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충혈로 스테로이드 안약을 3년간 사용했던 최씨는 지난해 11월 난데없이 녹내장이 발병, 뒤늦게 수술까지 받았지만 오른쪽 눈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눈충혈이나 눈에 생긴 염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 안약을 이처럼 장기간 쓰다가 녹내장이나 시력을 잃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지역 안과의사 300명과 자체 모니터 병원 58개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스테로이드 안약을 쓰다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들이 54명에 이르렀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주로 서울지역에 한정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소보원은 추정했다.
이들 환자는 스테로이드 안약을 한달에서 최고 15년간 습관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 관계자는 "스테로이드 안약과 관련한 안전사고는 제약회사들이 이 약품을 장기간 쓸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품에 사용기간, 안압(眼壓)검사 필요성, 구체적인 부작용 등을 상세하게 표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보원이 시중 스테로이드 안약 20종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50%이상인 11개 제품이 사용기간을 `수 주일', `장기간', `장기사용' 등으로 막연하게 표시하고 있었으며 부작용 설명도 `안압상승 및 녹내장' 등으로만 기재해 `시력저하, 시야결손, 시신경 손상' 등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특히 제품 용기자체에 부작용 및 주의사항을 표시한 제품은 조사대상 20개 중 단 하나에 불과했다.
소보원측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테로이드 안약을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하는 전문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돼 있는 것도 문제"라며 스테로이드 안약의 전문의약품 지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안약 사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눈이 약간 충혈되거나, 침침해지면 안약을 아무 생각 없이 쓴다. 그러나 안약은 눈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절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스테로이드 성분, 녹내장 유발 가능성
안약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은 아마도 충혈약일 것이다. 충혈의 원인은 주로 결막염이 생겨 발생하거나 잠복성 사시, 눈의 굴절 이상을 교정하지 않은 경우에서도 나타난다. 또 질병이 없더라도 화장품이나 면도 후 바르는 로션 등이 눈에 영향을 미쳐 충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눈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을 하거나, 오랜 시간의 컴퓨터, TV시청, 과음, 피로에서도 충혈이 생길 수 있다. 충혈된 눈을 맑게 해준다는 안약의 주요 성분은 혈관수축제와 덱사메타존이란 스테로이드이다. 그런데 스테로이드 성분은 녹내장이란 무서운 병을 야기시켜 시력의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녹내장이란, 안압 또는 다른 이유들로 시신경이 손상되고 시야의 장애를 초래하며 심하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러한 덱사메타존을 1-2주일 가량 계속해서 사용하면 안압이 올라갈 수 있으며, 그 압력이 안구 뒤쪽으로 전달돼 시신경을 압박한다. 그 결과 시신경섬유가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녹내장이 생기는 것이다. 또 스테로이드 성분 안약은 각막궤양, 바이러스성 결막, 각막질환, 결핵성 안질환, 진균성 안질환, 화농성 안질환에는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