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仙), 주선(酒仙) 이백(李白)의 명시들
글; 무애(한국선도학회장)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問爾何事 棲碧山)
웃을 뿐, 대답 없이 마음 절로 한가롭네. (笑而不答 心自閑)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桃花流水 杳然去)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別有天地 非人間)
꽃 핀 산에 둘이서 술을 나누네. (兩人對酌 山花開)
한 잔 한 잔 또 한 잔.. (一盃一盃 複一盃)
난 취해 잠 오니 그대여 돌아가라. (我醉慾眠 君且去)
내일 또 오려거든 거문고 안고 오게. (明朝有意 抱琴來)
뭇 새는 다 날라 가 버리고 (衆鳥高飛盡)
흰 구름만 외로이 떠가네. (白雲獨去間)
서로 봐도 둘이 싫지 않음은 (相看兩不厭)
다만 경정산뿐이로다. (只有敬亭山)
고요한 밤에 생각하노니(靜夜思)
침상 머리맡 밝은 달 빛나니 (牀前明月光)
땅에 내린 서리인가도 생각하네. (疑是地上霜)
고개 들어 산마루의 달을 쳐다보다가, (擧頭望山月)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노라. (低頭思故鄕)
혼자 마시며 (獨酌)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이란 별이 하늘에 있지 않았고,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천이란 곳도 마땅히 없어야 하리라.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했으니, 술을 사랑함은 하늘에 부끄럽지 않은 일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이미 들은 바 청주는 성인에 비유되고, 또 탁주는 현인과 같다 하였던가.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성현이 이미 술을 다 마셨으니 하필이면 신선을 구할 것인가.
(聖賢旣已飮 何必求神仙)
석 잔을 마시면 대도를 통할 것이며, 한 말을 마시면 자연과 합할 수 있으리.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다만 취중의 아취(雅趣)를 얻으면 그만인 것, 깨어 있는 이에겐 전하지 말라.
(但得醉中趣 勿謂醒者傳)
꽃 사이에 놓인 한 단지 술을 친한 이 없어 혼자 마신다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잔 들어 명월 맞고 그림자도 대하니, 문득 세 사람이 되었구나.
(擧盃邀明月 對影性三人)
달은 전부터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만 따라 하는구나.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얼마동안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행락은 모름지기 봄날에 맞추었다.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러워라.
(我歌月徘徊 我舞影凌亂)
깨어서는 같이 즐겨도, 취해서는 제각기 흩어진다.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무정한 놀이를 저들과 길이 맺어 아득히 하늘 내를 사이 두고 또 만날 기약하노니.
(永結無情遊 相期貌雲漢)
선주의 사조루에서 교서 숙운을 전별하다(宣州謝脁樓餞別校書叔雲)
날 버리고 가는 사람, 어제는 말리지 못하고 (棄我去者 昨日之日不可留)
내 마음 어지럽게 하는 사람, 오늘은 근심 많아라. (亂我心者 今日之日多煩憂)
만 리 긴 바람에 가을 기러기 보내나니 (長風萬里送秋雁)
이러한 때 높은 누각에서 술 취하기 좋아라. (對此可以酣高樓)
봉래의 문장과 건안의 풍골, (蓬萊文章建安骨)
중간에는 소사가 있어 또 맑아진다. (中間小謝又清發)
뛰어난 흥취 함께 품고 굳센 생각 일어나, (俱懷逸興壯思飛)
푸른 하늘에 올라 해와 달을 잡으리라. (欲上青天攬日月)
칼을 뽑아 물을 끊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抽刀斷水水更流)
술잔 들어 근심 씻어도 수심은 더 수심이 된다. (舉杯消愁愁更愁)
사람이 이 세상 살면서 세상과 뜻 맞지 않으니, (人生在世不稱意)
내일은 산발 머리로 일엽편주 타고 놀아보리라. (明朝散髮弄扁舟)
將進酒 (장진주)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君不見),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 (黃河之水天上來)
힘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러 다시 오지 못 하는 것을. (奔流到海不復回)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君不見,)
높은 집 거울 앞에 흰 머리 슬퍼하느니, (高堂明鏡悲白髮)
아침에 검푸른 머리 저녁에 눈같이 희어진 것을. (朝如靑絲暮成雪)
인생이 잘 풀릴 때 즐거움 다 누리고, (人生得意須盡歡)
금 술잔 헛되이 달과 마주보게 하지 말라. (莫使金樽空對月)
하늘이 내게 주신 재주 반드시 쓰일 것이며, (天生我材必有用)
많은 돈을 다 써버리더라도 다시 생겨나리라. (千金散盡還復來)
양고기 삶고 소 잡아 또 즐기리니, (烹羊宰牛且爲樂)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하리라. (會須一飮三百杯)
잠부자, 단구생이여 (岑夫子,丹丘生)
술을 올리려하니, 그대들은 거절하지 말게나. (將進酒,君莫停)
내 그대들에게 노래 한 곡 불러주려 하거니, (與君歌一曲)
그대들 나 위해 귀 좀 기울여 주게나. (請君爲我側耳聽)
음악과 귀한 안주 아끼지 말고 (鐘鼓饌玉不足貴)
부디 오래 취해, 제발 깨지 말면 좋겠네. (但愿長醉不愿醒)
옛날의 성현군자들은 다 잊혀지고, (古來聖賢皆寂寞)
술꾼만 이름을 남겼다네. (惟有飮者留其名)
진왕은 그 옛날 평락궁 잔치 열고서. (陳王昔時宴平樂)
한 말에 만량이나 하는 술 마음대로 즐겼다네. (斗酒十千恣歡謔)
-시선(詩仙) 이백(701~762)
시선(詩仙) 이백(701~762)의 자는 태백(太白), 고향은 농서 성기(成紀: 감숙성 천수현)인데, 선대가 서역으로 들어가 살았다. 그곳에서 출생하여 어려서 부친을 따라 금주(錦州: 사천성)로 이주했다. 어려서부터 호협하여 방랑생활을 즐겼던 그는 42세 때, 당 현종의 인정을 받아 잠시 한림학사가 되었으나 자유분방한 성격이 화근이 되어 장안에서 쫓겨나 천하를 떠돌았다.
한때는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유배생활도 했다. 그 후 사면되어 다시 천하를 유랑하다 말년에 친척이 현령으로 있던 당도(當塗: 안휘성 당도현)에서 머물며 시작에 몰두하다 62세의 일기로 떠났다.
이백은 도가 수련을 한 사람으로, 검술에도 상당한 달인이었다고 한다. 그의 호방한 시는 이렇듯 기공과 무예를 배경으로 나왔던 것이다. 그는 평생 술과 시와 더불어 산 자유인이었다.
정치가요 시인이었던 하지장(賀知章)은 그의 시를 읽고 감탄하여 '적선(謫仙)'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금거북을 선뜻 풀러서 술대접을 했다고 한다. 이백을 '시선'이라 칭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한림공봉에 임명되어 장안에 기거할 때, 술에 만취한 척 하며 당시 세도가 고력사에게 신발을 벗기라고 명했던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백보다 열 살 아래인 두보는 평생 이백을 흠모했으며, 그의 천재적 소질을 이렇게 읊었다.
" 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붓을 대면 비바람도 놀랐고 시가 이루어지면 귀신을 울게 했다.)
또 낭만적이며 호방한 그의 모습을 이렇게도 읊었다.
李白斗酒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백 편! 취하면 장안의 술집이 내 집. 천자가 불러도 배에 아니 오르고 , 말하되 '신은 주선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