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학에서 재성 만큼 어려운 것이 비견겁재이다. 비견겁재를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고수이다. 그 사람의 명리학 수준을 가늠해 보려면 비견겁재를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된다.
비견겁재가 무엇인가? 친구, 동업자, 경쟁자, 고집, 아집인가?
이렇게 대답한다면 재성이 여자요 돈이라고 대답한 것과 다름없다. 무수히 많은 물상 중 극히 일부분만 꼬집어 말한 것이고 그 십성의 진정한 성질을 말한 것도 아니다.
비견겁재는 일간과 동일한 오행이다. 비견겁재를 본다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 대답은 '아니오'이다. 사주원국에서든 운에서든 비견겁재를 보게 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비견겁재를 이해하려거든 재성을 이해해야 하고 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비겁은 재성을 극하고 관성에 극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성과 관성까지도 제대로 알아야 비겁을 알 수 있다.
재성이 무엇인가? 재성을 인간관계로 들여다 보면 이해관계가 얽힌 것을 말한다. 사실 사회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만남에서는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사회적 관점에서 헤아리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며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고 너와 나의 입장을 조율하여 서로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재성이다.
관성이 무엇인가? 관성을 사회적으로 들여다 보면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규정된 것을 말한다. 재성을 무시하면 손해가 발생하고 타인에게 몇마디 욕을 들어먹고 말겠지만 관성을 무시하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므로 관성은 일반적으로는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관견관이나 식신제살로 관성을 치는 상황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인 것이다. 관성은 그렇게 호락호락 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비겁이란 무엇인가? 비겁은 재성을 극한다. 그러므로 사회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나를 버리고 주변에 맞추기를 거부한 것이다. 나의 주체성을 갖고 작은 공간일지라도 나만의 독립된 영역을 확보하길 원하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일을 하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가서 팀원이 되기보다는 전문직을 갖고 프리랜서를 하여 나혼자 일하고 싶은 것이다.
비겁은 또한 관성에 극을 당한다. 그러므로 관성이 존재하는 목적은 비겁을 극하기 위해서이며, 비겁이야말로 관성이 잘 제어해야 할 어지럽고 불규칙적인 것, 고삐풀린 것, 자유로운 것, 중앙 권력에서 벗어난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비견겁재란 것은 나의 자유를 말하며 주권을 말한다. 이것이 천간에 투출까지 하면 정체성이다.
가끔 천간에 비견겁재로만 뒤덮인 사주가 있다. 이런 사주를 어떻게 해석하시는가? 단지 자존심 쎄고 군겁쟁재 발생하기 좋은 사주로만 해석하시는가? 절대로 아니다. 천간에 비견겁재로 뒤덮인 사주는 사회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증거로 나 자신이 명품 브랜드가 되어 모든 사람에게 부러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다. 페라리, 샤넬처럼 명품을 가져서 돋보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순수한 나 자신으로 돋보이고 싶은 것이다. 진정한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비견겁재가 왕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시합에서 우승하기, 표창장 받기, 이름 알리기, 단체 회장과 같은 대표직 하기(실질적인 이득은 없음), 칭찬받기, 메스컴 방송타기 등등이다. 이것들이 다 무엇을 뜻하는가? 정체성이다.
왜 비견겁재는 정체성을 갈구하는가?
처음에 말씀드렸다. 나와 같은 오행이 비견겁재라고. 나와 똑같은 것들 틈에 둘러싸여 있다고. 그 상황에서 나만의 특별함이 살아나는가? 내가 특별해지지 않으면 그것만큼 불행한 게 없다. 그래서 비견겁재는 자기 자신이 주변과 독립되어 군계일학이 되길 원하는 것이다.
어쩌면 해변가의 수많은 모래알갱이 중의 하나에 불과한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그러니 비견겁재가 왕한 사람은 윗사람을 따르기 싫어하고 피곤한 인간관계를 질색하므로 자연스럽게 평등한 인간관계를 추구한 나머지 그것이 친구 아니면 동업자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견겁재는 재성이나 관성처럼 자기 자신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다소 불편한 인간관계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한테 편한 인간들만 주변에 둔 나머지 결국 남은 것이 친구와 같은 1차원적 관계였다고 해석해야 맞는 것이다.
그러나 비견겁재도 양면성이 있어서 인생이 잘 풀릴 때는 아무리 불편한 인간관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십성이나 마찬가지로 좋은 상황이 될 경우 단점은 완벽하게 장점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여기까지 비견겁재의 근본적 성질에 대하여 말씀드렸다.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 줄인다.
첫댓글 정체성. 이해가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