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처음 철인 3종을 준비할 때는 그 이름만으로 압도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건 운동중독자들이 할수 있는거 아닌가..? 내가 알기론 그 종목하는 사람들은 이미 평범함을 넘어선 영역인데..."
하지만 해볼만한 싸움이라는걸 꾸준히 설득해주고 앞장서서 실천하는 친구를 보며 내가 남들이 생각하기에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된 상상을 해보니 뭔가 뽕이 차오르더라구요.
트라이애슬론이라.. 제게는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고 완주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생각했습니다.
'나는 물에 뜨지 않는다.' 라는 명제를 품고 살아왔던 지난 30여년. 언젠가 수영을 배우긴 해야겠다며 미루고만 살아왔던 제게 수영을 할 계기가 되준 운동이기도 합니다. 아쉽게 듀애슬론으로 변경되었지만요.
구례대회를 대비해서 소중한 몸싸움경험 및 오픈워터 실전경험을 가장 큰 수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영부분은 정말 크게 아쉽긴합니다.
#준비 훈련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훈련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번 부상을 당해봤던 터라 매번 죽기 살기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훈련을 설렁설렁 하지도 않았습니다. 딱 부상없이 지속적으로 할수있는 양만 채운것 같습니다.
처음엔 짧은 훈련에도 이틀은 나가 떨어질 정도로 힘들었고 이후 조금 폼이 올라온 이후에는 그저 실력 이외에 변수가 없기를 바라며 준비했습니다.(자전거 기능고장이나 근육경련 등등)
직업이 주야 교대근무라서 주말을 구분해서 쉬지 않습니다.
동호회 훈련은 거의 주말에 잡히기 때문에 애써 만들어주신 신입대비 정규 훈련에 참석하지 못 하는게 개인적으로도 아쉽기도 했고 매번 변명하기도 눈치보이고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결심한 이후 대회까지 80일간 수영훈련 38회, 사이클훈련 19회, 런닝훈련은 약 40회 했습니다.
생명은 소중하기에.. 수영을 중점적으로 했고
사이클은 초반에 매번 죽기살기로 타다가 후반엔 업힐위주로 훈련했습니다. 아직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런닝은 달리기교실 인터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LSD로 체중조절과 심폐능력향상 위주로 1회 10km이상했습니다. 근전환훈련은 사이클 탈때마다 2km 이상은 했구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70%의 시간을 운동에만 할애했습니다. 80일간 운동으로만 1일 평균 1500칼로리 이상 소모했습니다. 단백질을 잘 챙겨먹고 유난떨지 않는선에서 식단도 라이트하게 조절했습니다.
앞으로더 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회 전날
막상 대회장에 도착해서 보이는 풍경과 분위기를 보니 약간 흥분되긴 했어요.
처음보는 낯선 선수들도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동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적 친밀감이 막 솟구쳤습니다. 모두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대책이 없는 스타일이라 전날 사이클 코스 답사도 제대로 못했고...
한달안에 풀코스를 완주해야하기에 목표는 이미 구례에 가있었고..
여기서 무리해서 휴식 하는날이 길어지면 최종목표인 풀코스 대회 훈련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 이번 대회는 기록,순위 욕심이 없었습니다. (뭐 욕심 부린다고 포디움에 설것같지도 않긴한데..)
수영이 취소된것도 약간 김이 새버린 이유이기도 했구요.
근데 전날 선배님들 말씀에 "오늘 하는걸 봐야 풀코스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수있다" 라고 하셔서 갑자기 전날밤 11시에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제가 제 생각보다 더 잘 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는 말을 해버리고는 뭔가 보여드려야만 할것같은 압박감이 느껴졌습니다. 자승자박..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됬습니다.
#대회날 아침
아침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바꿈터에서 뭘 해야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체조 포함 준비시간이 상당히 길게 느껴졌던지라 다행히 생각한대로 잘 풀린것같습니다.
화장실은 신호가 없어서 가지않았습니다. 화장실의 중요성을 누누히 들었지만 신호가 안오는걸 어뜨케...
최소한의 식단으로 대회 전 이틀간 과하게 자극적인 음식은 피했기 때문에 다행히 대회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대회 중
5KM 달리기는 5분 페이스 25분 /// 40KM 사이클은 평속30 80분 /// 10KM 달리기는 5분페이스 50분 /// 총 155분 = 2시간 35분 목표로 완주를 계획했습니다.
바꿈터에서는 파스도 뿌리고 땀도 닦고 에너지젤도 먹고 다급하게 행동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클릿페달이 없어서 바꿈터에서 시간소요가 많지 않은건 덤이었구요~
파워미터가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 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하며 모든 코스에서 165정도를 넘지 않도록 유의했습니다.
사이클 2회전에서는 업힐에서 케이던스로 심박수를 조절하고 내리막에서 생긴 속도를 최대한 유지하며 항속을 끌어올리자는 계획이 세웠고 만족했습니다.
에너지젤과 식염포도당을 4개씩 챙겨서 시작전 1개, 사이클 시작 전 1개, 사이클 중간 1개, 달리기 시작전 1개씩 먹었습니다. 사이클 2회전쯤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는데 그냥 삼키고 또 밀어넣었습니다. 하하하 안죽어~ 먹어먹어~
한개뿐인 900ml 물통에 이온음료를 가득 넣어서 사이클 중간 15분마다 잊지않고 마셨습니다. 다행히 부족하진 않고 약간 남았습니다.
달리기는 마지막 보급터를 제외하고 모두 종이컵 한컵씩 이온음료와 물을 마셨습니다. 콜라도 한잔 마셨구요. 2회전쯤 배가 불러서 숨이찬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계속 마셨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BTSG선수들이 너무 반가워서 다른 동호회분들에게 기죽지 않게 빠이팅을 크게 외쳐댔습니다.
