을 때 정말 기뻤죠. 

제가 감독님과 3번째 미팅을 마쳤을 때였어요. 그날도 제 의사를 거절당해 씁쓸해하고 있었죠. 제가 힘들어하자 학교 친구들이 같이 밥 먹어주면서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감독님이 너 같은 좋은 선수를 놓치기 싫어서 그런 것 같아.”

“너와 1년 더 해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정말 고마운 말이었죠. 그리고 이런 말도 해줬어요. “그래도 네 꿈이니까 누구에 의해서 하지 말고, 네 의지대로 나아가면 좋겠다”고요.

맞아요. 이번 결정은 제 꿈을 위해, 제 의지대로 내린 결정이에요. 제 결정이 ‘도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될 거니까 나가는 거야’라는 생각은 아닙니다.

‘올해 나와야 해’ 

‘아냐 부족해’ 

많은 분들의 의견이 달랐어요. 저도 생각이 많았죠. 3주 동안 부모님과도 상의를 많이 하고, 저도 고민을 하면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저는 호주에서부터 저보다 훨씬 강하고 잘하는 상대들과 부딪치고, 좌절하면서 성장했어요. 1옵션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던 데이빗슨 대학에서의 3학년 시즌도 그랬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 3주 간의 고민, 큰 힘이 되어주신 부모님(왼쪽=이현중 어머니(성정아 前 여자농구 국가대표), 오른쪽=이현중 선수, 본인제공)

다만, 다음 4학년 시즌을 데이빗슨 대학에서 치른다면 부담이 더 커졌을 것 같아요. 

학교 과제도 그렇지만, 1옵션이 되어 루카 브라이코비치나 마이클 존스 같은 주축 선수들이 떠난 상황에서 수비가 저에게만 집중될 것이고요. 

그런 가운데, 4학년이 되어서도 그동안 힘들게 얻은 것들을 당연하게 해내야 하는 상황은 저에게 여러모로 부담이 될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A10컨퍼런스 우승은 당연히 해야 하고, 3월의 광란(NCAA 토너먼트)에도 진출해야 한다, 1옵션이니 평균 20득점은 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죠. 

또, 데이빗슨 대학의 농구 시스템은 NBA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보니 1년을 더 보내고 NBA에 도전하기에는 적응이나 준비에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난 글을 올리고 결심을 굳히는 사이 NBA로부터 피드백이 왔어요. 이 피드백이 늘 정확하진 않다고 하는데, 피드백에는 ​‘61%의 확률로 늦은 2라운드에 지명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61%라는 숫자를 봤을 때 저는 ‘아, 무관심은 아니구나. 나만 꿈꾸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더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답니다. 

산타바바라에서 만난 ‘월클’ 

산타바바라는 동부와는 또 다른 분위기예요. 데이빗슨 대학에서 지낼 때와는 3시간 차이가 나다보니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을 때도 있죠. 더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서늘해서 지내기도 좋습니다. (사실 연락하기에는 동부가 더 편했어요. 동부에 있을 때는 제가 아침에 9시에 일어나도 한국은 밤 10시 정도였는데 서부는 더 늦잖아요.)

산타바바라에서는 스킬 트레이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훈련 중이에요. 가끔 픽업 게임도 하고 있고요. 

운동은 주로 오전에 집중되어 있어요. 오후에는 자유 시간이 좀 주어져서 여가도 보내곤 해요. 자동차는 없지만 걷는 것도 좋아해서 다운타운까지 걸어서 다녀올 때도 있어요. 어머니께서도 미국에서 누나와 함께 지내셔서 쇼핑도 같이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있죠.

▲ 타지에서 함께 도움을 주고 계신 가족분들에게 큰 힘을 얻고 있는 이현중 선수 / 출처=본인 제공

스킬 훈련은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보강하고 있어요. 

제 슛 찬스를 스스로 만드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리블도 많이 연습하고 있죠. 웨이트 트레이닝은 무게를 늘리기보다는 움직임을 더 빨리 가져갈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긍정적이면서도 겸손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되겠다’가 아니라, ‘더 하면 이 선수처럼 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죠.

아참, 제가 웨이트 프로그램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아세요? 

바로 배구 슈퍼스타 김연경 선수를 만났어요!

같은 시간대에 저와 같은 시설을 쓰고 계세요. 김연경 선수와는 여기 와서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됐어요. 월드 스타라 굉장히 신기했죠. 하지만 월드 스타이신데도 거리감 없이 잘 대해주셨어요. 친근하게 잘 챙겨주셨죠. 처음에는 저를 ‘선수’라고 했는데 그제부터인가 “반말해도 되지?”라고 하셔서 편하게 부르게 됐죠. 말투가 방송이랑 똑같으셔서 신기했어요. 하하.

김연경 선수를 옆에서 보다 보니 더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스타이신데도 자기 약점을 찾아 보완하고 노력하잖아요. 

더 좋은 선수가 되고자 더 좋은 훈련을 받는 자세를 보며 프로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대할 때도 굉장히 친근하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은요 

당분간은 산타바바라에서 지내면서 개인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에요. 드래프트 컴바인에 초청받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저도 신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 있을 때는 팀이 다 챙겨 주었지만 지금은 제 개인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아직은 낯설지만 다 감수하고 있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요.

▲ 오랜 고민 끝에 데이비슨 대학교를 떠나 NBA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이현중 / 출처=이현중 인스타그램

다음 편에서는 제가 지내는 곳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여러 공간을 통해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NBA 도전을 밝힌 뒤 한국의 많은 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어요. 미국에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그 기대에 걸맞게 제 꿈을 위해 더 열심히, 힘차게 달리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이현중 / 미 데이빗슨대 농구선수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