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제6일 지리산 종주 무박산행
< 지리산권 성삼재 ~세석 >
◆ 산행 개요
◐ 산행 지역 : 경남 하동. 산청. 함안군 전라북도 남원시 전라남도 구례군
◐ 산행 일자 : 2008년 6월 5일
◐ 산행 지명 : 영신봉(1,651m)
◐ 산행 구간 : 성삼제 → 노고단→ 임걸령→ 노루목 → 삼도봉 → 화개재 → 뱀사골 대피소→ 토끼봉→ 명선봉→ 연하천대피소→ 형제봉→ 벽소령대피소→ 선비샘→ 칠선봉→영신봉 → 세석대피소 → 거림매표소
◐ 산행 거리 : 29.3 km (23.3 km)
◐ 산행 시간 : 12 시간
◐ 참여 회원 : 25명
◐ 산행 회식 : 닭백숙 닭죽
◆ 산행 지도
◆ 산행 후기
▶ 언젠가 한번 실행하리라 마음속에 꿈꾸며 기다려온 지리산 종주 산행의 때가 왔다.
조금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밤 열한 시 20분 죽전간이정류소에서 무박 장거리 산행의 피곤함과 궂은 날씨 탓으로 좌석이 반쪽만 채워진 분당 항공 버스 메아리님 옆 좌석에 올랐다. 본격적인 무박 산행에 처음 참석한 감회가 새로운 가운데 조용히 달리는 차창을 내다보며 걱정 없는 머릿속에 슬며시 찾아드는 잠을 맞는다.
밤새워 달려온 버스는 곤히 잠들은 지리산을 흔들어 깨우며 새벽 4시 성삼재 주차장에 닿았고 머리에 랜턴을 붙이고 바닥이 차갑게 느껴지는 깜깜한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서 배당받은 선짓국으로 맛있는 아침을 채운다.
▶ 짙은 안개속에 어둠을 헤집고 시야에 들어오는 불빛은 노고단(老姑壇) 산장이다. 단체로 종주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하룻밤 신세 질 필요 없이 버스를 이용하여 바로 산행길에 나서지만 개인별로 종주하는 사람은 구례로 와서 화엄사를 들려 이곳 산장에서 일박 후 다음 날 일찍 종주를 시작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 노고단(老姑壇1,507m)
노고단은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으며, 지리산의 동서 방향으로 연결되는 주능선의 서부를 이루는 봉우리이다.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더불어 지리산 3대 주봉이라고 하며, 지리산은 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남서쪽의 화엄사계곡을 따라 급경사로 된 코재(1,250m)에 오르면 노고단의 북서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주능선이 나타난다. 노고단이 포함된 지리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정된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노고단이라는 지명은 할미당에서 유래한 것으로 ‘할미’는 도교(道敎)의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 또는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일컫는다.
통일 신라 시대까지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 기슭에 ‘할미’에게 산제를 드렸던 할미당이 있었는데, 고려 시대에 이곳으로 옮겨져 지명이 한자어인 노고단(老姑壇)으로 된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현재의 노고단 위치에서 서쪽으로 2㎞ 지점에 있는 종석대(鍾石臺, 1,361m) 기슭으로 할미당을 옮겨 산제를 드렸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峰, 1,915m)까지 45㎞에 이르는 주능선에는 반야봉(1,732m), 토끼봉(1,538m), 명선봉(1,586m), 덕평봉(1,538m), 영신봉(1,690m), 촛대봉(1,713m), 연하봉(1,710m), 제석봉(1,806m) 등 높이 1,500m 이상의 높은 봉들이 분포하며 완경사지는 억새와 원추리꽃으로 덮인 초원인 데 반하여 산허리와 산꼭대기에는 철쭉, 진달래 등의 관목이 자란다.
산자락 끝에는 554년(백제 성왕 22) 연기 조사가 창건한 화엄사가 있으며 화엄사에는 각황전을 비롯하여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지방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와 20여 동의 부속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구름바다는 지리산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이다. 노고단 남서쪽의 구례군 광의면과 북서쪽인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사이의 포장도로가 노고단까지 연결되어 교통이 양호하다.
