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좋았던 캐릭터와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는?
1) 가장 좋았던 캐릭터: 하도영
극 중에서 불린 '나이스한 개새끼'라는 표현이 캐릭터를 잘 설명하고 있다. 클리셰한 안하무인 재벌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선한 캐릭터는 아니다.
언제나 흑돌을 양보받은 삶을 살아왔음에도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바다. 먼저, 박연진을 아내로 선택한 이유는 디올로 온몸을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박연진이 흡연을 하고 자신의 기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평건설 광고를 넣어달라고 해도, 심지어는 학교폭력과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도 하도영은 여전히 그녀를 버리지 않는다. 그녀를 사랑했기 보다는 자신과 기업의 이미지 때문에 이혼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박연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겉치장으로 그들을 판단한다. 여정과 처음 만나 바둑을 둘 때도 그가 입고 있는 옷 브랜드, 시계를 먼저 훑은 뒤 대화를 시작했다. 갓난아기 때부터 구찌 배냇저고리를 입히려고 하는 어머니의 영향 아래 자라난 설정으로 이렇게 일관된 성격을 보여준다. 그 자신도 겉으로는 세상 젠틀하지만 속으로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행동한다.
그런데 이런 그에게 어머니도 멀리하고 박연진과의 관계도 끊으며 살인까지 직접 저지르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바로 딸 하예솔. 자신의 친딸이 아닌 걸 알았음에도, 이혼 후 싱글이 되었음에도 딸을 계속해서 챙기는 모습은 예상치 못했다. 오점없는 그의 인생에 오점을 만들 정도로 딸만큼은 사랑했던 인간성을 가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런 캐릭터성을 갖고 있기에 동은과의 관계성도 매력적으로 만든 듯하다.
2)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 주여정
캐릭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 무거운 주제와 분위기를 환기해 줄 캐릭터는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동은과의 관계성이 너무도 작위적이다. 복수 조력자 겸 동은의 러브라인을 위해 짜맞춰진 일차원적인 캐릭터일 뿐이다. 여정의 캐릭터 설정에는 왜 동은을 위해 기꺼이 칼춤 추는 망나니가 될 것인가가 설명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연대로 이를 설명하고자 했지만 여정의 피해는 극과 뜬다는 느낌이 든다. 동은이나 현남이 사회적 약자로서 받았던 상처와 단순 사이코패스 범죄자 때문에 받은 상처는 결이 다르다.
개선점) 여정에게는 왜 동은이 필요했는가가 설명되어야 한다. 쌍방구원서사가 보다 먼저 전개되어야하지 않을까. 또한 사회 내에서의 지위로 인해 받은 아픔이 있는 설정이어야 이렇게까지 동은을 조력하는 게 설득이 될 것이라 본다.
2.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혹은 가장 아쉬웠던 연출은? (캐스팅, 음악, 미술, 촬영방식, 장면전환 등)
<인상 깊었던 연출>
1) 신
신의 존재에 대해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계속해서 언급된다. 이에 대해 디테일하게 연출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체육관에서 폭력을 당하고 있는 동은이 뒤에 비치는 빛을 향해 기어가지만 결국 닿지 못하고 빛은 뒤집어진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신에게 구원받기를 원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는 현실을 담아냈다고 본다.
또 자퇴 후 찾은 체육관에서 동은이는 십자가 모양의 빛을 등지고 서서 가해자들을 보고 웃는다. 신의 구원을 바라지 않고 자신이 자신을 구원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마지막 엔딩까지 동은과 여정에게 하늘(신)의 먹구름이 드리우는 연출이 되고 있는데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악행을 처단하기 위해 하는 악한 행위를 눈감아주겠다는 의미가 담긴 게 아닌가 싶다.
2) 페이스북
동은이 복수를 위해 감내하는 시간을 보낸 뒤 어떻게 가해자들을 등장시킬지가 궁금했다. 그 시점 동은이와 연결점이 없는 상태에서의 등장은 작위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데 당시 유행했던 SNS를 통해 한명씩 과하지 않게 현재에도 똑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어 동은이의 복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도 동은이 어떻게 뒷조사를 하고 접근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설명해냈다.