응원해주시고 사진찍어주시는 자원봉사와주신 영일,은희선배님들도 매번 너무 반가웠는데 이후에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 다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네요. 하하하
#이후 계획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멀기에 훈련 흐름을 열심히 이어가려고 합니다. 다리라도 부러지지 않는 이상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후에 치루게 될 풀코스 대회를 이론적으로 육체적으로 열심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훈련은 제 몫이고 훈련을 제외한 장비나 보급, 준비 부족으로 대회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인생 역대급 장거리를 준비하는데에 비해 시간도 촉박하고, 혼자서 외로운 경기를 치뤄야 하는것도 걱정입니다.
사실 숙소도 알아보기 어려워서 차에서 자고 아침에 출전하려고 했는데.. 어제 익산대회를 치르고 맘이 바뀌어서 오늘 숙소를 찾아 예약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완주를 하고 집에 와서 하루 푹 쉬고 나니 감사한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저 훈련만 열심히 하면 되도록 숙소,식사,운동 용품 등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해결해주신 BTSG 동호회 선배님들 덕분에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로 오셔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고 여러 용품들 지원해주시고 중요한 팁도 아낌없이 전수해주시며 (가장 중요한) 사진 및 동영상도 많이 찍어주신 신영일 선배님 마은희 선배님
달리기교실에서 뵜었는데 대화는 많이 못해봤지만, 항상 밝은 미소로 열정적이신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숙소 및 식사,장보기까지 총무(엄마)역할을 든든하게 해주신 장희수 선배님
동생님까지 적극! 이온음료 및 보급 지원해주시고 경로에서 마주칠때마다 화이팅 해주셨던 한경민선배님
생판 처음만나 같은방에서 잠에 들기까지 초보자들 궁금증 모두 해결해주시고 기록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도와주신 최홍석선배님
같은 철인 입문 동기라며 챙겨주시고 밥도 사주시고 짧게나마 훈련의 고단함을 공유하며 함께 열심히 훈련했던 긍정맨 심송일선배님
옆에 있다는 존재만으로 든든한 에너지 넘치시는 철이스포츠 조우철 선배님
과묵하시지만 어린동생들 너스레에 잘 어울려주시고 함께 서브3에 성공한 한은수 선배님
아직 만나 뵙진 못했지만 대회 찬조 해주신 전명진선배님 안두현선배님
그리고 함께 몸 비비고 땀 흘리며 준비한 자랑스러운 내친구 김영환, 리스펙 박창현형님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이 글을 보시진 않겠지만..
자원봉사로 고화질 사진 찍어서 KTS에 올려주시는 사진작가님들 덕분에 추억의 파이가 커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회 운영 및 안전관리에 힘써주신 경찰 및 주최측 관계자분들, 그리고 대회중에 불편하셨을수도 있는 대회장 주변 거주민분들 감사합니다.
헤어졌지만 많은 응원과 격려 아끼지 않은 전여자친구도 고마웠어 꼭 행복해라
#에필로그
다 적고나니 무슨 연애대상이나 올림픽 금메달 수상소감처럼 장황하게 적어놨네요.. 재밌게 글을 써야하는데 너무 딱딱하게 쓴거같습니다.
운동 뿐만이 아니라 삶에서 늘 감사함을 느낍니다. 도움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관심과 응원을 나누며 함께하고싶습니다. 이상 익산대회 후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p.s
그리고 여수 바다에서 오픈워터 훈련계획 및 안전요원 역할에 뿔소라까지 넉넉하게 챙겨주신 박원철선배님. 달리기 교실에서도 항상 만날때마다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함께 못해서 아쉽게 생각합니다. 약간 그리웠습니다.
첫댓글 훈련전후 그리고 전과정이 진솔하게 녹아있네요 항상 웃으며 밝게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또 멋져보입니다
이번 대회같이 뛰어 좋았고
구례에서도 꼭 완주하기를 빌께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멋졌어요!
구례 전 야수 한번 같이가요. ~ 구례 파이팅 입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완주 축하하고👏👏👏
멋지게 글 잘 적었네~딱딱하지않았어ㅋ "안죽어~~먹어 먹어"😆
철인3종은 누구나 도전할수있지만 메리트 있는 종목이지! 울딸이 엄마.아빠는 평범하지않아! 그랬거든ㅋㅋ 전날밤에 의지를 잘 불태운것같아. 경기를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으니깐^^
중요한 구례가 남았네~~
준비할게 많으니 숙소예약한거 넘 잘했고, 남은기간 준비잘해서 무사완주하길 바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구례 접수의 마지막 불꽃을 지펴주신 마은희철인님께 무한한 박수를!! 짝짝짝짝
@임재현 좋아좋아~~
이번 대회를 계획해서 잘 해냈으니 구례는 잘 할 듯
화이팅 하고 앞으로 남은 훈련 잘 준비하기를 바래
어제 전화 했었는데 통화는 못했네
감사합니다!
엇.. 당직근무라 퇴근하고 나서 좀 더 자고 일어나서 문자 답신 했는데 선배님이셨군요! 편하실때 언제든 다시 전화주시면 됩니다!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훈련이 실전이다 글도 잘쓰고 대회도 잘치르고 정한목표이루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넘 아릅답네
올해 킹코스 나가지말라고 극구 말렸는데 훈련하는모습 보면서 안보이는곳에서 많이 훈련했구나 구례대회는 괜한 내걱정 이었구나하게 되네
멋지게 완주해서 아이언맨 완주메달 목에걸고 오길 바랄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