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내린 비는 날이 새도록 멈추지 않고 하늘이 뚫린듯 쏟아지고 있다. 펜케잌과 커피로 아침을 먹으며 남편이 잠시 나갔다 온단다. 눈을 보러 갔다 온 뒤 차 밑이 엉망이라 비가 많이 내릴 때 동네 몇 바퀴 돌고 온단다. "그러면 우리 바다에 갔다 올까? 커피 한 잔 시켜 피어 주차창에서 바다 보다 오면 좋지 않을까?" 어이없어 웃는 남편. 며칠 전 다짐했던 바람잡이 끈을 나는 다시 움켜쥐었다.
집을 나올 때 제법 뿌리던 빗줄기가 약해지며 하늘의 먹구름이 흘러간다. 헌팅톤 바닷가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다. 걷는 이 몇 명이 보일뿐 바다는 파도만 넘실거리며 우리를 반긴다. 억세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차 안에서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파고가 높아서일까.파도는 서로 키재기를 하듯 나를 향해 달려와 하얗게 부서져 마치 꽃들이 춤을 추듯 아름다웠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지난 시간으로 추억여행을 하였다. 오래 전 외국에서 잠시 귀국한 남펀과 떠난 겨울 바다는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을 언니네 맡기고 강릉 경포대로 둘이 떠난 여행이다.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다. 끝없이 펼처진 모래사장은 흰 눈으로 덮였고 그 끝의 커피숍에서 들었던 음악 얘기를 하며 그 시간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남편이 판도라를 통해 노래를 들려준다. 조용필이다. 요즈음 조용필의'바람의 노래'를 즐겨 듣는 나를 위한 거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파도를 보며 노래를 들으며 오늘 주신 축복이 넘침에 감사했다.
나이를 먹으며 새삼 느끼는 감사가 많다. 서로 취향이 비슷하여 노래도 영화도 취미도 잘 맞는것도 감사하다. 은퇴 자금도 없지만 쉴 집이 있고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있고 자식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니 만족한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오늘 둘이 함께 걸으니 부족함을 모른다. 돌아오며 남편은 순두부를 먹고 가자며 가든 그로브로 갔다. 코로나로 조심스러워 투고하여 집에 와 먹으며 밖을 보니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온다.
커피를 들고 방에 들어와 전화를 찾으니 안 보인다. 차 안을 뒤졌지만 안 보인다.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남편을 불러 나한테 전화해 달라고 하였으나 벨이 안 울린다. 당황한 나는 괜히 나갔다 왔나 후화를 하였다. 불을 켜 차 속을 비취니 박스 밑에서 빨간 색이 보인다. 한 숨을 돌리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니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내 마음도 맑았다 먹구름을 뒤집어 쓴듯 어두워졌다 변덕스러운것이 오늘의 날씨를 닮았다. 창문을 두드리는 비가 나를 놀리듯 거세게 내리며 속삭인다. "지금 또 나갈래?"
첫댓글 '며칠 전 다짐했던 바람잡이 끈을 나는 다시 움켜쥐었다.'
'파도는 서로 키재기를 하듯 나를 향해 달려와 하얗게 부서져 마치 꽃들이 춤을 추듯'
'창문을 두드리는 비가 나를 놀리듯 거세게 내리며 속삭인다. "지금 또 나갈래?"'
박수를 치고 싶은 문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