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로얄사우나
서동균 /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파란시선 0007 / B6 / 110쪽 / 2016년 10월 30일 발간 /
정가 10,000원 / ISBN 979-11-956331-7-3 / 바코드 9791195633173
신간 소개
서늘하면서 안타까운 위로
서동균 시인의 첫 신작 시집 <뉴로얄사우나>가 2016년 10월 30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서동균 시인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11년 <시안>을 통해 등단하였다.
서동균 시인의 첫 시집 <뉴로얄사우나>는 비유컨대, 코끝이 쨍하게 시린 겨울날 아침 어머니가 대야 한가득 부어 주시던 따뜻한 세숫물 같은 시집이다. 이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두 손 안에 온기가 한껏 스미고, 만나는 사람마다 눈인사라도 건네고 싶을 만큼 다정한 마음이 새록새록 돋는다. 즉 <뉴로얄사우나>는 좋은 서정시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가장 맵시 있게 보여 주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오태환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동시대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서늘하면서 안타까운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요컨대 서동균 시인의 <뉴로얄사우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곳의 도처에 산재한 고통과 함께하며, 그 “안타까운” 사연들을 “위로”하고, 마침내는 다시 살아갈 “서늘”한 용기를 건네는 시집이다. 더 나아가 서동균 시인은 근래 들어 보기 드문 사회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전 지구적 차원의 고통과 슬픔의 연대를 낮으나 묵직한 목소리로 엮고 있다. 예컨대 저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과 비산 먼지로 가득한 재개발 지역을 문득 하나의 공간으로 제시하는 솜씨는 그야말로 탁월할 뿐만 아니라 도저한 시적 직관임에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서동균 시인의 이번 첫 시집은 이미 한국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천사
한 인문학자는 인류가 걸어갈 수 있는 길, 또는 걸어가야 하는 길을 하늘의 별들이 밝혀 줄 때는 그래도 행복하였다고 했다. 사이버펑크라 일컫든 다른 무엇으로 규정하든, 세기말적인 불온한 징후를 늘, 어쩌면 영원히 예감하며 살아야 할 듯싶은 이 시대에 그의 발언은 더욱 착잡하면서 절박한 의제를 제안한다. 여기에 이런 생이 있다. 그는 스스로 도시의 노마드가 되어 한강로에서 신촌 세브란스병원까지, 상도터널에서 낙원상가 어느 구석까지 끊임없이 배회하며 관찰한다. 그의 실루엣은 때로 “절벽에 서 있는”(「우리에 가둔 이유」) 것처럼 아득하게 위태롭고, 때로 “뒷면을 내보인 별들”(「선택」)처럼 캄캄하게 불안하다. 세계는 “동시 상영관”(「세렝게티 초원의 사내」)의 낡은 영사막처럼 노이즈가 지루하게 비산하거나, 채도가 낮은 멜로드라마로 채워져 있다. 장기 실종자 서류철 위로 터무니없이 비끼는 먼지의 “프리즘”(「실종자」)과, 겨울 노천에서 동사한 “행려병자의 시체”처럼 딴딴하게 얼어붙은 “벙어리장갑”(「벙어리장갑」)이 환기하는 좌절과 환멸의 우울한 증후군은 현대를 건너는 모든 이들이 춥게 견뎌야 할 몫이다. 시인 서동균은 루카치의 소위 하늘의 별들을 언어에서 탐구하려는 것 같다. 그의 이 아이러니로 미만한 세계와 대결하는 자세는 대개 언어를 벼리는 모습에서 발견된다. 그는 툰드라지대에서 팔레스티나와 메소포타미아의 유역으로, 선사시대에서 우주의 심도(深度)로 활발하게 상상의 지평을 개간한다. 그 안에 촘촘히 편재한 비유의 공법은 주조보다는 단조를 떠오르게 한다. 서동균이 지향하는 언어와 비유의 각법과 섬세한 깊이는 자신뿐 아니라, 동시대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서늘하면서 안타까운 위로가 될 것이다. 이번 시집이 그의 연보의 갱생과 문학적 전망의 쇄신을 추동하는 의미 있는 계기를 선사하리라 기대한다.
―오태환(시인)
서동균의 시들이 익명의 공간 내부의 보이지 않는 세부들과 실존적 기억이 새겨진 장소들 사이에서 구축되고 있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적인 상상력이 공간 혹은 장소와 맺는 두 가지 층위의 관련성을 잘 보여 준다. 공간의 상상력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의 미묘한 세부를 만난다면, 장소의 기억에서는 지울 수 없는 시간의 이름을 찾아가게 된다. 시는 시간과 사건의 인과적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시적 장면들 안에 내재된 다른 시공간의 이미지들을 열어 주려 한다. 공간과 장소들이 비밀을 갖는다는 것은, 그 안에 시적인 상상력으로만 드러낼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는 하나의 공간과 장소 안의 예기치 않은 내밀함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 경험은 상투적인 삶의 공간을 낯설고 풍부하게 만드는 시적인 경험이다. 첫 시집을 출간하는 시인 서동균의 공간적 상상력이 시적 담화 자체의 특이성을 드러내는 시적 개성으로 발화하기를 바란다.