<아쉬웠던 연출>
1) 송골매 노래
동은의 복수가 끝나고 동은과 여정은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배경에 깔리는 송골매의 <아가에게>라는 노래로 전하고자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러브라인이 설득되지 않은 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과 함께 장면이 연출되니 몰입을 깨지게 만들었다. 방파제 앞에서 같이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그저 테라 PPL을 위해 소모된 것이 아닐까 싶다.
2) 캐스팅 미스(이도현)
극 중에서는 문동은이 87이고 주여정이 빠른 89인 설정으로 2살 차이인데 실제로 배우의 나이는 14살 차이가 난다. 말끝마다 붙이는 동은후배와 여정선배만으로는 이를 납득시키기 어려웠다.특히, 이도현은 고등학생 역할까지 했던 이미지가 박혀있어 배우의 케미가 아쉽다. 캐릭터의 관계성이 아쉬우면 비주얼적인 케미라도 나오도록 캐스팅했어야 된다고 본다.
3. 극본의 장점 혹은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캐릭터 관계 설정, 개연성, 핍진성, 흡인력 등)
<장점>
1) 디테일한 복선
던져진 떡밥들이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씩 회수된다. 그런데 회수되는 방식도 대사로 하나하나 일러주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추리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가령, 예솔이 재준의 딸이라는 걸 색맹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드러나는데 재준의 색맹 렌즈부터 동은이의 대사(알록달록한 세상) 등이 촘촘하게 짜여져있다.
2) 편지로 이어가는 전개
연진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동은의 독백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문학적이면서도 강렬한 독백 대사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일관성있게 연출하면서도 시청자들이 주인공 동은에게 깊이 이입하게 만든다.
<아쉬웠던 점>
-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값
복수판타지를 위해 동은이의 조력자들은 너무도 쉽게 그녀의 편이 된다. 강현남과 주여정은 특히 그 우연성이 짙다. 또한 그들이 복수에서 기여하는 부분도 우연성에 의존한다. 가령, 연진이 피부과를 방문하게 되는 계기는 매우 단순하다. 그저 혜정을 통해 한번 방문했을 뿐인데 자기 발로 가서 시술을 하는데 수면마취를 요구하는 모습은 의문을 자아낸다.
또한 가해자들의 능력치가 너무도 낮다. 10대 때에는 동은이의 세상을 무너트릴 정도로 악랄했던 가해자들이 동은이가 짠 판에 쉽게 당한다. 연진은 딸을 전학 보낼 시도도 하지 않고 그저 동은이의 엄마만 포섭하는 것에 그치고, 연진의 엄마도 동은이의 복수극을 그저 냅둔 채 자기 꾀에 스스로 당해버린다. 나머지 가해자들도 자신이 직접 혹은 서로를 자멸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동은이의 능력치 또한 돋보이지 않는다. 조력자들과 빌런들의 무능력으로 인해 복수를 완성할 뿐이다.
4. 드라마 외적 요소에 대한 평가 (장르 적합성, 시청률, 방송윤리, 혐오표현, 마케팅 등)
<노출 논란>
혜정의 캐릭터를 따라가다보면 연진 앞에서 옷을 벗어버리는 장면은 납득이 간다. 다만, 속옷을 입고 있었다면 그 캐릭터성을 해칠까, 굳이 앞모습으로 연출을 해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든다. 자극을 위해 소모된 듯하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
태국에서는 ‘타이 더 글로리(Thai The Glory)’라는 이름의 학폭 고발이 이어지게 만들 정도로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북미에서는 1위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복수를 그려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다소 그들이 원하는 수위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5. 해당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개선안
너무도 치밀한 설계가 되어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정주행할 이유가 있는 드라마다. 숨겨진 복선과 상징을 찾아내는 맛이 있다. 또 권성징악 그 자체라 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대중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용두용미 결말이었다고 본다.
학교폭력이라는 주제가 가장 중심이면서도 청소년들의 비행에서 나아가 어른들의 문제, 한국사회의 문제까지 작위적이지 않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