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반납합니다.
휴대전화가 아프게 울린다. 아침부터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들은 “친구야 너 가 내 친구여서 고맙다” 옛 동료들은 “과장님 대단하십니다. 역시 과장님입니다” 등 격려와 칭찬의 전화다. 지역신문사에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일어난 일이다.
노인이 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만 65세가 된 올해 그 혜택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 혜택을 모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해 동안 모은 금액을 통장에서 인출하여 신문사에 보내면서 이렇게 적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애쓰는 귀사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저는 대구 북구 칠곡에 거주하고 있는 배해주 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경로 혜택을 받은 병아리 노인입니다.
평소 지하철이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 한편에 찡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어느 국가나 노인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임에도 그를 보는 시선을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젊음이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듯이. 노인 또한 잘못해서 받은 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어떻게 할 수 없을까? 병아리 노인이 되는 올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경로 우대로 혜택을 받을 때마다 혜택을 받은 만큼 적금을 했습니다.
지하철 이용 18회, 박물관 등 경로우대 무료 및 활인 입장 12회, 병원 이용 6회, 독감 무료 접종 2회, 폐렴 무료 접종 1회, 등 적금한 금액이 210,000원입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연말 불우 경로를 돕는 것에 쓰이길 소망합니다. 누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가야 하는 길이 노인의 길입니다. 곱지 않은 시선이 적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감사 합니다. 배 해 주 드림”
그리고 스스로 다짐한다. 노인을 반납합니다. 20회 목표, 그때가 되면 내 나이 85세 실제 나이는 87세가 된다. 작은 절약으로 소박한 꿈을 이루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은 힘이 된다면 더없는 영광이고 내 인생에도 작지만 아름다움으로 추억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