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섬세한 것은 대게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우리말이 대표적입니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집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 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이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긴커녕 꽁꽁 얼어붙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글쎄요.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책에 담았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합니다.
- 봄비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 기 주
사색하기 좋은 계절 봄이네요.
밤에는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던 날씨가 낮이되면 여름 날씨처럼 덥게 느껴지는 하루의 온도 차가 많이 나는 하루입니다.
지난번 책 소개에 올렸던 '말의 품격'의 이기주 작가님의 대표작 '언어의 온도'를 읽어봅니다.
언어에도 저마다의 온도가 있다고 하죠.
뜨거운 말로는 듣는 이에게 화상을 입히기도, 차가운 말로는 듣는이를 꽁꽁 얼어붙게 하기도, 그리고 온기있는 언어로는 듣는이를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오늘 글을 읽고 있는 여러 분은 어떤 온도로 하루를 보냈나요?
말의 무덤 언총(言塚)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아지는 이른바 다언증(多言症)이 도질 때면 경북 예천군에 있는 언총(言塚)이라는 '말 무덤'을 떠올리곤 한다. 달리는 말(馬)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말(言)을 파묻는 고분이다.
언총은 한마디로 침묵의 상징이다.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마다 여러 문중 사람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 처럼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었다. 말 장례를 치른 셈인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가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