< 화엄사 전경 >
▶ 오늘은 후미로 처지는 것이 왠지 불안하여 타잔님, 양복쟁이님과 함께 중간 대열에 자리를 잡고 얇은 우의 속으로 흘러 드는 빗물을 추스르며 60리 지리산 종주 길을 앞 뒤로 믿음에 찬 산우들의 말없는 겪려를 받으며 신들 린드시 발걸음을 곤두박질친다.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배낭을 추스르며 비안개 속으로 노고단을 지나고 등산로에 굵은 돌을 촘촘히 밖아 놓아 발 딛기가 거북스럽지만 민족의 혼이 숨 쉬는 지리산 대간을 머릿속에 꼭꼭 씹으며 안갯속으로 히미 하게 정상을 드러낸 반야봉(般若峰)을 비켜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 반야봉(般若峰1,732m)
반야봉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과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의 경계에 있는 지리산 제2봉으로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여 반야낙조(般若落照)는 지리십경의 하나로 꼽힌다. 지리산에 있는 대부분의 봉우리가 주릉에 있는 것과 달리 반야봉은 주릉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노고단에서 천왕봉 쪽으로는 노루목에서 북쪽으로 오르면 되고, 반대 방향으로는 삼도봉을 지나 나오는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오르면 된다.
급경사의 바위산을 이루어 산세가 비교적 험하다. 남사면에서는 섬진강의 지류가 발원하며, 북사면에서는 산내천이 발원해 남강으로 흘러든다. 월귤·만병초 등의 고산식물이 자라며, 식물의 수직적 분포가 나타난다.
< 반야봉의 낙조 >
▶ 2006년 초행길에 찾아왔던 피아골 갈림길 의적 두목인 임걸(林傑)의 본거지라 하여 부르게 된 이름 "임걸령"을 지나 종주길에 비켜선 지리산 10경의 으뜸 풍광인 반야봉 낙조를 아쉽게 돌아서니 길섶 반듯한 평지 위 작은 동판에 새겨진 전라도, 경상도 3도의 이름을 짚은 삼도봉 이더라.
▣ 삼도봉(三道峯 1,500m)
삼도봉은 높이 1,500m로 지리산의 봉우리 중 하나이다.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경계에 걸쳐 있어 삼도봉(三道峰)이라 부른다. 원래 이름은 낫날봉이었는데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낫의 날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또 낫날봉이 변형되어 날라리봉, 늴리리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으나 1988년 10월 8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삼각뿔 형태의 표지석 (각 면에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라고 쓰여 있다.)을 세우면서부터 삼도봉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삼도봉 ~ 토끼봉 ~ 명선봉 ~ 영원령 ~ 삼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전라북도와 경상남도가 나누어지고, 삼도봉 ~ 반야봉 ~ 만복대 ~ 다름대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삼도봉 ~ 불무장등 ~ 통곡봉 ~ 촛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룬다. 삼도봉에서 반야봉까지는 2km, 노고단까지는 8.5km 정도 떨어져 있다.
삼도봉은 지리산의 수많은 준봉 가운데서도 반야봉(1,731.8m) 바로 아래 자리하여 반야봉의 그늘에 가린 데다 별다른 특징을 찾을 수는 없으나 삼도를 구분하는 기점이다.
삼도봉의 산세는 섬진강으로 뻗어내리는 불무장등 능선의 시발점이다. 삼도봉에서 시작되는 불무장등 능선은 황장산, 촛대봉을 지나 화개장터에서 섬진강으로 잠긴다. 이 능선의 양쪽은 화개골과 피아골이다.
▶ 비옷을 벗어 넣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조금 여유를 찾아 걷는데 지친 걸음의 변화를 잊어버리게 하는 550여 개의 나무 계단을 밟으며 만나는 고개는 북쪽 뱀사골 사람들이 남쪽 화개장터를 넘나들던 화개재에 이른다.
