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사상의 요약
■ 백성들을 시켜 억지로 뭘 하려고 하지 말라
무위자연(無爲自然)
■ 권력과 재산을 얻었으면 더 가지려고 애 쓰지 말라'
공수신퇴(功遂身退)
이는 《노자 도덕경》이 백성들의 입장에서 쓴 개인의 처세술이 아니라, 권력자의 입장에서 쓴 제왕의 처세술임을 알 수 있다.
功遂身退(공수신퇴),
공을 이루었으면 몸을 물려야 한다
身後而先(신후이선)
자신을 뒤로함이 진정으로 앞서는 것이다
목련이나 모란꽃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열흘을 넘기지 않는다. 말 그대로 '화무십일홍'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분(수정)의 임무가 끝나면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내놓는다.
이런 자연의 이치를 일찍이 깨달은 노자는 도덕경
7장에서
자신을 뒤로 함으로써 진정으로 앞서는 것이다
(後其身而身先)
9장에서
공을 이루었으면 기꺼이 몸을 물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다
(功遂身退 天之道)
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현대 중국서예가 주굉흥(周宏興) 작품)
전국정협예당(全國政協禮堂)
노자 도덕경 9장 '공수신퇴 천지도'
공을 이루었으면 기꺼이 몸을 물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
처세술을 요약하자면,
'남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고, 나를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아라'는 뜻
오늘날의 언어로 바꾸어 말하자면 자신의 힘을 '매번' 100% 쓰지는 말라는 것이 된다.
인생의 꼭대기(peak)를 만들어 놓으면 내려갈 일밖에 없으므로, 70~80%의 힘으로 오래가는 것이 인생을 사는 참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니 권력을 잡고 부와 명예를 얻었다 싶으면 자리에서 내려올 줄도 알고, 가진 게 많으면 주변에 적당히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고 노자는 조언한다.
노자는 공을 이룬 후엔 왜 물러나야 한다고 했을까?
글 : 이 병 우 우아포인트연구소 대표
“공을 이루고 나면 물러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노자 도덕경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노자는 왜 공수신퇴(功遂身退)를 자연의 이치라고 했을까? 고대 왕조시대에는 공을 세웠지만 물러나지 않으면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공수신퇴는 겸양의 미덕이 아니라 자신을 보전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인 셈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을 세우고 직위가 높아질수록 흔드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나이가 젊을수록 위험하다.
세조 때 남이는 이시애 난을 평정한 공으로 20대 중반에 판서에 등용됐다. 최연소 판서가 됐으나 이내 모함을 받아 28세에 처형됐다. 새파란 20대에 판서가 됐으니 훈구 대신들에겐 어떻게 비쳤을까? 시샘과 모함이 엄청나지 않았을까? 21세기에서도 경륜과 나이가 중시되는데 말이다.
그리고 개혁파와 훈구파가 싸우면 십중팔구는 훈구파가 이긴다. 개혁파는 대개는 젊고 의욕이 앞선다. 세력도 없으면서 명분만 가지고 덤비다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다. 훈구파는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으면 똘똘 뭉쳐서 반격한다. 중종 때 조광조는 개혁을 도모하다 훈구파의 반격을 받고 몰락했다. 이때 나이 37세였다.
공수신퇴와 토사구팽의 대표적인 사례가 ‘한초삼걸’의 운명이다.
초한 쟁패전에서 유방을 도와 승리로 이끈 세 명의 인물이 장량, 소하, 한신이다.
유방 스스로 이 세 명의 도움이 있었기에 항우를 무찌르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유방이 천하를 쟁패한 후 세 인물은 명운을 달리했다.
장량은 많은 포상을 사양하고 직위에서도 한발 물러났다. 공수신퇴의 길을 간 것이다. 장량은 명리에 담백한 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했기 때문에 유방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았다.
소하는 재상직을 수행했다. 권한이 큰 만큼 전쟁 중에도 유방은 소하를 때때로 의심했다. 그럴 때마다 소하는 유방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욕심이 없음을 보여줘야 했다. 뛰어난 정치 감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에 한신은 달랐다. 전쟁터에선 천재였지만 정치에는 백치 수준이었다. 장량처럼 명리에 담백하지도 못했고 소하처럼 정치적인 노련함도 없었다. 제나라를 평정한 후 제왕으로 봉해 달라고 요청해 유방의 노여움을 샀고 이후에도 유방에겐 심히 불편한 존재로 여겨졌다. 항우가 있었기에 참았던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어떻게 인식되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공적이 있으니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토사구팽 당하고 말았다.