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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부산 동구청에서 열린 미군 55보급창 이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 청년층 인구 줄어 슬럼화 가속
- 미군도 보급창 이전 반대 안해
- 정치권·시민 공감대 형성 필요
- 정의화 의장 공약 실행 압박을
- 반환 근거와 청사진 마련 안돼
- 간담회 넘어 '작전회의' 형태로
- 시민운동 방향 및 전략 구체화
- 동천 살리기 연계 방법 고민도
"부산시와 정치권이 55보급창 반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야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이 앞장서라." "55보급창 반환을 위한 논의 수준이 간담회를 넘어 작전회의로 발전해야 한다." "55보급창을 다룬 논문 하나 찾기 힘들더라. 민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 2일 부산 동구청 중회의실에서 55보급창 이전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부산시의회·동구의회는 물론 55보급창의 행정동인 범일2·5동 주민대표들도 참석해 의미가 각별했다. 참석자 24명은 55보급창 이전을 위해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시민단체 대표와 전문가들을 모시고 55보급창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는 오늘이 처음이다. 국제신문 기획보도를 통해 55보급창 반환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 원도심은 부산의 심장이자 대한민국의 관문인데 젊은 층 인구 감소로 피폐해지고 있다. 북항 재개발과 55보급창 터 반환으로 원도심을 살려야 한다. 동구 주민이 앞장서서 논의의 불꽃을 붙이겠다. 원탁회의 성격의 민관협의체도 곧 구성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동·남구 주민과 부산시·시민단체를 초청해 55보급창 반환 전략을 논의하는 포럼도 개최하겠다. 부산 정치권도 도와달라.
▶김희로 우리물산장려운동 대표='하야리아 캠프 공원화 추진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55보급창은 아직 군수물자 보관 기능을 하고 있다. 미군도 북항 재개발로 군사적 기능이 떨어진 55보급창의 이전에 반대하지 않는다. 관건은 대체부지 확보다. 신항으로 옮겨가려면 정부 협조가 필요하다. 오늘 55보급창 반환에 대한 동구민들의 의지를 확인하게 돼 기쁘다.
▶서세욱 부산을가꾸는모임 회장=2012년 총선을 앞두고 중·동구가 지역구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전화를 했다. 55보급창을 돌려받을 방법에 대해 묻더라. 지금은 별 관심을 안 두는 것 같다. 정 의장이 공약을 지키도록 시민사회가 압박해야 한다.
▶박인호 부산항을사랑하는모임 대표=하야리아 반환의 원동력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협력이었다. 부산시도 전담팀을 꾸려 대응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지금 55보급창에 대한 관심은 그리 뜨겁지 않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55보급창 반환 범시민대책위원회'부터 꾸려야 한다. 최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국회에 계류 중인 '해양산업클러스터법' 적용 대상에 55보급창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항 1·2단계 재개발이 끝나는 2030년까지 55보급창 반환이 마무리돼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합 대표=국방부가 55보급창을 무상양여하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군과도 대화하자.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55보급창 존치 때문에 발생하는 주민 피해도 적극적으로 알리자. 행정과 시민사회가 역할을 나눠 대응하자. 곧 시민사회가 주축이 된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겠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과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55보급창 활용 계획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과거 '하야리아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민간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 북항 재개발 라운드테이블도 실망스럽다. 부산항만공사가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카지노 입주를 강행하고 있다. 55보급창 터는 '공익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개발해야 한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반환이 확정된 전국 미군기지 17곳 중 13곳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 정치인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55보급창과 부산 군수품재활용센터(DRMO) 이전을 동시에 추진하자.
▶김승남 일신설계 사장=누구나 55보급창 이전 필요성은 공감하는 것 같다. 안타깝게 55보급창에 대한 논문조차 한 편 없다. 돌려 받아야 하는 근거와 미래 활용계획도 부족하다. 북항 또는 동천 살리기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범시민대책위가 출범하면 해야 할 일들이다. 독일은 군부대 이전에 평균 23년 걸렸다. 절실함이 커야 반환 운동도 힘을 받는다.
▶김지현 부산시의회 정책연구팀장=앞으로 55보급창 논의는 '간담회'를 넘어 '작전회의'가 돼야 한다. 범시민운동의 방향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자. 해양수산부도 부산항의 기능 재배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북항 재개발의 걸림돌인 미군 8부두 이전을 결정하면 55보급창도 자연스레 옮길 수밖에 없다. 부산시와 중앙정부의 협력도 절실하다. 만약 정부가 55보급창을 '국가공원'으로 지정하면 더 쉽게 돌려받을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매축지마을 재생과 연계한 연구도 벌여야 한다.
▶주건호 범일5동 자유총연맹 위원장=55보급창 이전은 매축지마을 주민들의 숙원이다. 우리도 열심히 돕겠다.
▶오미라 동구의회 의장=55보급창은 일제강점기 석탄저장소였다가 1950년 미군부대가 들어왔다. 늘 이방인의 동네였다. 55보급창 원탁회의 운영에 의회도 동참하겠다. 멋진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보자.
▶최형욱 새누리당 중·동구 당협위원장=몇 년 전까지 중앙정부와 55보급창 이전을 놓고 물밑 접촉이 활발했다. 그런데 부산시가 이러한 논의의 흐름을 놓쳐버렸다. 빨리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서 55보급창 이전 전략과 미래를 논의하자. 정의화 의장에게 오늘 토론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 부산 정치권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속해서 문제 제기도 하겠다.
# "도로·철도 기반시설 갖춘 신항 등 대체지 확보 시급, 이전 비용 정부가 책임을"
■ 가장 큰 걸림돌 살펴보니
미군 55보급창을 이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체부지 확보와 비용이다.
이전 입지는 항구와 함께 도로·철도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은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구에 조성된 신항이다. 부산발전연구원(BDI) 김경수 연구위원은 "신항은 김해공항은 물론 경남 진해기지사령부와도 가깝다"면서 "물류 중심항인 신항에 군사적 기능이 합쳐질 경우 선박 통항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는 따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북항과 가까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인근 지역도 후보지가 될 수 있다. 해군의 군사항을 공동 사용할 수 있는 만큼 20만 ㎡의 터만 확보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앞서 국방부는 하야리아 미군캠프를 부산시에 매각하면서 4875억 원을 받았다. 부산시는 이 중 66%인 3251억 원을 국비로 충당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55보급창 공원화에 총 25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시 김종철 도시계획실장은 "북항 재개발 사업의 주최인 해양수산부와 국방부가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전 비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군사시설 때문에 고통을 받은 주민들을 위해 국가가 배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군기지 이전은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북항 재개발이 55보급창과 연계돼 있는 만큼 정부가 부지 매입과 개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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