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떡 다섯 개와 생선 두 마리의 기적, 그렇게 예수는 5천명을 먹여 살렸다고 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생계도 생계지만, 없이 사는 사람 돈 없어도 정성스런 음식으로 배불리 먹이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단돈 1천500원으로 한끼를 채울 수 있는 김밥을 택했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서 해방돼 고국으로 돌아가던 중 광야 한가운데 하늘에서 내린 양식을 '만나'라 했다. 그런 일용할 양식을 맛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만나와 김밥이 만나 '만나김밥'(통계청 맞은 편)이 되었다.
홍사성, 김겸옥(60)씨 동갑나기 부부는 대전과 옥천에서 '김밥천국'을 8년 넘게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나 김밥'을 차렸다. 1천500원이면 한끼 두둑한 식사가 가능하다. 그냥 김밥이 아니다. 옥천산 쌀을 양파 기름에 버무려 만든 김밥이다.
옥천읍 롯데리아 사거리에서 김밥천국을 운영했다. 24시간 바삐 돌아가는 식당에서 골병이 들어 김밥천국을 그만두고 8개월가량 쉬었다. 하지만 몸이 회복되자 다시 '김밥'이 생각났다. 지난해 9월 개업해 이제 10개월가량 됐다.
"저렴하지만 건강한 음식 대접하고 싶었어요. 오병이어의 마음으로요. 전화번호도 끝번호를 5025라고 한 걸요. 고향으로 돌아가는 고난의 행군을 하던 배고픈 때 정말 꿀같은 양식을 드리고 싶었죠. 교회를 다닌 사람은 누구보다 그 뜻을 잘 알 거예요."
당진이 고향인 홍사성씨는 예산에서 30년 가까이 인쇄업을 하다 요리 솜씨가 좋은 부인과 함께 김밥집을 열게 됐다. 옥천읍 서대리 솔고개가 고향인 김겸옥씨는 고향에 다시 돌아온 것이 무엇보다 푸근했다. 둘은 김겸옥씨가 청년시절 다니던 주사랑교회의 연으로 맺어졌다. 주사랑교회 목사가 예산에서 전입오면서 중매를 서 준 것. 홍사성씨는 현재 주사랑교회 장로도 맡고 있다.
"김밥은 어머니들의 지혜와 정성으로 만들어진 음식이에요. 여행, 새참, 간식으로 편리하고 균형잡힌 음식이지만, 만드는 것은 녹록치 않아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밥 앉히고 새벽 6시 문을 엽니다. 그 전에 계란, 부추, 당근, 햄, 우엉 등 고명을 준비하죠. 김밥 종류만 해도 15가지예요."
돈가스 정식은 김밥과 쫄면, 돈가스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순두부와 된장 등 찌개류도 직접 육수를 끓여 만든 깊은 맛으로 인기가 좋다. 우거지와 소고기를 넣어 끓인 만나해장국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천국에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김밥은 놓지 않았습니다. 이 김밥이 많은 사람들에게 '만나'가 돼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낳으면 좋겠습니다."
▲ 만나김밥의 돈가스 정식
저작권자 © 옥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