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Shorts! Never Ending Film Festival
현재 우리에게 ‘영화제’란 국내 각 도시에서, 영화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축제다. 다양한 컨셉을 가진 영화제들이 늘어났고 그 수준도 점차 발전하는 가운데 영화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마니아에서 대중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장편영화가 아닌 단편영화로 눈을 돌린다면? 국내의 수많은 영화제와 날로 꽃피는 영화산업에도 불구하고, 단편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장편영화에 기대하기 힘든 새로운 시도와 창조적인 독창성, 감독들의 재기발랄한 감각은 단편영화만의 미덕일진대, 비상업적으로 만들어지는 지극히 작가주의적인 단편영화는 국내 영화산업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비주류 영화 장르로 분류되어 더딘 발전을 하고 있다.
단편영화는 미래 영화산업의 근간이 됨과 동시에 영화인을 꿈꾸는 영화학도들에게 발판이 되어 주는 장르이다. 또한 단편영화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 또한 높아 작품성과 예술적인 가치 또한 장편영화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편영화를 쉽게 접할 수 없는 대중에게 단편영화는 아직까지 낯선 장르로 보일 뿐이고, 결과적으로 단편영화인들은 영화시장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 새롭고 다양한 영화의 맛에 목마른 시네필들에게 단비가 되어 주기 위해 탄생된 것이 바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siana International Short Film Festival, 이하 AISFF)이다. 하늘 위의 영화제, 지상과 하늘에서, 나아가 전 세계의 도시에서, 시간의 한계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끝없이 펼쳐지는 네버엔딩 필름 페스티벌인 AISFF. 단편영화인을 위한, 단편영화를 위한, 단편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로 지상과 하늘 위에서 지속되고 있다.
지상과 공중에서 펼쳐지는 영상축제
지난 2005년의 늦은 가을 11월 2일, 종로 시네코아 극장에서 제3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도로에서 극장 입구까지 연결된 레드카펫은 비록 칸 영화제나 오스카, 혹은 부산국제영화제처럼 길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지고 않았지만 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을 알릴 정도의 열기와 긴장감은 유지되고 있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도착하는 국내 스타급 배우와 감독들의 모습을 보려고 몰려든 인파 탓에 레드카펫 주변은 북적였고, 취재진의 열기, 거기에 무심코 지나치던 행인들까지 영화제로 발을 들여놓자 시네코아 앞은 발 디딜 곳조차 없었다. 단편영화만을 위한 영화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AISFF 2005의 열기는 뜨거웠다.
AISFF의 1회부터 3회까지를 바로 곁에서 지켜본 탓인지 필자의 감정이 고조된다. 비로소 순수하게 영화만을 위한 ‘영화제’로서 인정받기 시작했음이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AISFF 스스로도 순수하게 ‘영화제’로서만 존재하게 되었기에, 어떤 상업적 목적 없이 단지 단편영화와 더 나아가 국내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 탄생된 AISFF의 의도가 영화인들과 대중에게 분명하게 인식되었음이 느껴졌기에…….
후원사인 (주)아시아나항공의 임직원, 그리고 영화인들, 관객, 지나가는 행인 모두는 단지 영화를 보고 즐기기 위해 그곳에 있을 뿐이다. 영화를 주최하는 (사)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스태프들과 안성기 신임 집행위원장, 손 숙 이사장은 움직임도 즐거워보인다. 모두 AISFF의 처음부터 함께 한 이들이다.
11월 2일을 시작으로 7일까지 6일간에 걸쳐 열린 AISFF 2005의 처음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12월 13일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AISFF 2003은 국내 유일의 국제단편영화제, 단편영화제의 국제적 허브 등의 수식어를 달고 개최된다.
당시로서는 ‘(주)아시아나항공에서 후원하는 영화제’라는 타이틀 때문에 ‘단편영화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지극히 순수한 탄생 배경에도 불구하고 영화인들의 의혹에 찬 눈빛을 받아야 했지만, 3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에는 영화제 자체로서 미래의 영화인 ‘단편영화를 위한 영화제’로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인정받으며 존재하고 있다.