▣ 화개재(花開재 1320m)
지리산 주능선의 고개 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고개인 화개(花開) 재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꽃피는 고갯마루"로 동서로 토끼봉(1535m)과 삼도봉(1501m) 사이에 위치하고 남북으로 목통골과 뱀사골을 끼고 있다.
남쪽으로 화개골이 내려다보인다고 해 이름이 연유된 화개재는 해안과 내륙의 문물이 넘나들던 땀의 고갯길이기도 했다. 섬진강변 화개장의 소금이나 해산물이 목통골을 거쳐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을 통해 남원 등 내륙으로 흘러갔고 내륙의 농산물, 삼베 등이 이 고개를 넘어 화개장으로 유입됐다. 남쪽의 목통골과 북쪽의 뱀사골이 문물교류의 통로였던 셈이다. 특히 소금이 주요 품목이었는데, 소금을 지고 뱀사골을 내려가던 소금장수가 그만 소금 가마니를 물에 빠뜨려 "간장소"라는 이름이 유래되기도 했고, 인근의 운봉무덤과 소금쟁이 능선도 소금 물류와 관련 있는 지명들이다.
< 연화천 대피소 약수터>
▶ 화개재를 지나고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토끼봉을 거치니 여니 목요 산행 이면 하산 할 거리를 달려 찾아든 곳은 시원한 암반수가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연하천대피소라 깨끗하게 정돈된 숙소를 둘러보니 산행객을 위한 정성이 묻어나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데 근무하는 사람들의 손님맞이 생각은 어재를 잊어버리지 못하는 한줄기 부족함이 숨어 있는 듯하다.
감로수 한잔과 생오이 한 조각에 힘을 얻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잉태하고 푸른 숲 위로 뜨는 흰색 투명한 달빛의 명암이 또 하나의 10경을 빚어내는 벽소령 넓은 길을 훨훨 잘도 걸어 넘는다.
▣ 벽소령(碧宵嶺)
벽소령은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과 함양군 마천면 사이에 위치한 높이 1,350m의 백두대간 고개다.
벽소령이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푸른 하늘재"가 된다. 여기서 벽소(碧宵)라는 어원은 벽소한월(碧宵寒月)에서 유래되었는데 뜻은 "겹겹이 쌓인 산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띤다"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벽소령에서 바라보는 달 풍경은 매우 아름다워 이를 벽소명월(碧霄明月)이라고 하며 지리산 10경 중 제4경에 해당한다.
<칠선봉>
▶ 이정표는 하산 갈림길 세석대피소 까지가 2.1km 거리로 아득히 멀기만 하고 남은 길은 곳곳에 암벽이 가로막고 안개 가린 전망대는 고달픈 심신에 피로를 가중시키는데 전설의 선비 샘에 앉아 땀과 빗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고 7개의 작은 암봉들이 능선 위에 솟아나 아름다운 선경을 이루는 칠선봉 바위 봉우리를 가까이서 세어 보며 열리지 않은 하늘 아래 길고 장엄한 계곡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세석대피소>
▶ 이재 산행을 시작 한지 열 시간이 지나 생체리듬이 균형을 잃어 가는 한계점에서 궂은비를 맞으며 세석대피소 마당 나무 의자에 앉아 싸늘하게 식어버린 점심 도시락 한 술에 양복쟁이 우 사장이 챙겨 온 복분자술을 나누어 마시고 마지막 남은 힘으로 거림매표소 6 km 구간에 타잔님의 무릎 압박 붕대를 받아 감고 절름거리며 내려서니 여니 때 산행 시 항상 뒤처지든 다른 산악회 산우들이 저만큼 앞질러 내달려 간다.
열두 시간의 형벌이 끝나고 해방되는 순간 삶은 백숙도 맛을 잃어버리고 다만 무사히 종주를 끝냈다는 생각이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다. 천사 회장을 비롯한 모든 산우님들의 가슴에 지리산 종주의 자랑스러운 훈장을 달아 주고 싶다.
☞ 해설은 다음사이트 사진은 http://cafe.daum.net/jungang4050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