―이광호(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서동균
1970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2011년 <시안>을 통해 시 등단.

시인의 말
골목을 지나
광장으로 가는 길이 있다.
담장에 가려진 그늘에서
상실한 시간을 찾아
그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빈터가 될 것이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환청 ― 13
그늘 ― 14
다른 교실 ― 15
길 건너는 방법을 찾는 ― 16
남은 자, 남겨진 자 ― 18
선택 ― 19
가면 축제 ― 20
물음 ― 21
우리에 가둔 이유 ― 22
낯선 혹은 익숙한 ― 24
껍데기 ― 25
담 ― 26
선창 ― 28
검은 잎 ― 29
증발 ― 30
제2부
세렝게티 초원의 사내 ― 35
사막의 밤 ― 36
회피의 진실 ― 38
폐선 ― 39
뉴로얄사우나 ― 40
겨울 아침 ― 42
물의 이동 ― 43
치약을 짜내며 ― 44
엑토플라즘 ― 45
출근 ― 46
응시 ― 47
재활용 수거차 ― 48
통로 ― 49
조각 ― 50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51
제3부
옥탑방 빨랫줄 ― 55
광장 ― 56
실종자 ― 58
육교에서 ― 59
낙원상가 골목 ― 60
흔적 ― 62
완산골 ― 63
새벽 공사장 ― 64
닭 ― 66
하겐다즈 ― 67
침묵의 형태 ― 68
어느 귀천(歸天) ― 70
한바탕 ― 72
타디그레이드 ― 74
옹이 ― 75
제4부
목련이 말하다 ― 79
신화는 살아나고 ― 80
조간신문 ― 82
옥수수 ― 84
감자 ― 86
죽녹원 ― 87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 88
김장하는 날 ― 90
봄날 오후 ― 92
맑은 바다 ― 93
한강, 스모그 ― 94
아니카 ― 96
인사동 그곳에 가고 싶다 ― 98
벙어리장갑 ― 99
복도를 걷는 ― 100
해설
이광호 공간과 장소의 비밀들 ― 101
시집 속의 시 세 편
옥탑방 빨랫줄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 그려진 새가
비산 먼지 덮인 재개발 지구 하늘을 날고 있다
누군가 공사 가림막에 둥지를 틀어 놨다
이역만리 먼 곳이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외침을
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을 거다
탕―탕―탕―, 항타기의 굉음이
노랗게 버석이는 연탄재를 갖고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딛고 사라진다
새총으로 저항하던 그들의 깃발은
마당귀에서 삐꺽삐꺽 헛물만 켜는 녹슨 펌프
나카브 사막의 끝을 바라보던 새가
관절을 비틀듯 떨치고 일어나
철거를 거부하는 늙은 용접공의
옥탑방 빨랫줄에 앉아 하늘을 본다
부러진 철근을 용접하던
토치 불꽃 같은 초록빛 태양이
들국화가 뿌리 내린 골목을 비추고
용접공의 힘줄 같은 빨랫줄이
맑은 하늘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
신화는 살아나고
굴참나무에는 신화가 살아 있다
점토판에 새겨진 수메르의 뱀이
사막의 낮달을 나뭇잎 사이에 걸어 두고
오글오글 껍질째 걸려 있다
깊은 계곡을 베어 내는 살바람이
자드락비를 투닥투닥 망치 삼아
시간의 아랫부분부터 나이테를 새겨 넣는다
꿈쩍 않는 뿌리가 화석으로 묻히는 계곡
낮곁에 걸린 해에 지친 사람들이
너덜겅으로 걸어 올라간다
강더위에 굴참나무를 오르던 구렁이는
물낯에 탁본된 채 물 위를 건너가고
된비알마다 쑥덕쑥덕 핀 조팝나무 꽃은
가슴털이 쌓인 둥지로 박새 몇 마리를 품었다
꿈틀꿈틀 차가운 비늘들의 연동운동
푸다닥―
몇 번의 날갯짓이 수면 위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
복도를 걷는
건물에는 복도가 있다 걸어가는 남자 뛰어오는 여자
스치거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생각의 틀이
기다란 공간으로 들어온다
면을 밟고 가다 선으로 교차하는 곳
진자 운동은 좌우로 갈라진다
건전지를 다 소모해서 멈춘 괘종시계의 분열점이다
툭툭 떨어지는 허공에 뜬 중력의 높이
그 통로에 그림자를 가진 실체들이 걸어 다닌다
반대편을 잇는 선에 멈춘 정지와 무한의 극점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와 그 여자의 목소리가 섞인다
그들이 밟고 있는 콘크리트가 양생을 거치듯
빅뱅을 거쳐 우주가 팽창해 왔듯
쏜살같이 달려가는 가속도 붙은 목소리의 경계가
이물(異物)의 갈래로 복도를 형성한다
모든 것이
어둡고 그 남자는 두렵고
그 여자는 흥분하고 복도를 걷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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