AISFF에 출품할 수 있는 영화는 필름 또는 디지털 비디오로 만든 단편영화로, 장르와 주제의 구분이 없다.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 단편영화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모티브되어 단편영화만의 매력, 짧지만 그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작품들이 대거 상영되는 ‘상상력의 총집합 장소인 AISFF’는 현재 세계 최초의 국제단편영화제로서 단단히 자리매김하였으며, 단편영화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고 국제적인 트랜드를 만끽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국제경쟁영화제로서 존재하고 있다.
기업과 영화의 만남
AISFF 2005의 핵심은 ‘새로운 탄생’이다. 지난 1, 2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의미에서 ‘Rebirth of Shorts’, 즉 ‘단편영화의 재탄생, 환골탈태’라는 주제로 관객들을 찾았다. AISFF는 지난해 8월 (사)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출범과 함께 대외적인 공신력을 확보했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내실 있는 영화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AISFF의 1, 2회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3회인 AISFF 2005에서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영화인 안성기 씨는 “국제영화제로서 발전을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사단법인 출범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AISFF의 역사와 함께 해온 장본인으로 영화산업 발전의 필연적 도구로 단편영화의 부흥을 꼽는다. 1회 AISFF에서 만난 안성기는 기내영화제인 AISFF에 대한 기대를 말한다.
“항공사에서만이 할 수 있는 영화제여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일년에도 수많은 단편영화들이 만들어지지만 관객에게 보이지도 못한 채 사장됩니다. 그만큼 단편영화를 상영해 줄 창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상업적인 메리트가 없는 단편영화를 극장에서는 상영하려고 하지 않지만, 단편영화인들 역시 자신들의 영화가 많은 관객에게 선보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욱 AISFF에 끌렸죠. 전 세계를 오가는 비행기를 통해 단편영화를 상영하고 수작에겐 상금을 준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단편영화만을 위한 영화제로 존재할 것이기에 AISFF와 함께 할 생각입니다.”
AISFF 2005가 지난 1, 2회와 달라지는 점에 대해 그는 “1회 소격동 아트시네마, 2회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을 거쳐 이번에는 종로에서 영화제를 엽니다. 과거 두 곳이 변방이었다면 이곳은 대중 관객들이 모이는 영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영화제가 3회 영화제의 핵심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바로 이것, 장편영화의 긴 호흡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더 많이, 더 쉽게 단편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AISFF의 장기적인 목표이다. 아직은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한 현실에서, AISFF는 지상에서의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6개월간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기내에서 주요 수상작들을 상영하며 단편영화의 대안적인 창구를 제공한다.
(주)아시아나항공은 후원사로서 기내 상영관을 후원하고, 영화제의 진행비와 수상작에 대한 후원금을 지원한다. (주)아시아나항공은 단순히 문화 마케팅의 차원을 넘어 국민 전체가 아름다운 문화의 혜택을 받고, 영화 산업에 있어서 소외된 장르인 단편영화를 발전시켜 단편영화인과 단편영화를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단편영화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시켜 주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AISFF를 탄생시켰고, 발전시키고 있다.
예술을 사랑한 기업가
AISFF의 처음은 순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지금은 고인이 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문화를 향한, 예술을 향한 애정이 현재의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존재케 하는 모티브다.
그는 ‘예술을 사랑한 기업가’로 불릴 정도로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특히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과 그들의 문화를 대중화시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뛰어난 기업가인 동시에 훌륭한 학자였던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한국메세나협의회, 금호문화재단 등을 통해 국내 문화예술 지원에 힘을 쏟는 등 문화예술계의 후원자 역할을 도맡아오면서 ‘한국의 에스테르하지’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3년부터 문화예술계를 돕는 기업 모임인 한국메세나협의회의 회장을 맡았고, 2002~2004년 외교통상부 공연자문위 위원장, 문화대사 등을 역임하면서 든든한 후원자로서 정열적인 삶을 살았다.
특히 2004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의 명품 브랜드인 ‘몽블랑’에서 세계적인 문화 예술 후원자들에게 수여하는 ‘2004 몽블랑 예술후원자상 (The Winner of 2004 Montblanc Arts Patronage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순수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젊은 영화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탄생시킨다. 그가 영화제를 생각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이었다. 한 기업인의 예술로의 애정이 전 세계 단편영화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AISFF는 ‘영화의 날개’로 성장하여 지상에서 시작해 지금 현재도 하늘 위 어딘가에서 상영되고 있다. 어느 한 단편영화인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전 세계를 오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